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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1화 형이 없다고 생각할게요

사진 속의 그 여자는 나미선만큼 온화하지 않았다. 싸늘함을 내뿜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기가 남아있었고 두 사람은 몇 센티미터 떨어져 다정하게 기대어 있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설의종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부드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 여자의 두 눈에서는 지혜로움이 느껴졌고 그 시선을 본 설기웅은 뭔가에 찔릴 듯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그는 몸을 추스른 후에야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설기웅은 그 눈이 매우 익숙하여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잠깐 밀려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진 속의 여자는 지금의 어머니인 나미선과 전혀 닮지 않았다.

나미선은 주부에 길들여진 여자처럼 평생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그러나 사진 속 여자의 눈에는 뭔가 아주 큰 것이 담겨 있었다. 야망이 느껴지면서도 포부도 보였고 마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통찰감도 느껴졌다.

투명하면서도 세속적인 눈빛이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막상 만나보면 겁먹고 뒤로 물러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기웅은 잠깐 바라보다가 천천히 사진을 설의종의 손바닥에 다시 올려놓았고 그렇게 사진은 그의 손에서 원래의 자연스러움을 되찾았다.

설인아의 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알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온 설기웅은 모든 걸 뒤로하고 설씨 가문에서 잠을 잤다.

깨어났을 때 그의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30통 이상 있었는데 모두 설인아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설인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젯밤에 안 들어왔지? 난 눈을 감을 때마다 그 남자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예전에 알던 사람한테서도 그 영상들을 받았어. 흑흑... 왜 사람들 다 그 일을 알고 있는 거지? 도대체 영상은 누가 찍은 거야? 설마 성혜인 씨 아닐까? 플로리아에서 내쫓고 싶어서 일부러 날 망가뜨린 거잖아. 미워, 정말 미워죽겠어. 왜 아직도 안 죽는 거지? 저런 인간은 죽어도 싸다니까?”

설기웅은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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