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4화

“지금은 이혼 못 해, 할아버지 때문에…”

이준혁이 굳은 얼굴로 낮게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가 안정이 되면 그때 다시 나한테 연락해요. 전 언제든 시간 있으니까요.”

눈물을 닦은 윤혜인이 단호하게 돌아서서 떠났다.

이젠 무감각해진 마음 덕분에 통증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두어 걸음 내딛었을 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혜인 씨, 준혁 오빠…”

임세희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다가 이준혁 곁에 닿을 때쯤 갑자기 몸이 휘청거렸고 이준혁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

이준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자 임세희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병원에 재검사 받으러 왔다가 오빠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올라가는 걸 봤어. 준혁 오빠, 할아버지는 괜찮으셔? 나 할아버지 보러 가고 싶어.”

이때, 윤혜인이 임세희의 앞을 막더니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임세희 씨, 할아버지께 폐를 끼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임세희 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준혁 오빠, 난 단지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한 말인데 혜인 씨가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적대심을 보이는 거야…”

임세희가 불쌍한 척하며 울먹거렸고 윤혜인은 그런 그녀의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막 응급실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임세희를 만났다가 화가 나서 병이 재발하기라도 하면 매우 위험하다.

윤혜인은 이준혁도 그 정도 눈치는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준혁이 임세희를 설득했다.

“세희야, 넌 지금 할아버지 앞에 나타나면 안 돼.”

뭐라고?

울먹거리던 임세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준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준혁 오빠는 날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저렇게 대놓고 할아버지를 만나지 말라는 말을 하다니! 준혁 오빠 아버지를 제외한 이씨 집안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한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날 좀 어르고 달랠 수는 있잖아?’

임세희가 윤혜인을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