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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비 맞은 강아지마냥 가냘픈 몸을 하고 제 품 안에 안겨 있는 소원을 보던 육경한은 그녀가 안쓰러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원망 뒤에 잇따르는 것은 증오였다.

소원은 코가 멘 목소리로 입을 열어 육경한에 대한 증오를 쏟아냈다.

"육경한, 난 네가 너무 싫어. 너는 악마야, 쓰레기라고! 네가 죽은 거 하나는 정말 잘된 일이야."

육경한이 죽었으니 제 부모도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여생은 평온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죽는 게 뭐 그다지 유감스럽지는 않았다. 적어도 육경한이라는 악마와 함께 죽었으니.

하지만 소원의 말에 육경한은 꽤 충격받았는지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소원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소원은 숨기는 것 없이 제 머릿속의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너 잘 죽었다고, 죽어서 다행이라고!"

소원을 살리기 위해 육경한이 무슨 짓까지 했는데 아직도 제 앞에서 저런 말 들을 내뱉는 소원을 보며 육경한은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애초에 그녀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던 제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소원은 기분이 좋은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늘도 내 기도를 듣고 널 끌어내려 준 거지. 어떡해? 재수 없어서."

그 순간 소원이 하려던 말들이 차가운 육경한의 입술에 의해 막혀버렸다.

입술은 차가웠지만 입속만은 따뜻한 그 이상한 느낌에 소원은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따뜻... 따뜻해...

입안이 따뜻한 걸 봐서 육경한은 아직 죽지 않았다.

소원과의 입맞춤으로 육경한은 참아왔던 고통이 모두 치유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소원의 입술을 벌려 자신의 혀로 천천히 소원의 입술을 탐했다.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려오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육경한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잠시 멈칫하던 소원은 제 입안을 훑고 지나가는 그의 혀를 꽉 깨물어 버렸다.

키스를 즐기던 도중 물린 혀에 육경한이 깜짝 놀란 틈을 타 소원은 그를 밀쳐냈다. 그리고 힘을 주어 그의 뺨을 내리쳤다.

육경한의 입가로 새빨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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