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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설씨 가문의 원수

단호함이 박힌 그 말을 들은 설기웅은 꼼짝도 못 하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몇 분 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하늘은 우중충하게 변했다.

사람의 감정은 날씨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던 설기웅은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차 한 대를 발견했다.

차가 멈춘 후 설우현이 모습을 드러냈고 곧이어 반승제와 성혜인도 함께 내려왔다.

성혜인을 본 설기웅은 온몸의 가시를 곤두세웠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 죽고 싶어?”

성혜인은 반승제 옆에 서 있었다. 우산을 들고 있던 반승제는 행여나 그녀가 비를 맞을까 봐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있었다.

“형!”

설우현은 혼자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이대로 떠날까 봐 걱정하는 듯 안절부절못했다.

“형, 제발 그만 좀 해요!”

설기웅의 얼굴은 매우 싸늘했다.

“우현아, 넌 도대체 왜 저런 여자를 설씨 가문에 데려온 거니? 우리 집이 더러워져도 된다는 거야?”

설우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해다.

“일단 아버지 만나러 올라가요. 형, 아무리 이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제가 아버지한테 말하려는 게 뭔지 듣고 가세요.”

설기웅은 온몸으로 화를 내뿜었다. 그는 성혜인뿐만 아니라 반승제마저 원망하고 있었다.

바람둥이 반승제 때문에 설인아가 이렇게 비참한 처지가 됐으니까.

‘인아가 설마 반승제를 만나려고 그레이 지대에 갔던 건가? 빌어먹을! 쟤네가 우리 인아를 망쳐버렸어.’

“아무 말도 안 듣고 간다면 전 이제부터 형이랑 연을 끊을 거예요.”

예상치 못한 협박에 잔뜩 긴장한 설기웅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억누르며 그들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성혜인도 설기웅이 짜증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반승제가 옆에 있어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됐지만 설기웅의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이 설의종 옆으로 다가가자, 도우미들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반승제는 백발이 된 설의종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비록 설우현을 통해 들은 얘기였지만 직접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성혜인조차도 놀라서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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