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핸드폰의 빛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와 두 사람 사이에 비췄다.강하랑은 그의 그윽한 눈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뜨거운 온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무의식적인 행동 덕에 그녀도 정신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과장된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손을 빼내고는 등을 돌려버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엔 거울이 없었다. 만약 거울이 있었다면 빨갛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들켜버렸을 것이다. 강하랑도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빨갛게
방금까지 연유성이 재밌다는 듯 그녀를 놀린 것만 생각하면 강하랑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사람은 무서운 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야. 이런 것도 견뎌내야 해.”그녀는 더는 그를 놀리지는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연유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가 그녀를 놀리고, 그녀가 그를 놀렸으니 공평해졌다.그녀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강하랑...”어둠 속에서 한참 지났을까, 옆에 있던 남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핸드폰 좀 꺼내줘. 부탁할게, 응
강하랑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손가락엔 굽이 부러진 하이힐이 대롱대롱 걸려있었고 맨발로 바닥을 밟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옷매무새에 한눈에 봐도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가련한 여주인공처럼 보였고 다치면 부서질 것 같은 인형 같기도 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연유성은 더욱 화가 나게 된 것이다!어쩌면 강하랑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고, 또 어쩌면 그녀가 단이혁에게 달려가 안긴 것 때문에 연유성이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연 대표님께서 정말로 새로 사 주고 싶다면 지금 당장
그 남자는 마치 겪어본 사람처럼 말했다. 만약 연 대표님이라는 신분 차이가 아니었다면 그는 분명 연유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을 것이다.그 남자의 말을 들은 연유성은 바로 미간을 확 구기며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누가 그래요? 제가 쟤를 좋아한다고?”목소리는 작지 않아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귀에 아주 잘 들려왔다. 그들은 전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좋아하지 않으시면 이혼하면 되잖아요. 강하랑 씨랑 아까 그 남자분도 아주 어울리던데요.”그를 위로해주던 남자가 바로 한마디 보탰다.연유성의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그는
연유성이 이렇게 빨리 답장할 줄은 몰랐던 임서화는 살짝 멍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어떻게 되었어요?”강세미는 임서화의 표정을 보더니 행여나 아무런 효과가 없을까 봐 초조한 어투로 물었다.그리고 두 눈으로 연유성이 보낸 답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임서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활짝 웃었다.“됐어! 유성이가 곧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잊지 말고 내가 아까 알려준 대로 해. 최대한 처연하고 가련한 표정을 지어! 남자들은 그런 얼굴에 껌뻑 넘어가니까!”강세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속으로 안도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임서화 앞에서
임서화는 말끝을 흐리며 다시 눈물을 보였다.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할 수가 없었다. 특히 그가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처참한 강세미의 몰골을 봤을 때 더더욱 말이다.강세미의 머리는 아주 많이 헝클어져 있었고 옷도 축 늘어나 있었다. 손에는 밀가루와 크림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었고 계속 손으로 반죽을 주물럭거리며 중얼거렸다.연유성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이내 입술을 틀어 물었다.옆에 있던 임서화는 다시 눈물을 보였다.“두 날 동안 세미가 계속 이런 상태였어. 잘못을 했으니 너한테 케이크를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반드
강하랑은 이내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미 그녀와 단세혁의 사이를 밝힐 때부터 그녀는 강씨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찾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며칠이 지나서야 연락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받을 생각이었다.핸드폰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그녀는 그제야 느릿하게 통화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핸드폰 너머로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임서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랑아, 나야. 엄마야. 요즘 많이 바쁜 거니?”강하랑은 때마침 단이혁이 사 준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강하랑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소리를 내며 내리치고 있었다. 아직 임서화의 목적을 파악하지 못한 강하랑은 바로 거절하지 않았다.만약 목적이 단세혁이라면 임서화는 분명 그녀에게 단세혁과 함께 오라고 당부했을 것이다.그녀는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지 않는다면 키워준 은혜도 모른다며 단세혁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되면 단세혁의 직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었다.아무리 강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모질게 대했어도 그녀를 키운 것은 맞았다. 그리고 뒤에서 몰래 그녀를 죽이려고 한 것도 그들이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