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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업보

설기웅은 아직도 친자확인서를 보고 있었는데, 마치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설우현이 했던 모든 말이 귀에 박혔고 고막이 아팠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이는 설우현이 밤새 부탁하여 간신히 얻어낸 친자확인서일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눈 부릅뜨고 자리를 지켰던 터라 조작할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성혜인은 명실상부 설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그들의 친동생이다.

설기웅의 손끝은 마치 종이를 파고드는 것처럼 천천히 조여졌다.

눈앞은 캄캄해졌고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우현은 심호흡 하고선 잔뜩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인아가 나쁜 짓하는 걸 감싸줄 생각이라면 더 이상 저도 할 말이 없네요. 이게 우리의 업보겠죠? 승제 씨랑 잘 만나고 있는 걸 빤히 알면서도 망치려고 했었는데 참 아이러니하네요. 혜인이가 우리 동생이라는 게. 안 그래요?”

설우현은 이 상황이 그저 우스웠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나 스스로를 억제했지만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제원에 있을 때 한 짓만으로도 충분히 어리석었는데, 설우현은 플로리아에 와서도 성혜인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미쳐있었다.

어젯밤 만약 그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더라면 설기웅은 자기 여동생을 익사하게 만든 장본인이 된다. 즉 성혜인이 영원히 눈을 감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한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가짜 여동생을 위한 일이라니 얼마나 우스운가.

설우현은 심호흡하고 핸드폰을 꺼내 설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설인아는 설우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몇 초 동안 망설였지만, 끝내 전화를 받았다.

“인아야, 너 도대체 형한테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거지?”

설인아는 아직 그들이 성혜인의 신분을 알아냈는지 몰랐기에 말 한마디가 아주 조심스러웠다.

“오빠, 사과하려고 연락한 거 아니야? 어젯밤에 오빠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뻔했는데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내가 그동안 오빠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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