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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마음대로 해.”

연아는 또 한 번 웃더니 와인랙 쪽으로 걸어가 와인 한 병을 꺼냈다. 그녀는 와인오프너의 스크류를 간신히 코르크 마개안으로 집어넣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오프너의 지렛대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힘을 너무 세게 준 나머지, 얼굴은 이미 빨갛게 되어있었다.

민지훈은 그녀를 보고는 주동적으로 그녀 쪽을 향해 걸어갔다.

“왜 왔어? 나 금방 딸 수 있으니까 가서 앉아있어.”

이 말을 하면서도 연아는 손에 힘을 주어 병을 따고 있었다.

민지훈은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부터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 조금 힘을 주더니 바로 병을 따냈다. 이렇게 쉽게 딸 수 있다는 걸 예상 못했는지 민지훈은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를 들은 연아는 뒤돌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에 이미 엄숙한 표정은 없어진 지 오래였고 이렇게 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처음 보는듯하였다.

“너, 왜 웃는데?”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귀여워서”

이렇게 말을 툭 던지고 나서 다시 주방을 향해 걸어가는 민지훈이였지만 연아는 와인병을 보며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지금 나보고 귀엽다고 한 거야?

순간,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두근거렸다.

“거기 서서 뭐 해.”

민지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지만 이미 그는 입가의 미소를 거두고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연아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대답했다.

“잔 가지고 올게.”

그녀는 와인잔을 꺼내고 나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조연아,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냥 툭 던진 말이잖아. 오늘 평화롭게 지내고 내일부터 다시 얽히지 않기로 한 사이라서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잖아. 너 보고 귀엽다고 하는 것도 딱 오늘 하루만 그런 거지, 걔 마음속에선 넌 항상 나쁜 년이잖아.

연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와인을 잔에 따른 후 민지훈에게 건네줬다.

“ 처음이자 마지막인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창밖에는 솜털 같은 눈이 내리고 있지만 집안에는 따뜻한 불빛 아래서 그녀의 웃음이 그를 밝혀왔다.

민지훈은 여전히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지만 팔을 들어 그녀와 잔을 부딪쳤다.

연우는 한 모금 마시더니 예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표정은 약간 가짜 술을 마신 것처럼 귀여웠다.

“왜? 술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술에는 문제가 없지만 올해에 생산된 술이라서 내가 담근 것보다 못하네.”

민지훈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집사님이 대체 어떻게 와인을 고른 건지 확실히 맛은 별로였다.

“그럼, 다음엔 네가 담근 것도 마셔보자.”

그가 그녀한테 요구를 제출한 건 처음이라 연우는 의외이면서도 기뻤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런 사고도 거치지 않고 대답해 왔다.

“그래! 약속한 거다!”

민지훈은 그녀가 이 정도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식탁 위의 분위기는 또 순식간 얼어버렸다.

연우는 창밖에 눈보라가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먼저 이 정적을 깨뜨렸다.

“신혼이었을 때는 항상 후에 아기가 생기면 눈 오는 날에 같이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드는 상상을 했었는데. 이젠…” 모두 끝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잔 안에 있는 와인을 모두 들이켰다.

벌써 몇 잔 비웠다.

다섯째 잔을 마시려던 찰나, 민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렸다.

“그만 마셔. 너 취했어.”

“아니, 나 주량이 그렇게 좋은데 취할 리가 없어.”

연우의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다 눈웃음을 지었다.

“민지훈, 진짜 고마워. 오늘에 매몰차게 내쫓지도 않고 나랑 같이 밥도 먹어주고… 나 진짜 평생 오늘만을 잊지 않을게…”

영원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

민지훈이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엔 약간 힘이 실렸다.

“조연아. 넌 후회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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