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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한편 헬기에서.

반승제가 전화를 끊은 후 설우현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그러나 입술을 달싹이기만 할 뿐, 결국 내뱉은 한마디는 빨리 운전할 수 없겠냐는 독촉 뿐이었다.

반승제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차갑게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설우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동생을 지척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개보다 못한 놈 같게 느껴졌다.

설우현은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와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반승제는 냉담한 얼굴로 헬기를 조종하여 목적지로 향했다.

“혜인이가 죽으면 설기웅도 같이 순장될 줄 알아.”

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설우현은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나른해졌다.

아버지께서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말씀하셨었다. 친여동생이 살아있다면 설씨 가문의 주식은 모두 여동생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오빠로서의 그 역시도 여동생이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여동생만 살아있다면 가족이 옛날처럼 화목해질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동생이 성혜인이란다.

성혜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칼과 같은 사람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성혜인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한없이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누군가 제 눈에 눈물을 내면 피눈물을 내게 했다.

그녀는 강하고 냉정하고 과감하다. 설인아와는 다르게.

이런 이성적인 사람이야말로 그의 여동생이다.

설우현은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그저 눈물이 핑 돌고 눈앞이 흐려지기만 할 뿐.

생전 하나님을 믿지 않던 그는 급기야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여동생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안전하기를...헬기가 별장 위로 날아올랐고 설우현은 망원경 하나를 들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반승제가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어디 있는지 봐요.”

아래를 살펴보던 설우현이 눈에 띈 건 성혜인이 철장 속에 갇히는 장면이었다.

“헬기 좀 낮춰봐요. 빨리요! 혜인이 강에 빠질 것 같아요!”

그는 손바닥이 땀범벅이 돼서는 조급하게 소리쳤다.

“헬기 낮춰봐요. 뛰어내려서 구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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