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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누난 너 믿어.”

속없이 미소 짓는 조연아와 달리 연준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누나, 조심해. 그쪽 주주들도 다들 누나 지분만 노리고 있을 거야.”

어리게만 생각했던 남동생의 잔소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조연아였다.

“남매끼리 아침부터 무슨 작당모의실까?”

“형, 안녕. 누나 데리러 온 거야?”

고주혁을 발견한 조연준이 환하게 웃었다.

“응, 8시 항공편이라 지금 떠나야 할 것 같아.”

“형, 앞으로 우리 누나 잘 부탁해.”

진지한 얼굴로 부탁하는 조연준의 모습에 고주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형 못 믿어?”

“믿지. 내가 형을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아, 그리고 우리 누나 이제 솔로인 거 알지?”

“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건방지게 어디서 형한테 훈계질이야.”

조연준의 이마를 툭 건드린 고주혁이 조연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가야겠다.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어. 짐은 더 안 챙길 거야?”

달랑 핸드백 하나를 챙긴 조연아를 훑어보던 고주혁이 물었다.

“응.”

어차피 조연아의 물건들 중 대부분은 민지훈의 집에 있으니 이미 전부 내다 버렸을 게 분명했고 설령 그대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굳이 챙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새로운 곳에서 완벽한 새 물건들과 함께 새 시작을 하고 싶었으니까.

“그래. 양주에 가서 전부 다 새 걸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오빠도 알잖아. 나 이제 빈털터리인 거.”

조연아는 괜히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오빠가 다 새 걸로 사줄게. FW시즌 신상으로, 오케이?”

“풉.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오라버니.”

이렇게 환하게 웃는 조연아를 보는 게 얼마 만인지.

한때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달콤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고주혁의 입가에도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

“이제 가자.”

차에 탄 조연아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액정에 찍힌 부재중 전화번호를 만지작거리던 조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했잖아. 약속했으니 지켜야지.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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