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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등잔 밑이 어둡다,

제원의 새벽 4시는 만물이 조용해지는 시간이다.

남자는 성혜인의 목소리를 듣는 데 특별히 사용되는 작은 이어폰을 손끝에 쥐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제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설마 바보같이 반승제의 달콤한 말 몇 마디에 흔들린 건가?’

손에 쥐고 있던 이어폰을 내려놓자 누군가 조용히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성혜인을 계속 배현우의 곁에 놔둘 수는 없었다.

남자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눈을 가늘게 떴고 그의 아우라에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한참 후, 그는 이어폰 한쪽을 휴지통에 버렸다.

“배현우에게 반승제가 그 별장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여유롭게 눈을 감았다.

“아참, 그리고 성혜인한테 얘기해. 임지연의 생사를 개의치 않는다면 쭉 지금처럼 반승제랑 붙어있으라고. 어차피 난 다음 달 5일 저녁에 떠날 거니까 손잡을지 말지는 성혜인한테 달려있어.”

“알겠습니다.”

경호원들은 존경심이 가득한 눈길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들에게 있어 눈앞의 이 남자는 BK를 질서정연하게 관리하는 최강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경호원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30분 후, 배현우는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반승제가 여기에 숨어있다고?”

그는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주위의 경호원들을 훑어보았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현우는 손을 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답했다.

“내가 반드시 찾아낼 거야.”

성혜인이 방에서 쉬고 있던 그때 창가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건 미스터 K였다. 그는 임지연의 생사를 정말 신경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성혜인이 고개를 숙인 그때 누군가 방문을 털컥 열고 들어왔다.

배현우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욕실로 직행했다.

욕실에는 성혜인의 세면도구만 있었는데 거울 뒤편의 서랍을 열자 역시나 남성용 세면도구가 잔뜩 나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살기를 내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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