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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유부녀한테 빠진 모양이야

반승제는 서류를 보다 말고 동작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반희월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설마 너도 몰랐던 거야?”

임경헌은 사촌 형인 반승제를 무서워했기에 연애 소식을 알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얘가 요즘 너무 바빴는지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 네가 디자인까지 맡긴 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참 괜찮은 것 같아. 얼굴도 예쁘장하니 인상이 참 좋아.”

“혹시 페니를 말하는 거예요?”

반승제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는 페니가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반희월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경헌이 데리고 온 여자 중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아이는 처음이야. 그러니 너도 페니 양을 함부로 대하지 마. 미래에 한 가족이 될지 또 누가 알아?”

반승제의 표정은 점점 식어갔다.

“걱정하지 마세요.”

반희월은 할 말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고, 반승제는 그녀를 전용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줬다.

이때 반희월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발걸음을 멈췄다.

“경헌이도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너도 이제 서둘러야지. 성씨 집안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장님이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 한 번 제대로 만나보지 그래?”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고모.”

반승제의 단호한 모습에 반희월은 별말 없이 선글라스를 꼈다.

“몸조심해. 위도 안 좋은 놈이 자꾸 식사를 거르지 말고.”

반승제는 순순히 대답했다.

“알겠어요.”

반희월을 보내고 난 반승제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침 커피를 들고 들어오던 심인우가 그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물었다.

“경헌 도련님이 또 사고 쳤어요?”

반승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고까지는 아니고... 그냥 유부녀한테 빠진 모양이야.”

심인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멈칫했다. 여자친구를 옷보다 자주 바꾸던 사람이 갑자기 취향이 변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임경헌이 철없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하면 안 되지. 자기 남편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절절하게 말할 때는 언제고...’

반승제는 언짢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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