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성혜인을 노려보는 시선은 더욱 원망스럽고 악랄해졌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수천 번은 죽이고 남았을 것이다.성혜인이 이상한 느낌을 받던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야유 소리가 들려왔고 남 일에 참견하는 타입이 아니었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나 설씨 가문의 아가씨야.”“퉤! 아가씨 같은 소리하네. 여기에 왔다는 건 팔렸다는 뜻이고 넌 앞으로 내 노예가 될 거야. 아이를 다섯 명 낳기 전까지는 떠날 생각도 하지 마.”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벽 너머를 바라봤고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은 설인아였다.설인아가 왜 그레이 지대에 나타난 거지?그 와중에 성혜인을 발견한 설인아는 두 눈이 반짝 빛났다.“혜인 씨, 나 좀 꺼내줘요. 안 그러면 우리 큰오빠한테 다 일러바칠 거예요.”성혜인은 그저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최근에 일어난 모든 일을 반승제를 통해 이미 전해 들었다. 설인아는 설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란 건 이미 확정한 사실이다. 임수아가 맞는지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설기웅도 움직이지 시작했고 서주혁도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사건의 진실은 조만간에 밝혀질 것이다.설인아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때다 싶어 달려들어 성혜인의 다리를 덥석 껴안았다.“큰오빠 찾으러 왔어요. 우리 오빠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면 찾고 나서 바로 여기를 떠날게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도와줘요. 방금 전에는 제가 실수했어요. 그런 말투로 부탁하면 안 되는건 데...”성혜인은 원수에게 덕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다. 하물며 설인아 때문에 죽을뻔했는데 그녀를 굳이 도와야 하는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눈살을 찌푸린 채 서 있던 성혜인은 설인아의 뒤에 있던 남자가 달려와 그녀의 발목을 덥석 잡는 걸 목격했다.“미쳤냐? 돈까지 줬는데 감히 도망쳐?”순간 뺨 한 대가 날아와 설인아의 얼굴을 때렸다.
“우릴 꼬시려고 이렇게 야하게 입은 거야?”“섹시하네.”증오에 사로잡힌 설인아는 목이 멘 채로 절규했다.“하지 마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혜인 씨, 제가 이렇게 빌 테니까 한 번만 살려줘요.”“전 단지 우리 오빠를 찾으러 온 것뿐인데 도대체 왜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오빠, 살려줘요.”제원에 있는 설기웅이 그녀를 구하러 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그녀는 여러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사람이 아닌 꼴로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망가진 몸은 더 이상 그 어떤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그 직후 설인아는 길거리에서 성혜인에게 애원하는 영상, 사람들에게 모욕당한 영상, 여러 사람들에게 당하는 영상까지 전부 설기웅에게 보냈다.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오랜 시간 동안 설인아를 아껴왔던 그는 이제 남은 정마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영상을 본 순간 충격으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는 핏기가 빠진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서주혁과 함께 서천에 온 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서주혁이 데려온 사람들은 흩어져서 조사에 몰두했다.그 와중에 설기웅은 뭔가 자극을 받은 사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차 밖에 서 있던 서주혁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대표님, 어디로 가시려고요?”설기웅은 생각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플로리아에 다녀오려고요. 할 일이 생겨서요.”서주혁은 아마 설인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에 굳이 막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 길 내내 수천 통의 전화를 걸어 애원했으니까.설기웅은 액셀을 끝까지 밟으며 설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인아 좀 찾아줘요.”설우현은 아직도 설씨 가문에서 설의종을 돌보고 있었다.설의종은 임수아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오랜 집착이 무너져 병으로 쓰러졌다.하여 설씨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세력들도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설우현 혼자만으로 버티기에는 턱없이 힘들었다.이런 와중에 어떻게 설인
오랫동안 아끼던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는 영상을 보게 된다면 괴롭기 마련이다. 심지어 영상 속의 설인아는 성혜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성혜인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그것 때문에 설인아는 결국...당장 플로리아로 날아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던 설기웅은 최대한 액셀을 밟았다. 그러던 중 여러 개의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협박 문자였다.[지금 이 계좌로 140억을 이체하지 않으면 네 여동생의 영상은 플로리아 전 지역에 퍼질 거야.]끼익!그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더니 곧장 비서에게 그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명령하며 위치 추적까지 시켰다.그렇게 10분 후, 비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없는 번호라고 뜹니다. 아마 다른 국가에서 보내온 메시지 같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최근 몇 년간 사기가 만연했습니다.”“그러니까 보이스피싱이라는 거야?”“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대표님, 회사의 경영권이 우현 도련님에게 넘어갔다는 소문이 도는데 사실입니까?”과거에는 설우현은 회사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드물었고, 줄곧 설기웅이 헌신적으로 일에 매진했다.직원들은 대표가 바뀐다는 소식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설기웅의 마음은 회사에 있지 않았다.그 번호로 영상 두 개가 날아왔고 그다음 순간에 설인아와의 연락이 끊겼으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그는 재빨리 사람을 시켜 영상을 분석했는데, 포토샵이 아닌 실제 동영상이라는 답변을 듣고선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한시라도 빨리 플로리아로 돌아가 설인아를 구하고 싶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차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사람을 시켜 설인아를 찾았다.마침내 악명 높은 빈민가에서 발견되었다.이미 제정신이 아닌 설인아는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오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오빠... 엉엉...”정신이 이상한 미친 여자가 이곳에서 어떤 일을 당했을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어떤 남자는 자신의 사타구니로 설인아의 머리를 눌렀다.“살려주세요! 싫어요. 혜인
“인아야, 괜찮아.”설기웅은 그녀를 품에 안고 손을 들어 가볍게 쓰다듬었고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그의 품에 안긴 설기웅은 원망의 불길이 미친 듯이 타오르고 있었다.이게 바로 그녀가 남자들에게 협조한 대가였다. 일을 크게 만들수록 설기웅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편에 서게 될 테니까.지금 그녀의 처지가 매우 비참했기에 설기웅은 그녀를 구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성혜인에게 증오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그러니 목표는 달성되었다.설인아는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여전히 혼잣말로 미친 소리를 지껄였다.이번에 희생이 큰 만큼 성혜인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그 영상을 보게 된 나미선은 눈앞이 깜깜해지며 기절 직전이었다.그녀는 재빨리 설의종이 있는 방으로 갔다. 설의종은 지난 며칠 동안 줄곧 침대에 누워있으며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후에도 조용히 침대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창밖을 보고 있다가 이따금 헛기침했다.설의종은 젊었을 때 업계에서 뛰어난 도련님이었고 외모나 능력에서 모두 일품이었다.하여 백발이 된 지금도 젊었을 때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여보, 인아 좀 도와줘요. 너무 안쓰러워요...”나미선은 침대 옆에 앉아 심장이 부서질 듯 목 놓아 울부짖었다.“여보, 우리 인아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런 일을 겪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플로리아 사람들이 다 알게 됐으니 시집도 못 갈 텐데... 잠깐 밖에서 지내고 있으면 의붓딸로 삼을 생각이었어요. 나중에 괜찮은 집에 시집보내면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나미선은 조심스럽게 영상을 설의종에게 보여줬다. 하나는 성혜인이 모질게 거절하는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게 모욕당하는 영상이었다.순간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성혜인이라는 여자는 우리 인아가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을 것도 모자라 이런 일을 겪게 했어요. 정말 너무하잖아요. 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줄곧 싸늘한 표정을 짓
‘하늘? 누구지? 설마 예전에 같이 도망갔다던 그 사람인가?’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만약 그가 나미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세 아이를 낳을 수가 있겠는가?“콜록.”설의종은 단기간에 기력이 모두 소진된 듯 여전히 기침하며 흐릿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우현아, 네가 직접 동생에 대해 알아봐. 만약... 운 좋게 아직 살아있다면 설씨 가문의 모든 지분을 그 애한테 넘겨줄 거다. 남은 여생 먹고 살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어. 콜록.”“아버지, 일단 진정하세요.”설의종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날 원망하지 않느냐?”그의 말대로라면 두 아들은 지분이 아닌 다른 재산만 얻을 수 있다. 이 사회에서 딸은 대부분 혼인에 이용되는 존재였고, 그만큼 사람들은 딸을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여겼다.어쩌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지분을 물려주려고 하는 거나 다름없다. 설우현도 사람인데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원망 안 해요. 전 아버지가 얼른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동생도 마찬가지고요. 비록 살아있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반 대표를 한번 만나봐. 진세운이 뭔가 수상하다고 알려준 사람이 반대표거든. 차라리 그게 사실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친자 확인이 조작됐을 수도 있잖아. 어쩌면 우리 딸이 살아있을 수도 있어.”설우현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네, 한번 만나보고 올게요.”설의종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지만 그럼에도 입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설우현이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찰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설기웅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수신 버튼을 누르자 곧이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현아, 인아가 지금 많이 위태로워. 죽기 전에 꼭 아버지를 뵙고 싶대.” 설우현은 동공이 급격하게 움츠러들었다.“위태롭다뇨?”설기웅은 고통스러워하며 병원 복도에 기대어 있었다. 설인아는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어쩌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그
설의종은 또 피를 토했고, 어찌나 허약한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나미선은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안방으로 왔는데, 오자마자 설인아가 곧 죽을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주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게 된다는데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우현아, 얼른 네 형한테 전화 걸어서 인아랑 같이 오라고 해. 어쩌면 네 아버지를 만나면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몰라.”설의종의 입장에서 이 모든 일을 바라보자 설우현은 안타까운 마음에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설인아가 살아남았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다. 진정한 여동생은 행방조차 모르는데...이 집안에서 여동생의 생사를 걱정하는 건 설우현과 설의종 둘 뿐이다.그러나 결국 그는 전화를 걸었다.아니나 다를까 설기웅은 곧바로 설인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설인아는 걷는 것조차 힘든지 설기웅의 등에 업혀있었다.그녀는 설의종의 침대 옆에 앉게 되었고, 마치 언제라도 눈을 감을 듯 힘겨워 보였다.“아버지랑 단둘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일단 잠깐만 자리를 비켜주세요.”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나갔고, 방문은 굳게 닫혔다.설의종은 침대 옆에 기대어 냉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설인아는 사악함이 가득 찬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지금 당장 설의종을 죽이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설씨 가문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앞으로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설기웅과 나미선은 그녀의 편이니까.설의종은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나 다름없다.솔직히 설인아도 그 남자가 어떻게 했는지 몰랐다. 의사의 거짓 증언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그럴싸한 핑계를 댔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그가 준 약을 먹은 게 신의 한 수인 듯싶다. 먹자마자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죽기는커녕 설인아는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아버지, 저를 보고 싶지 않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꼭 바로 잡
설인아의 연기력은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언제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은 허약하기 그지없었고 독을 탈 만한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모습이었다.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깐 주춤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검사를 맡겼다.설인아는 여전히 설기웅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펑펑 쏟았고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몸마저 덜덜 떨었다.옆에 있던 나미선은 마치 설인아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듯 옆에서 끊임없이 위로 하고 있었다.곧이어 의사가 부랴부랴 달려와 설의종의 병세를 살폈고, 그 와중에도 설우현은 절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아버지 상태가 좀 어떤가요?”“일시적인 호흡곤란이 온 것 같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다른 증상은 없나요?”“네, 없습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설인아은 설기웅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오빠, 저 이제 그만 갈래요. 아버지는 절 보기만 해도 화가 나나봐요.”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자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처량해 보였다.설기웅은 한숨을 내쉬더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시켜 그녀를 데려다줬다.설의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금, 장남인 그가 자리를 비우는 건 파렴치한 행동이니까.설기웅의 별장으로 돌아온 설인아는 만족스러운 듯 눈빛이 사악하게 돌변했다.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남자에게 연락했다.“한 방울만 마셨고 나머지는 전부 피부에 닿았어요. 이래도 효과가 있을까요?”“네, 한 방울도 아주 치명적이어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설의종은 순간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그 남자가 약을 건네줄 때 아주 독하다고 강조해서 그런지 이런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잘됐네요! 그럼 평생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이죠? 이제 오빠가 성혜인을 상대하는 일만 남았네요? 성혜인이 죽으면 어차피 아무도 설씨 가문의 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쯤이면 오빠랑 엄마가 저를 설씨 가문으로 데려가겠죠?”여러 사람에게 강간당한 일은 이미 소문이 잔뜩 퍼졌기에 나미선과 설기웅은 그녀를 무척이나
“형, 전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었잖아요. 우리 진짜 여동생이 아직 살아있다면 설씨 가문의 주식을 모두 여동생에게 넘겨주고 남은 재산을 우리한테 주겠다고요.”최근 몇 년간 설기웅이 회사를 맡았고 게다가 주가가 계속 상승하였으므로 플로리아 상권에서 회사의 명성은 제원에서의 반승제와 비슷했다.설기웅은 회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다. 그럼에도 주식을 하나도 갖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겠는가.그러나 다행히도 설기웅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깨어있는 사람이었다.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랬지.”설우현이 이어서 말했다.“지금부터 형과 저, 그리고 제 사람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아버지를 뵈러 올 수 없게 해요. 형도 어머니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설기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설우현은 가문 사람들을 병원에서 지키게 한 뒤 플로리아의 그레이 지대를 향해 차를 몰았다.그레이 지대는 무법천지인 곳으로 지하 격투장이 있는 곳이다.시 중심과 거리가 꽤 있었기에 그는 세 시간 동안 운전해서야 도착했다.가면을 쓰고 내부로 들어가서야 그는 이곳이 얼마나 어둡고 밑바닥인 곳인지 알게 되었다.전에 한 번 와본 적은 있었다. 당시 많은 내로라 하는 가문들이 이 지역을 놓고 경쟁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몰래 들어가 본 이곳은 외부와 아예 다른 세상이었다.그레이 지대는 본디 건달과 깡패들이 날뛰는 곳이므로 소란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누군가 도를 넘는 큰일을 저지르면 이틀 내로 이곳에서 사라지게 된다.그레이 지대는 격투장에서 관할했고, 총격전이 벌어지면 격투장이 앞장서서 파벌을 처리했다.다른 것에 대해서 격투장은 절대 관여하는 일이 없다. 그것은 개인적인 원한이므로 관여할 이유도 없다.하기에 이름난 가문의 자녀들이라면 이곳에는 오지 않았다. 이곳은 사념이 있는 사람들만이 출입하는 곳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문을 열고 들어간 설우현의 눈에 띈 건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었다.장미의 손에는 고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