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진찬성이었다. 빨간색 정장은 그의 몸에서 유난히 촌스러워 보였다.소원은 경계적인 눈빛으로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그녀는 진찬성에 관한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그는 사생활이 문란하기로 유명했는데, 한 번은 파트너를 죽인 적도 있다고 했다.진찬성은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내 집에 내가 있는 데 문제 될 건 없지 않나?”점점 가까워지는 진찬성을 보고 소원은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죄송해요, 제가 잘못 찾아왔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를 써도 문을 열 수가 없었다.“잘못 오지 않았어.”진찬성은 그녀의 바로 뒤에서 뜨거운 숨결을 불었다. 소름이 돋았던 소원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게 무슨 의미예요?”“여기까지 와놓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소원은 주먹을 꽉 쥐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네, 모르겠어요. 그러니 빨리 문을 열어 주세요.”“풉.”진찬성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어깨에 놓았던 손을 점점 아래로 움직였다.“꼭 설명을 해줘야 알겠어? 우리 매부가 널 나한테 보냈어.”진찬성의 손은 말하는 동시에 소원을 옷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소원은 그의 손을 쳐내더니 멀리 떨어지면서 물었다.“정말로 육경한 씨가 그랬어요?”그녀에게 맞은 손이 아팠던 진찬성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언제까지 설명해 줘야 해? 그래, 내 말 한마디에 육경한이 널 보내주더라.”소원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육경한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짓이었기 때문이다.“제 자유는 육경한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당장 문 열어요. 안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소원은 정말 신고할 기세로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통화 연결음이 들려오기도 전에 진찬성이 핸드폰을 쳐냈다. 그러고는 표독한 눈빛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소원은 뒤로 물러났다. 대문으로 도망가기는
두피는 찢긴 것처럼 얼얼했고, 피가 난다고 해도 이상해할 것 없었다.“하하하하하...”진찬성은 자기 작품에 만족스러운 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벌써 조용해지면 지루한데.”눈물이 앞을 가린 탓에 소원은 진찬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남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진찬성은 표독한 표정으로 말했다.“좀 반항이라도 해봐.”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다음 더 강한 고통이 이어졌고 소원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후에 가서는 머릿속이 완전히 흐트러졌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사지는 감각을 잃었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마리오네트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가 깨문 입술의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진찬성은 이제야 변태적인 심리가 만족했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랍장 앞에 가서 하얀 알약을 꺼내 먹었다.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그는 약을 먹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시각적 자극을 주는 것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약에 완전히 의지해야 했다.소원의 몸매는 정말 죽여줬다. 마른 데도 풍만한 것이 그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잠깐 숨을 고른 그는 바지 벨트를 풀었다. 소원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데도 반항할 힘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토할 것 같았다.그렇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나 싶을 때 진찬성이 갑자기 욕설을 내뱉었다.“제기랄!”아직 시작하기도 전에 소원의 몸매에 자극받아서 참지 못했던 것이다.그는 주절주절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서랍장 앞으로 갔다. 이번에는 단단히 결심했는지 약을 여덟 알이나 먹었다.리모컨을 누르자 TV에는 조금 전에 장면이 재생되었다. 고통 섞인 비명을 들으면 그는 더 빨리 흥분할 수 있었다.그도 바로 시작하고 싶기는 했지만, 소원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참았다. 아직은 산 사람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영상만으로도 만족이 되었다.소원은 자신이 얻어맞던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다. 입술은 주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온 진아연은 육경한에게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드레스 보러 가는 길 소종이 전화 왔다. 육경한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았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 원래도 차갑던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끼익!곧장 브레이크를 밟은 그는 핸들을 틀어 다른 곳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기분이 들었던 진아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더 이상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듯 어두웠다.“아!”이때 진아연이 갑자기 배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경한 씨, 저 배가 너무 아파요.”육경한은 바로 속도를 늦추며 머리를 돌렸다.“뭐?”진아연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배가 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아요...”육경한은 차를 세우고 그녀를 길가에 앉혔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소 비서가 널 병원에 데려다 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단호하게 차에 올라타 멀어져갔다. 속도가 하도 빨라서 말릴 새도 없었다.‘나 지금 길바닥에 버려진 거야?’“아아악!”진아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이게 다 그년 때문이야!”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진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한편, 방안에서 영상을 너무 높게 튼 탓에 진찬성은 핸드폰은 진동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번에 그는 한참이나 준비하다가 소원을 향해 걸어갔다.잠깐 숨 쉴 틈이 생긴 덕에 소원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를 구할 사람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진창성이 더러운 모습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뒤로 넘어지며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찼다.“악! 아악!”무방비한 상태였던 진찬성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소원도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의자가 있는 덕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그녀는 의자에 묶인 채로 앞으로 기어가 과도를 잡았
진찬성은 대부분 안 좋은 일로 이곳에 온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호원을 대동해야 했다.소원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별장 밖의 경호원이 있던 것은 그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위층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다.그녀는 시간 낭비할 것 없어 방 안에 있는 유일한 의자로 출입문을 막았다. 곧이어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두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던 진찬성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자리에 앉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지금이 노크할 때야?! 당장 들어와!”소원은 너덜너덜한 천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피를 흘리는 채로 웅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아주 처참했다.이 기회를 빌려 소원은 긴급 전화를 걸려고 했다. 다행히 긴급 전화는 잠금을 해제하지 않고서도 걸 수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소를 말했다. 별장이 시내에서 떨어진 탓에 경찰은 30분 후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이때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육경한이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핸드폰을 아예 부숴버렸다. 입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쁜 사람... 다 나쁜 사람이야... 믿으면 안 돼...”퍽! 퍽! 퍽!밖에서 경호원은 문을 부술 기세로 발길질을 했다. 이미 힘이 풀린 소원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만 하염없이 떨어댔다.귀를 찌르는 소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과도를 들고 구석에 몸을 숨겼다. 눈물은 이미 앞을 가렸고, 경찰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었다.쾅!굉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고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먼저 진찬성 쪽으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진찬성은 곡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천을 뱉어낸 다음에는 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년을 다른 데로 옮겨. 곧 경찰이 도착할 테니까 그 전에 청소도 해줘.”소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달려 나갔다. 경호원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왔다.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경보음을 듣고 달
육경한의 눈빛은 아주 예리했고 보이는 감정이라고는 냉정함 밖에 없었다.소원은 순간 호흡을 멈추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진찬성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말했다.“매부, 저년을 차에 태우고 빨리 도망가요. 안 그러면 귀찮아질 거예요.”육경한은 그녀의 너덜너덜한 옷과 진찬성의 피로 얼룩진 다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그녀를 확 안아 올리더니 자신이 데려온 사람에게 지시했다.“여기 청소해요.”소원은 눈앞이 흐릿했고 온몸이 다 바들바들 떨렸다. 육경한은 진실을 감추려 하고 있었고, 그녀의 억울함도 풀 수 없게 되었다.진찬성의 말로 추정했을 때 피해자는 그녀 한 명뿐이 아닌 것 같았다. 순간 어디에서 온 용기인지 그녀는 육경한의 턱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습...”육경한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녀는 이 틈을 타서 그의 그곳을 찼다.“윽...”그는 안색이 확 변하더니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 소원은 그의 주머니에서 조금 전 빼앗긴 과도를 다시 꺼내 들고 진찬성을 향해 달려들었다.“죽여버릴 거야!”그녀의 눈빛에 겁먹은 진찬성은 화들짝 놀랐다.“악! 아악!”그는 원래 경호원을 끌어와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괜히 버둥거리다가 소원의 바로 앞에 엎어지고 말았다.칼은 결국 그의 어깨에 꽂혔다.“아아아!”그는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댔다.원래 찌르려고 했던 목을 찌르지 못한 소원은 칼을 뽑더니 다시 한번 휘둘렀다.“야! 이 미친년아!”진찬성은 오줌을 흘리며 겨우 칼을 피했다. 소원은 그를 죽이려고 결심했는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다리를 다친 진찬성은 달릴 수 없었다. 소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처럼 기어서 도망가야 했다.그는 경호원은 향해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가만히 서서 뭐 해?!”두 명의 경호원은 이제야 정신 차리고 광기 서린 소원을 붙잡았다.이때 별장 앞에는 검은색 차가 멈춰 섰다.“오빠! 오빠!”차에서 내려온 진아연은 피투성이가 된 진찬성을 보
“뭔데?”“진찬성이 내 영상을 찍었어. 그 영상 완전히 지워줘.”소원은 영상을 지우기보다는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육경한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지우는 게 나았다. 진찬성에게 남겨봤자 안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좋아.”육경한은 빠르게 허락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밧줄을 풀어줬다. 소원이 잠깐 힘을 푼 사이 그는 그녀의 피 묻은 셔츠까지 벗겼다.“야!”소원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막았다.“뭐 하는 거야?”육경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옷을 입고 경찰을 만날 생각인 건 아니지?”그는 자신의 셔츠를 던져줬고, 소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걸쳐 입었다. 진찬성에게 맞은 곳은 아직도 얼얼하게 아팠다.그녀가 셔츠 단추를 잠글 때 육경한은 그녀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당황한 듯 몸을 돌렸고, 정갈한 차림으로 다시 돌아섰을 때 육경한도 셔츠를 바꿔 입은 것을 발견했다.소원의 과도는 아주 작았다. 그 정도의 칼에 찔린 상처는 딱히 처치할 필요도 없었다. 육경한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본적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부끄럼을 타고 그래?”육경한은 잘 웃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래서인지 미소를 보인다고 해도 차갑게 느껴졌다. 그게 또 매력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소름이 돋은 소원은 고개를 휙 돌리며 대꾸하지 않았다.잠시 후 얼굴에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육경한이 차량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얼굴의 부기를 빼주려고 했던 것이다.차가운 캔이 얼굴에 스치는 동작은 아주 부드러웠다. 평소의 육경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그게 어색했던 소원은 직접 하려고 했다. 하지만 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뒤로 넘기며 예리한 눈빛을 보냈다.“그날 밤 내가 한 말, 다 들었지?”소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육경한은 그녀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모르는 척하겠다는 건가?”그날 병실에서 육경한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치가 떨리는 말을 했
육경한은 손을 뻗어 소원의 잔머리를 넘겨줬다. 그러고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나도 알고 싶어.”소원의 미소는 그대로 얼굴에 얼어붙었다. 입술이 하도 심하게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반대로 육경한은 기분 좋은 듯 피식 웃었다. 시선은 새끼손가락의 반지를 돌리는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지난번 구치소에서 여자들은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증명으로 했다. 비록 제때 잇기는 했지만 흉터가 하도 선명해서 이렇게 가릴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부모가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잠시 후 육경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 줄게.”분명히 원하는 일인데도 소원은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주먹을 쥐더니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진찬성이 벌받는 날까지 살아있어야 할 텐...”그녀가 말을 마저 하기도 전에 눈앞에 어두워졌다. 차가운 입술은 닿기만 하고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육경한은 웃음기가 서린 눈빛으로 물었다.“지금 질투하는 거야?”소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토록 누군가의 머리를 열어서 생각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또 처음이었다.‘도대체 어느 단어에서 질투라고 착각한 건지? 역겨줘.’소원은 미친 듯이 입술을 문질렀다. 동작은 입술의 껍질을 벗겨내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었다.순간 육경한의 안색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기 몸에 대고 거리를 좁혔다.이번에 그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과감하게 치아를 뚫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픈 듯 신음을 낼 때까지 내몰았다.소원은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반항해 봤자 그는 간지럽기만 했다.키스는 점점 깊어졌고 욕망은 위험한 신호처럼 밀려왔다. 소원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미친놈! 약혼녀가 바로 옆에 있는데 이러고 싶을까? 지금 날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거잖아.’이때 육경한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아연’이라는 두 글자가 떴다.육경한이 잠시 일어난 틈을 타서 그녀는 정확히 그의 상
소원은 육경한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사춘기 소녀가 아니다. 이런 말을 듣고 설렐 일도 없었다. 짐승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와도 역겹기만 할 뿐이다.그가 말을 끝내기 바쁘게 진아연이 찾아왔다.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그녀와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진아연은 창문을 통해 소원을 노려봤다.소원이 들은 것은 대부분 사과를 요구한다는 말이었다. 진아연은 소원에게 사과를 듣고 싶어 했다. 소원이 사과할 리 없다는 것은 육경한도 알았다. 그래서 적당히 그녀를 달래 차에 태웠다.경찰이 도착한 다음 소원은 남자친구와 싸우다가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원의 말을 듣고 별장을 검사하고는 그냥 거짓 신고는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떠나갔다.소원은 소종의 차를 타고 떠났다. 두 대의 차가 엇갈리는 순간 육경한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의 시선에 소원은 소름이 돋았다. 육경한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이제는 추측도 못 할 것 같았다. 육경한이 아는 의사가 흉부외과 전문의만 아니었어도 진작 도망가고 말았을 것이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10일 후에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능한가요?][그럼요.]소원은 이제야 시름을 놓고 메시지를 지웠다. 육경한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절대 가담할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빠른 시일 내로 부모님을 모시고 이 도시를 떠날 것이다....윤혜인은 아직도 별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를 감금한 장본인인 이준혁은 다섯 날이나 나타나지 않았다.도우미는 바뀌지 않았다. 도우미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금지당했다고 한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빌리려고 했지만, 이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그녀는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논 것밖에 없는 덕에 건강은 나름 좋아졌다.갇혀 있는 시간이 오래 되자 그녀는 창문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기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