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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돌린 민지훈이 조연아의 턱을 꽉 부여잡았다.

“납치범 주제에 어딜 도망치려고.”

턱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보다 황당한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납치범?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민지훈은 대답 대신 상자 하나를 툭 던져주었다.

열린 상자 틈 사이로 붉게 물든 인형 하나가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이... 이게 뭐야?”

“끝까지 발뺌을 하시겠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조연아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떨리는 손으로 인형을 집어 든 조연아는 다시 기겁하며 인형을 던져버렸다.

핏빛 액체로 물든 인형의 옷에 “송진희” 세 글자가 기괴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설마... 내가 어머님을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 어제 저녁 내내 당신이랑 같이 있었잖아. 당신도 나랑 같이 있다가 아가씨 전화 받고 어머님이 납치됐다는 걸 알게 된 거잖아. 그런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정말 깜박 속을 뻔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얼굴로 내 곁에 있으면 알리바이를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민지훈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

“하... 어떻게 그런 생각을.”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마지막은 좋은 추억으로 장식하고 싶어서, 그래서 추운 겨울밤 별장까지 찾아간 거였는데...

‘뭐? 알리바이 조작?’

하지만 더 기가 막히는 건 이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잔인한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자기 자신이었다.

눈물을 머금은 조연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나 어머님 싫어해. 아니, 끔찍해. 우리 아기 어머님 때문에 유산된 거니까. 나도 어머님 때문에 죽을 뻔했으니까. 그래도 나 복수 같은 거 할 생각 안 했어. 당신 어머니니까. 엄마 잃은 자식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엄마 없이 살아가는 게 얼마나 외롭고 슬픈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당신은... 당신은 그런 고통 모르고 살길 바랐으니까...”

하지만 진심 어린 고백에 돌아온 건 민지훈의 비웃음뿐이었다.

“조연아, 넌 항상 이런 식이야. 세상 가련한 척 날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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