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화

“그래.”

차갑지만 단호한 한마디가 비수처럼 조연아의 가슴에 꽂혔다.

‘조연아, 잘 봐. 네가 사랑하는 이 남자를. 저 남자가 네게 줄 수 있는 건 상처뿐이야. 기대를 품었다 실망하고 절망하고... 천번, 만번도 겪은 일이면서 왜... 왜 자꾸만 기대하는 건데. 도대체 무슨 답을 바라는 거야... 네가 원하는 말, 절대 해줄 리가 없다는 걸 알잖아...’

“하긴, 당신 눈에 난 항상 그런 사람이었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독한 여자. 그게 나잖아? 이해해. 날 그런 사람으로 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서 날 의심하는 거겠지.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말 믿어준 적 없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나 혼자 착각하고 나 혼자 상처받고 그런 거였지 뭐.”

“됐고. 네가 결백하다는 증거 찾기 전까지 어디든 못 가니까 그런 줄 알아.”

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눈빛에도 조연아는 겁먹지 않았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결백한 그녀였으니까.

“증거 있어? 내가 납치를 사주했다는 증거 있냐고? 그딴 얄팍한 심증으로 날 가둬두겠다고? 당신이 뭔데!”

“내가 조인주업 최대주주니까.”

민지훈이 파일 하나를 툭 던져주었다.

“양조장 개조 프로젝트”, 조연아는 망치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파일 커버에 적힌 글자를 바라보았다.

“미쳤어? 양조장을 리조트로 개조한다고? 조인주업은 조인그룹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야. 이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게 뭔데!”

아무리 그녀가 싫다지만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인 민지훈이 이런 멍청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왜? 그 양조장이 소중하긴 한가 보지?”

조인주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던 양조장, 추연이 벽돌 하나하나까지 골라가며 세운 양조장이니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네가 뭔데 이딴 종이 쪼가리 하나로 거길 엎어버려.”

입술을 꽉 깨문 조연아의 손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