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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버려진 장기 말

“오빠... 이제 열두 시인데 왜 아직도 안 들어와? 나 버리는 건 아니지? 나 오빠 없이 못 살아...”

설기웅이 미간을 꾹꾹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늦게 갈 거야. 아버지랑 조금 더 있다가.”

이에 설인아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오빠, 작은 오빠가 혹시 무슨 말 했어요?”

예를 들어 성혜인의 진짜 신분이랄까.

설우현이 반승제와 함께 급히 성혜인을 구하러 왔다는 것은 성혜인의 정체를 이미 알게 되었단 말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설우현이 그렇게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설기웅이 알게 된다면 바로 저로부터 돌아서는 게 아닐까?

“아무 말도 안 했어. 인아야. 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 오빠는 영원히 내 편이지?”

설기웅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여동생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인아야. 너와 성혜인이 싸운다면 난 당연히 네 편이지. 네가 억울하고 화나는 것 잘 알아. 내가 나중에 다시 기회를 찾아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렴.”

그러나 설인아는 여전히 불안했다.

“알겠어. 믿고 있을게.”

전화를 끊은 설인아는 망설임 없이 그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우현 혹시 성혜인 정체 안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이 타이밍에 성혜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설기웅도 그들 편에 선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알까. 이 남성의 눈에 자신은 그저 버려진 장기 말이라는 것을.

그는 버려진 장기 말을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아니에요.”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려다.

그의 가면이 옆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그는 대리석 테이블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서주혁의 회복이 너무나 빨랐다. 제원시는 거의 그의 손안에 있으니 성혜인의 신분을 밝히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눈에 거슬렸다.

그가 양미간을 짜증스레 문지르고 있을 때 진백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운아, 우리가 의심받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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