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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냥... 쓰기엔 좀 아까워서.”

장갑을 현관 신발장 위에 고이 모셔둔 조연아가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갔다.

“배고프지? 뭐 먹고 싶어? 눈 오는 날이니까 따뜻한 국물류가 좋겠다. 그치?”

“그래.”

달콤한 미소를 지은 조연아가 부랴부랴 주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별장 직원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조연아의 존재에 꽤 놀란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까지 이혼한다던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니 꽤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그들 중 입 빠른 이들이 이 소식을 별장 관리인인 오씨에게로 전하고...

잠시 후, 부랴부랴 별장으로 들어온 오씨는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뒷모습을 확인하곤 성큼성큼 거실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시선을 여전히 노트북에 둔 민지훈이 입을 열었다.

“그게... 선 넘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 하지 마세요.”

“하지만... 사모님께서 아시면 무조건 제게 책임을 물으실 겁니다. 대표님은 이미 조연아 씨와 이혼한 사이가 아니십니까? 그런데 별장에 들이시다니요. 기자들이 보기라도 하면... 또 재결합이네 뭐네 이상한 기사들을 쓸 겁니다. 조연아 씨 소문 안 좋은 거 아시잖아요. 괜히 대표님 명성에 누라도 끼치게 된다면...”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누구 사람입니까?”

“네?”

뜬금없는 질문에 오씨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대답하세요.”

“당연히 대표님 사람이죠.”

“그러니 이런 말씀 주제넘는다는 거 아시겠군요.”

“전 대표님 걱정에...”

잔뜩 겁먹은 오씨가 고개를 푹 숙이고...

“시키는 일만 제대로 하세요. 나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네, 네.”

오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세요. 어머니 덕분에 그나마 여기 남아있는 거라는걸.”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대답을 마친 오씨가 부랴부랴 자리를 뜨고 다시 메일에 집중하던 민지훈의 시선이 날짜로 닿았다.

1월 12일.

“그냥... 우리 결혼생활에 대한 마지막 작별 인사라고 생각해. 우리 비록 행복하게 살진 않았지만 마지막은 사이좋게 헤어질 수 있는 거잖아.”

“수작 같은 거 없어. 내일이면 여길 떠날 거야. 그리고 다신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약속해.”

조연아의 달콤한 목소리,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피던 표정이 다시 떠오르고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젠장!”

거칠게 노트북을 내팽개친 민지훈이 미간 사이를 어루만졌다.

흐릿한 기억 속의 여자아이는 누구일까? 왜 자꾸 그 모습이 조연아와 겹쳐 보이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

“밥 먹어.”

식탁 앞에 선 조연아가 싱긋 웃었다.

“당신 집에서 일하는 셰프들 실력은 못 따라가겠지만... 내가 잘하는 걸 요리들로 해봤어.”

평소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 채워진 식탁을 살피던 민지훈이 눈을 가늘게 떠 보았다.

침묵속에서 진행된 저녁 식사였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며 밥을 먹은 것조차 조연아에겐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오늘 기념일인데 밥만 먹으면 너무 아쉽지 않아? 우리 한잔하자.”

거실에 놓인 술 수납장으로 다가간 조연아가 미소를 띤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하나 골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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