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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승제 씨, 우리 이만 가요

성혜인은 두 장의 서류를 보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 무의식적으로 반승제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설우현의 말을 듣는 순간 또다시 온몸이 얼어붙었다.

“아버지가 곧 할아버지가 된다는 걸 알면 얼마나 기쁘실까? 손자를 위해 준비한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줘. 그래도 싫다면 우리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

혼란스러워하며 말하는 설우현의 모습을 보고 성혜인이 따라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너무 부담스럽네요.”

설우현은 입술을 깨문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끝내 서류 두 장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지금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갖고 있어. 이제부터 넌 설씨 가문의 가장이야. 형을 어떻게 처벌하든 가족들이 다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야.”

불과 어젯밤에도 다시는 설기웅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며 반승제한테 얘기했는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설기웅은 목소리를 잃게 만들었고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목까지 졸랐다. 성혜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류를 한쪽에 놓고선 차분하게 말했다.

“승제 씨, 우리 이만 가요.”

보아하니 성혜인은 돈과 권력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반승제는 급히 그녀를 안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감정 기복이 심하면 안 돼. 너 임신했잖아.”

그는 마치 일부러 설기웅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말했다.

“혜인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거 알지? 어젯밤처럼 잔인한 상황은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하게 내가 지켜줄게.”

설기웅은 넋을 잃었다. 입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마치 누군가 칼로 살을 베는듯한 고통이 밀려와 두 눈마저 빨갛게 충혈되었다.

그는 차마 시선을 들어 성혜인을 바라볼 수 없었다. 혐오의 눈빛과 마주치는 게 겁나는지 비겁하게 고개를 숙인 채 사인을 하고선 병풍처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성혜인과 반승제가 마침 곁을 지났고 설기웅은 쳐다보기는커녕 되레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성혜인은 반승제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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