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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연우는 그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 상상을 못 했는지 몸이 굳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조금의 침묵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머리를 들고 눈물이 가득 찬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회 안 해. 알잖아. 너랑 결혼하는 건 줄곧 내 꿈이었었다는 걸. 우리 엄마가 너희 할아버지랑 짜고 너더러 나랑 결혼해라고 강요한 건 아주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진짜 이 사실을 몰랐었어. 그러니까 믿어줘…”

여기까지 말이 나오고 나서 연우는 다시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뭐 지금은 다 상관없어. 다 지나간 일이니까. 과거는 지나가면 지나간 거지 돌아오지는 않잖아. 오늘 같은 날도.”

“이유는 뭔데.”

“뭐?”

연우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되물었다.

“꼭 나랑 결혼했어야만 하는 이유.”

뭐든 다 이유는 있을 것이다.

연아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추현이 돌아가기 전, 조씨 주업이랑 스타 엔터 모두 관리하고 있었는데 상업계의 “무측천”이라고 부릴 만큼 대단한 분이었다.

추현의 말 한마디라면 연아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추 씨랑 조 씨네 집안에 연락이 왔을 것인데. 연아는 하필 민지훈 뒤만 쫓아다니곤 했다.

민지훈이 아무리 그녀가 싫다고 뿌리쳐도 연아는 민지훈을 바라볼때면 항상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연아가 대답도 하기 전에 민지훈은 다시 말을 보탰다.

“ 사랑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마. 그전까지 우리는 완전히 모르는 사이였잖아.”

연아는 그를 바라보면서 열두 살 때 한 오빠랑 창고에 갇힌 추억이 떠올랐다.

“오빠, 나 커서 오빠랑 결혼할래! 나랑 결혼해 줄 거지?”

“그래, 꼭 오빠랑 결혼해. 알았지?”

“그러면 약속하는 거야. 변하지 않기!”

그 뒤, 창고는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끊임없이 울면서 엄마를 찾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따뜻한 품으로 그녀를 감싸줬고 타오라는 불을 몸으로 막아줬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타일러줬다.

“괜찮아. 오빠가 항상 지켜줄게.”

하지만 그 뒤, 오빠는 3도 화상에 머리까지 다쳐서 그날의 사고도 잊었고 당연히 그녀도 잊어버렸다.

연아는 이 이야기를 민지훈한테 들려준 적이 있었지만, 그는 너무 뻔한 이야기라 여기고 흘려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민지훈은 모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는 모든 걸 다 잊었지만, 그녀만이 그 추억에 갇힌 채 그가 모든 기억을 되찾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1년, 2년 … 애꿎은 시간만 흐르고 민지훈은 기억을 되찾기는커녕 그녀에 대한 혐오의 감정만 늘어났다.

그녀는 민지훈한테 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 오빠가 바로 너라고, 우리도 생사를 같이 드나들던 사이였고 날 영원히 지켜주기로 약속까지 했었다고!

하지만 그녀는 참아냈다. 눈물이 차올랐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11년이 지났다. 그가 그녀를 잊어버린 건 이미 사실이 되었고 지금 알려줘봤자 뭐가 달라지는 건가?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민지훈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연 아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제일 쉬운 답을 골라 대답해 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거엔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말하고 나서 그녀는 웃었다.

“날 더 이상 사랑하지 마.”

민지훈은 제일 상냥한 말투로 세상 잔인한 대답을 꺼냈다.

연아의 미소는 그의 말에 얼어버렸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움에 마음이 저렸다.

그래도 그녀는 가까스로 미소를 짜냈다.

“약속할게. 그 대신 잠깐만 안아줄 수 있어? 진짜 잠깐이면 돼…”

주위는 다시 정적으로 맴돌았다.

연아는 그가 분명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절망에 빠져있던 참에 민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잡고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소사랑
끝까지 너무 질척댄다 이런여자 너무 무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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