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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방해가 될 건 없어. 많이 아프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해.”

이준혁은 담담하게 대답할 뿐, 결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세희 넌 일찍 쉬어.”

이준혁이 떠나고 병실에는 임씨 아주머니와 임세희만 남았다.

“아줌마, 들었어요? 조금 전에 준혁 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들었어요?”

임세희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서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거면 될수록 만나지 말라고? 저 뜻은 그녀에게 윤혜인을 그만 찾아가라는 거잖아!

윤혜인이 벌써 이준혁에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된 건가? 그녀를 뛰어넘을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가?

가쁜 숨을 몰아쉬던 임세희는 얼굴까지 일그러지고 있었고 임씨 아주머니가 얼른 임세희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위로했다.

“아가씨, 상심하지 마세요. 준혁 도련님이 결혼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꾹 참으셔야 합니다.”

“제가 더 어떻게 참아요! 그 나쁜 년은 임신까지 했단 말이에요!”

얼굴이 퍼렇게 질린 임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고 그 말에 임씨 아주머니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확실해요?”

“그 여자가 임신한 게 확실해요. 아줌마, 나 이제 어떡해요?”

임세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묻자 임씨 아주머니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럼 그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면 되죠.”

“근데 그러다가 준혁 오빠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준혁 오빠가 예전만큼 나를 믿지 않아요.”

“아가씨, 아가씨가 직접 손을 쓰는 건 아주 바보 같은 방법이에요. 다른 사람 손을 빌려서 일 처리할 줄도 알아야죠. 그리고 아가씨는 깔끔하게 빠지는 겁니다.”

임씨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임세희 목에 남겨진 키스마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임세희가 울고불고하던 그때, 동작이 너무 커서 목에 있던 빨간 흔적이 살짝 드러난 것이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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