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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을게요

설의종은 또 피를 토했고, 어찌나 허약한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나미선은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안방으로 왔는데, 오자마자 설인아가 곧 죽을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주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게 된다는데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현아, 얼른 네 형한테 전화 걸어서 인아랑 같이 오라고 해. 어쩌면 네 아버지를 만나면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몰라.”

설의종의 입장에서 이 모든 일을 바라보자 설우현은 안타까운 마음에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설인아가 살아남았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다. 진정한 여동생은 행방조차 모르는데...

이 집안에서 여동생의 생사를 걱정하는 건 설우현과 설의종 둘 뿐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설기웅은 곧바로 설인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설인아는 걷는 것조차 힘든지 설기웅의 등에 업혀있었다.

그녀는 설의종의 침대 옆에 앉게 되었고, 마치 언제라도 눈을 감을 듯 힘겨워 보였다.

“아버지랑 단둘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일단 잠깐만 자리를 비켜주세요.”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나갔고, 방문은 굳게 닫혔다.

설의종은 침대 옆에 기대어 냉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설인아는 사악함이 가득 찬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지금 당장 설의종을 죽이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설씨 가문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앞으로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설기웅과 나미선은 그녀의 편이니까.

설의종은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나 다름없다.

솔직히 설인아도 그 남자가 어떻게 했는지 몰랐다. 의사의 거짓 증언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그럴싸한 핑계를 댔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가 준 약을 먹은 게 신의 한 수인 듯싶다. 먹자마자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죽기는커녕 설인아는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아버지, 저를 보고 싶지 않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꼭 바로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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