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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대표님 참 매정하네요

성혜인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던 반승제가 빠르게 뒷걸음치는 그녀를 보았다. 너무 갑작스레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하마터면 옆에 있는 큰 화분에 부딪힐 뻔했다.

“혜인아!”

다급히 성혜인을 부른 그가 성큼성큼 다가가려 했다.

성혜인은 몸을 움츠렸고 머릿속이 심하게 복잡해졌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승제 씨, 저 가서 쉴게요. 머리가 아파서.”

손가락 끝이 벽에 닿자 곧바로 벽을 더듬으며 성혜인은 반승제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바로 떠났다.

반승제가 얼른 쫓아 나왔다. 성혜인이 복도로 왔을 때,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승제 씨 오늘은 있어요? 여러 번이나 왔는데 나와서 만나지도 않고. 제 물건이 아직도 네이처 빌리지에 있는걸요.”

밖에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임수아가 고개를 들어 성혜인을 보았다. 그녀는 단번에 자신과 비슷한 얼굴인 이 여인이 반승제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성혜인은 그저 발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 없이 벽을 더듬으며 떠나려 했다.

임수아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생각했다.

‘그래서, 그 좋아한다는 여자가 맹인인 건가?’

그녀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느껴졌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당연히 맹인보다는 정상인이 나지 않겠는가.

그녀가 입꼬리를 반달처럼 예쁘게 접으며 그제야 성혜인을 발견한 듯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언니, 앞이 잘 안 보여요? 어디 가시려고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저 여기 잘 알아요.”

성혜인이 대답도 하기 전에 임수아가 그녀의 팔뚝을 잡아 부축했다.

이에 성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했다.

“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이제 그만 놔주세요.”

성혜인은 정말로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낯선 사람에게 부축받는 건 더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 성혜인은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후각과 청각은 매우 영민해진 상태였다. 슬쩍 다가오는 여인의 향기를 맡아보니 전에 반승제에게서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

성혜인은 배현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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