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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우연이 아닌 운명일지도

왜 설인아를 구해주지 않느냐 물으려던 그가 멈칫하더니 결국 입술만 몇 번 짓씹었다.

어찌 되었든 성혜인에 대한 설인아의 행동은 매우 비열했다. 결국 성혜인의 눈까지 멀게 했었지.

결국에 애인을 해친 사람이니 구하든 말든 모두 그의 선택인 것이다. 아무도 탓할 수도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설인아가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닌 운명일지도.

설우현의 시선이 느껴진 듯 성혜인이 고개를 들어 몇 초간 그와 눈을 맞추다 생긋 웃었다.

“설우현 씨, 오랜만이에요.”

설우현의 몸이 저도 모르게 굳었다. 형용할 수 없는 친근감, 익숙함 같은 감정이 또다시 밀려왔다.

그는 처음 성혜인을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려고 할 때 성혜인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스승 주영훈이었다.

주영훈은 영감을 얻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고 집 문을 걸어 잠그곤 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와서야 외부와 연락을 시작했다.

그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제원에서였다. 당시 반승제는 그녀의 신분을 몰랐었다.

성혜인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

“혜인아, 너도 플로리아에 왔더냐?”

주영훈의 목소리가 들떠있는 듯했다.

“그럼 지금 시간 되느냐?”

성혜인은 생각에 잠겼다. 반승제와 함께 그곳으로 출발하려면 적어도 모레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그러니 오늘과 내일은 모두 시간이 넉넉한 셈이다.

“네. 오후에 바로 만날 수 있어요.”

주영훈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주소를 보냈다.

반승제에게 설명한 뒤에야 그는 주영훈이라는 사람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럼 경호원이랑 같이 가.”

“좋아요.”

차에 오른 성혜인은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전에 스승님과 만났을 때도 그는 과제 상황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최근 반년 이래 일어난 일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림에 손을 대지 못한 지 오래였다.

주영훈은 밖에서 자신의 마지막 제자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자랑하곤 했다. 그는 성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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