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87화 사람은 늘 어릴 적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가진다

방우찬이 떠나고 나서야 장하리는 맥없이 문을 닫고 벽에 기대었다.

온몸이 아팠다. 이렇게 방우찬이 소란을 피우고 가니 더욱 피곤한 듯했다.

장하리는 눈마저 뻑뻑한 듯 해 힘겹게 눈을 깜박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이 주말이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침대에 몸을 뉘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녀에게 남은 가족은 어머니 한 명뿐이었다이었다. 이미 몇 년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더구나 딸에게 전화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장하리는 심장이 떨려옴을 느끼며 핸드폰을 들었다. 손가락까지 벌벌 떨렸다.

수신 버튼을 여러 번 헛누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엄마...?”

“하리야, 저녁에 시간 좀 있니? 할 말이 있다.”

어머니가 먼저 약속을 잡은 것이 처음이었기에 장하리는 조금 놀라운 마음이었다.

예전에 부모님께서 이혼하지 않으셨을 때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만 재판 당시 어머니에게 양육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가족 간의 사랑이란 느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사람은 늘 어릴 적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갖는 법이다. 장하리는 자신의 어머니가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돈을 드릴 때만 말투가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모른척했다. 그 부드러움이 바로 자신이 미친 듯이 원하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병적인 심리이기도 했다. 일찍부터 알아차렸지만 고칠 수 없었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집에 돈을 보내는 것도 습관이 된 터였다.

어머니의 입에서 관심 어린 말이 들릴 때마다 그녀는 더더욱 울분이 쌓였다.

“네, 엄마. 장소 정해주세요.”

노임향은 딸이 나올 것을 확신하고 위치를 보냈다.

주소를 본 장하리는 오후까지 호텔에서 숙면을 취했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므로, 그녀는 스카프까지 두르고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만나기로 한 곳은 국숫집이었다. 돈을 지극히도 아끼는 노임향이 딸에게 비싼 음식을 대접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