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연규성이 갑자기 자신을 잡아당기자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그러자 연규성이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았다.“이 여자가 감히 어디서...”늘 거침없이 말하던 연규성도 지금 이 순간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여자를 만져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의 시선은 윤혜인의 아름다운 얼굴에 고정되었다. 반짝이는 눈, 붉은 입술, 이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묘사할 수 없었다.마치 새벽이슬 같기도 저녁노을 같기도 한 것이 모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아니,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생긴 사람이 있을 수 있지?’그러나 더 생각할 틈도 없이 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방어술을 잘 배워둔 윤혜인이 무릎으로 그의 복부를 강하게 찬 뒤 발로 그의 발등을 밟은 것이었다.“젠장!”고통에 연규성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그는 아랫배를 감싸며 발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윤혜인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이 더러운 변태!”그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인지 두 사람의 실랑이는 오히려 연인 간의 싸움처럼 보였다.그렇게 돌아서 나가려다, 윤혜인은 한 번 더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쳤다.그 살벌한 눈동자에 심장이 빠르게 뛰어 그녀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갔다.연규성이 쫓아가려 했지만 이준혁이 그의 한 손을 단단히 잡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이윽고 문이 또다시 열리더니 빠르게 닫혔다.이제 연규성은 어깨까지 아팠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는 의자에 기댄 뒤 손바닥에 남아있는 향기를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미친년! 누구더러 변태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잘 생겼으니까 여자들이 알아서 다가오는 거지, 변태는 무슨.”한편 레스토랑 문 앞.윤혜인은 차에 오르며 곽경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리려 했다. “윤혜인!”그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핸드폰 속 곽경천의 목소리와 동시에 말이다.윤혜인은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 살벌한 눈빛을 하고 있던 남자였다.그
동작이 하도 빠른 탓에 윤혜인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개자식... 읍....”윤혜인이 화난 목소리로 항의했지만 눈앞의 미친 남자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그는 강제로 그녀를 차에 눌러 앉히고 큰 손으로 윤혜인의 턱을 꽉 쥐어 그녀의 입과 이빨의 움직임을 제어하며 물려고 해도 물지 못하게 했다.윤혜인은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해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준혁이 산처럼 그녀를 짓눌러 숨쉬기도 어려웠다.하도 할퀸 탓에 손에 끈적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준혁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윤혜인의 마른 몸을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폭풍 같은 키스가 끝난 후, 그는 머리를 윤혜인의 목덜미에 얹고 마치 큰 늑대개처럼 그녀의 목을 핥았다.그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혜인아, 드디어 돌아왔구나...”강렬한 익숙함에 윤혜인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목덜미에는 남자의 눈에서 떨어진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대체 누구지?’주훈은 차에 오르자마자 윤혜인이 이준혁에게 눌려 키스를 당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바로 가림판 상승 버튼을 눌렀다.가림판이 올라가기 전, 남자는 새빨개진 눈을 한 채 차갑게 말을 뱉었다.“빨리 가.”주훈은 잔뜩 흥분한 이준혁에게 더 묻지도 않고 곧장 스카이 별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러웠던 윤혜인은 커다란 눈으로 앞에 있는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놀람, 혐오, 낯섦이 있었지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기쁨이나 반가움은 없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이준혁의 눈 속에는 욕망의 빛이 떠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더 강렬해졌다.윤혜인은 그의 굶주린 늑대 같은 시선에 놀라 몸을 지킬 무언가를 찾으며 급하게 대응했다.“이거 완전히 미친 사람이네?! 잘생기면 강간이 죄가 안 되는 줄 알아? 우리 오빠 태권도 9단이거든? 우리 오빠 오면 당신 죽을 줄 알아.”남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않았다.아니, 듣고 싶지도 않았고 이
크리스털 전등이 남자의 얼굴을 스쳐지나 벽에 부딪히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그리고 이준혁의 얼굴은 크리스털 조각에 긁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윤혜인은 맨발로 뛰쳐나가려다 바닥에 깔린 깨진 크리스털 조각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아버렸다.“조심해!”이준혁은 윤혜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릎을 방패 삼아 땅에 무릎을 꿇고, 그녀가 자신의 손바닥을 밟게 했다.이윽고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윤혜인이 그대로 발을 내디디자 크리스털 조각이 이준혁의 손등에 깊이 파고들이 피가 쏟아졌다.하지만 이준혁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들고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흐르는 피가 베이지색 침대 시트에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지긋이 바라봐주었다.죽은 줄 알았던 사람, 매일 밤 그의 꿈에 나타나던 사람이 지금 눈앞에 살아 있다.“윤혜인, 윤혜인...” 남자는 길고 날렵한 몸으로 그녀를 감싸 안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피 묻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 눈썹, 입술을 더듬으며 그는 떨리는 손길로 윤혜인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꼭 마치 이런 방식으로 그녀가 꿈속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듯 말이다.“혜인아.”남자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그러더니 윤혜인을 품에 안은 채 이준혁이 낮게 중얼거렸다.“날 미워해도 싫어해도 좋아. 하지만 날 떠나지만 마...”코끝에 퍼지는 것은 온통 피 냄새였다.그런 남자를 밀어내려 윤혜인이 힘껏 힘을 써보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윤혜인은 이준혁의 어깨를 세게 물었다.그러나 근육이 너무도 단단해 그녀의 이가 아플 정도였다.이준혁은 낮게 신음소리를 내며 살짝 뒷걸음질 쳤다.“아파?”정말이지 윤혜인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어이가 없어서 정말. 왜 하필이면 이런 정신병자랑 마주친 거야?!’그녀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만 놔줘요! 집에 가야 하니까!”하지만 이준혁이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 당신은 내 남편 아니야.”“맞는지 아닌지 내가 보여줄게!”곧 이준혁은 윤혜인을 침대에 밀어놓고 손목을 꽉 잡더니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눈빛은 마치 맛있는 사냥감을 포획한 야수 같았다.“이거 놔!”윤혜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남자를 피하려 했고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그렇게 이준혁이 몸을 숙이려는 순간.“쿵!”큰 소리와 함께 문이 발에 차여 열렸다.그러더니 한 사람이 달려와 이준혁을 땅에 눕히고 그의 머리를 강타하는 것이었다.이준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팔을 한 번 휘둘러 쉽게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우세했던 남자는 목이 무릎에 눌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윤혜인은 땅에 누워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눈빛이 흔들렸다.그러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탁자 위에 있는 재떨이를 집어 들어 이준혁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다.“퍽!”방심한 채로 공격을 받은 이준혁이 결국 손을 놓았다.재떨이는 바닥에 굴러갔지만, 다행히 단단한 재질이라 부서지지는 않았다.그러나 부서진 건 이준혁의 마음이었다.“툭...툭...”뒤통수에서 피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그는 마치 영화의 슬로 모션 장면처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 잘생긴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윤혜인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시선은 이준혁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다친 이준혁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달려와 그를 밀쳐냈다.힘이 세지 않았는데도 이준혁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 그녀가 밀쳐내는 대로 놔두었다.윤혜인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땅에 쓰러진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오빠... 오빠... 괜찮아?”“괜찮아.”곽경천은 이미 그녀와 함께 일어나 있었다.실제로 그는 매우 훌륭한 싸움 솜씨를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조급한 나머지 조금 전 밖에서 네 명의 경호원들과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새 없이 싸우는 바람에 부상을 당한 뒤였다.때문에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당
이준혁은 윤혜인이 곽경천의 팔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경계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그 모습을 보니 이준혁은 가슴이 더욱 아파왔다.“혜인아, 이리 와.”“여러 번 말했잖아요.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 나는 아니라고.”그녀는 남자의 손등과 이마에 가득한 피를 보고도 차갑게 말했다.“됐어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게요. 대신 다음에 또 이런 짓 하면 그땐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네가 맞아.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야.”차가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이준혁이 고집스레 말했다.“죽어서 재가 되더라도 난 널 알아볼 수 있어.”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을, 그가 절대 잘못 봤을 리가 없었다.그녀는 바로 윤혜인, 이준혁의 윤혜인이었다.‘정말 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럼 일이 복잡해지는데... 나중에 또 이런 미친 짓을 한다면 법이 처벌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니까...’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이준혁 씨, 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야죠,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알겠어요?”아주 진지한 눈빛이었다. 정말 이준혁에게 병이 있다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낯선 남자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한 그녀는 그저 자신이 더러워진 것만 같아 얼른 돌아가서 깨끗이 씻고 싶었다.그녀는 곽경천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오빠, 이만 가자.”그러자 곽경천은 이준혁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다시 차갑게 경고했다.“이준혁 씨, 다음번에 또 제 동생에게 무례하게 구시면... 저희 곽씨 가문,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곽씨 가문의 사업은 서울과 관련이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인맥은 있었다.모두가 알만한 가문이었기에 그는 이준혁도 행동하기 전에 반드시 고민해볼 것이라 믿었다.곧이어 곽경천이 윤혜인의 손을 잡고 떠나려 하자,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잠깐만.”두 남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그녀가 쓰레기통에서 반지를 찾는 것이었다.다행히 쓰레기통은 새로 바뀐 것이라 그 안에는 반지 외에 다른 쓰레기가 없었다
‘이 사람이 내 남편이면... 그럼 재윤 씨는 뭐야? 남편이 있는 상태에서 재윤 씨랑 결혼했다는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모든 것이 얽히고설킨 거대한 그물 같았다. 윤혜인은 이 혼인신고서에 충격을 받아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결국 몸에 힘이 풀리며 쓰리지고 말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곽경천은 놀라 동공이 확장되었다.“혜인아!”이준혁은 숨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며 급히 그녀를 안아 방문을 차고 나간 뒤, 자신의 차에 태우고 떠났다.곽경천도 급히 차를 몰아 그들을 뒤쫓아갔다.차는 병원에서 멈췄다.이준혁이 그녀를 안고 병원에 들어가려는 순간, 뒤따라 온 곽경천이 막아섰다.그러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쯤 하시죠.”곽경천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혜인이는 저한테 맡겨요. 괜히 애 해치지 말고.”얼마간 망설이다가, 결국 지나치게 창백해진 윤혜인의 얼굴을 보고 이준혁은 그녀를 곽경천에게 넘겼다.차가 다시 출발했고 곽경천은 그녀를 바로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갔다.그곳에는 주치의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 방 안에서 뇌파 간섭 치료가 질서 있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남자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 방은 밀폐된 치료실로, 안에는 침대와 각종 장비가 있었다. 윤혜인은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치료 침대에 누워 있었고 머리에는 수많은 가느다란 관들이 꽂혀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준혁은 심장이 비틀린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곧 안색도 잔뜩 어두워졌다.“대체 무슨 일이예요?”“저희가 혜인이를 다시 찾았을 때, 혜인이의 뇌 신경은 이미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수차례 고통스러운 치료를 거쳐 지금의 상태로 회복한 거죠. 이 말이 나온 김에 묻고 싶네요. 이준혁 씨...”곽경천은 냉담한 눈빛으로 말했다.“혜인이를 왜 강물에 떨어뜨린 거죠?”당시 윤혜인이 강물에 떨어진 일이 곽경천은 늘 의문이었다.그는 항상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인 짓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윤혜인이 작업실로 돌아온 기회를 이용해 그
“그건 안 됩니다!”이준혁이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하자 곽경천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이 대표님께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혼인신고서가 있어도 5년간 별거했으면 충분하지 않나요?!”그러나 이준혁은 단호했다.“전 혜인이랑 이혼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쪽이 대신 결정할 수 없어요.”이준혁이 아직도 윤혜인에게 미련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곽경천은 다소 놀랐다. 그는 방안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혜인이가 깨어나면 모든 걸 알려줄 거예요. 혜인이도 알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준혁 씨한테 받은 상처를 떠올리고 혜인이가 내리는 선택을 그쪽이 반드시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혜인이한테 강요하지 말고요.”곽경천은 숨김없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윤혜인에게 말할 생각이었다.“혜인이가 기억을 잃은 게 오히려 당신한테는 좋은 일 아닌가요? 기억을 되찾으면 이준혁 씨에게 혜인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충분히 똑똑하신 분이니 말 안해도 아시겠죠?”이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곽경천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또 한 가지 말할 게 있습니다.”곽경천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윤혜인에게 아이가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혜인이는 자신의 심리 치료사였던 오재윤과 함께 지내며 감정을 쌓아 사랑의 결실을 맺었어요. 나중에 결혼식 직전에 오재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윤혜인은 그의 아이를 낳았습니다.”곽경천은 그에게 윤혜인이 그를 떠난 후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이준혁이 없는 세상에서도 행복으로 충만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말이다.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이준혁은 입술마저 떨렸다.“그걸 왜 저한테 말하시는 건데요?”“제가 말 안 한다 해서, 대표님이 알아내지 못할 것 같으세요?”곽경천은 알고 있었다. 아름이의 신분을 비밀스럽게 처리했지만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었다.때문에 이준혁이 의심해서 조사하는 것보다 자신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는 윤혜인과 아름이를 잃을 수 없고 싶지 않았으니 말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었다.윤혜인은 진지하게 말했다.“언제 시간 돼요?”그러자 이준혁이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조금 쉰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너와 함께라면 언제든지 시간 낼 수 있어.”수천억 원의 사업이라도 그는 지금 당장 내려놓을 수 있었다.윤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가요.”순간 어리둥절해졌지만 이준혁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윤혜인의 현재 천진난만한 성격은 아마도 곽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라며 형성된 것일 것이다.보아하니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큰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당장이라도 윤혜인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이준혁은 애써 참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어디 가려고?”그러자 윤혜인은 그가 모른 척한다고 생각했는지 직설적으로 말했다.“어디겠어요, 이혼하러 가는 거지.”“뭐?”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준혁의 표정이 얼어붙었다.“이혼이요.”윤혜인은 다시 한번 반복해 말했다.“우리의 과거는 오빠가 이미 말해줬어요. 당연히 그쪽도 제 상황을 알고 있겠네요. 지금 당신은 제게 낯선 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부부로 지낼 수 없어요.”이준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왜 불가능하다는 거야? 넌 원래 내 아내야.”“하지만 지금의 전 당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그냥 낯설게 느껴질 뿐이고, 더 이상 부부로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윤혜인의 단호한 말에 이준혁은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당장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우리 일단 지내보자. 내가 반드시 잘해줄게, 응?”“안 돼요.”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협상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부부는 감정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근데 지금의 전 당신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아마 예전에도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완전히 잊어버릴 리 없잖아요.”순간, 윤혜인의 머릿속에는 오재윤이 떠올랐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되어있었다.하지만 이준혁이 그녀 앞에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