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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결혼식도 없는 혼인

끊임없이 울리던 휴대폰은 결국 배터리가 다 돼 전원이 꺼지고 말았다.

설기웅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은 그는 7층과 가장 가까운 방에서 반승제를 기다렸다.

반승제가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웃음기 가득한 그의 얼굴로부터 설우현은 성혜인의 선택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성혜인에게 어떻게 그녀의 신분을 밝힐지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활짝 웃는 반승제의 얼굴을 보니 아마 아이를 낳기로 말을 끝낸 것 같았다.

“안 됩니다.”

설우현이 분개하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렇게 어린애한테 아이를 낳을 고통까지 안겨줄 셈이에요? 아직 반 오십도 되지 않은 애한테, 결혼식도 없는 혼인에 이혼까지 했으면서 너무 생각 없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반승제 씨 지금 지명수배 중이잖아요. 그런데 아이까지 낳아주길 원하다니 정말 무책임하네요.”

반승제가 그의 옆 의자에 앉았다.

“그럼 지금 바로 혜인이한테 가서 말해봐요. 네가 설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이라고. 오빠를 알아보기나 하는지.”

설우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가문이 성혜인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입을 뻐끔거리다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제가 오빠로서 잘한 일이 없다는 건 압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계속 찾으셨어요. 그리고 찾으면 집안의 주식을 다 넘기겠다고 하셨으니 한 번이라도 뵈었으면 해요.”

그가 의기소침해져서 집안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한 짓이 있으니 성혜인이 설씨 가문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반승제가 태연자약하게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설씨 가문에서 설기웅과 설인아는 어떻게 할 생각이죠?”

말 속의 뜻은 이러했다. 두 사람에 대한 처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성혜인을 보내주지 않겠다는.

“아버지가 혼수상태입니다. 설씨 가문의 주식이 모두 혜인이에게 넘어가면 설씨 가문은 혜인이의 것이 되겠죠. 만일 혜인이가 싫다면 제가 대신해서 만족스러울 만한 결과로 보여줄 겁니다. 반승제 씨, 우리 아버지께서 혜인이 계속 찾고 있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딸이 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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