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로 순식간에 사람들은 들끓었다.민지아의 생사가 걸린 순간이라 아무리 차갑고 독하기로 소문난 민지훈이더라도 이런 말을 내뱉지는 않을거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민지훈이 이렇게 말하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민지아는 민지훈을 본 순간 구세주를 본것처럼 눈빛에 다시 희망이 가득 찼다.“오빠, 역시 나 홀로 내버려두지 않을줄 알았어! 꼭 올 거라고 알고 있었어…나 진짜 너무 아파… 여기가.. 너무 아파…”민지아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예상이 맞다면 그다음의 시나리오는 민지아가 옥상에서 내려와 민지훈 앞으로 달려가 안기고 그의 품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것이다.곧이어 조연아의 예상대로 민지아는 민지훈 품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익숙한 시나리오, 익숙한 레퍼토리, 뭐 뒤의 전개에 관해서는 눈에도 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조연아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시간을 보니 아침 9시에 펼쳐질 투자자회의까지 열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곧이어 연아는 책상 위에 놓인 명세장을 들고 차를 몰고 우여청을 떠났다.밤은 깊어 갔지만 아직도 불빛으로 가득 찬 도시의 야밤.연아는 전화 한 통을 걸었다.전화를 받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 한편으로부터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봐요 연아 아가씨, 이미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세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야밤에 혼자 역에 두면 엄청 위험한 거 모르세요?”“그래 만두야. 2미터에 80킬로 넘는 널 역에 혼자 두고 있으면 다른 분들한테 위협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어.”연아는 말을 다 하고 나서 차를 버스 역 옆에 세웠다.“진짜 빨리도 왔네요. 연아 아가씨!”덩치가 엄청난 남자가 차 뒷좌석에 들어와 앉고서는 차 문이 닫히기 바쁘게 연아한테 물어왔다.“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거야?”“유 매니저 집.”“유 매니저? 너희 스타엔터에 그 재무팀 매니저?”만두는 며칠 전 이미 연아한테서 스타엔터의 직원 정보를 가졌기에 대충 상황을 알고 있었다.“응
“그거야 당연히 내가 착하니까 그런 거지!”그가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한 조연아는 웃음이 터져버렸다.반 시간 뒤, 그들은 도시 남쪽에 있는 별장에 도착하였다.“누구세요?”자다 깬 모양인 집사가 문밖에 서 있는 연아와 만두를 보면서 물어왔다.“스타 엔터, 조연아입니다.”이 말을 들은 집사는 순간 정신이 들었는지 안색이 안 좋게 바뀌었다. 그는 멍하니 서서 조연아를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아무런 행동도 없이 서 있기만 한 집사를 보고 조연아는 다시 말했다.“아직도 문을 안 열어주는 건 손님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집사는 바로 버튼을 눌렀고 대문이 서서히 열려왔다.조연아와 만두가 거실로 들어오자, 소식을 들은 유 매니저가 바로 마중 나왔다.“안녕하세요. 유 매니저님.”연아는 한쪽 소파에 앉아 파자마를 입은 채로 계단에 서 있는 유 매니저한테 손을 흔들거렸다.“조, 조 회장님.”유 매니저는 가식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늦은 밤중에 무슨 일로...”“제가 유 매니저님 주려고 큰 선물을 하나 준비했거든요.”조연아는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유 매니저한테 던져주었다.유 매니저는 파일의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러버렸다.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철퍼덕 조연아 앞에 꿇어버렸다.“조, 조 회장님. 제가 잠시 정신이 이상하게 돼서 회사 돈을 빼돌린 겁니다. 모두 저 혼자가 한 짓이고 다른 사람이랑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모,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유 매니저가 쿨하게 모든 걸 인정한건 전혀 의외가 아니였다. 증거도 확실하고 발 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건 조금 예상 밖이였다.“이게 너네가 상의를 거친 후의 결론인 거야? 널 버리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거?”연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앞에 꿇고 있는 유 매니저를 바라보며 물었다.“조, 조 회장님.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유 매니저는 모르겠다는 듯한 눈치로 조연아를 바라보았다.조
유 매니저는 연아의 말을 듣고 겁에 질린 채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앉은 연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로 서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흔들리고 있었다.그가 주저하는 모습을 포착한 연아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왔다.“딸이랑 아들이 있다며. 모두 똑똑하니 크게 될 사람 같던데. 유 매니저 혼자 때문에 자식을 고생시키는 건 가장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 유 매니저가 감방에 갇혀 콩밥을 먹는다 해도 전혀 억울할 건 없지만 가족은 무슨 죄가 있겠어.”연아가 말을 끝내자, 만두가 빠른 걸음으로 유 매니저 앞으로 다가가 병아리를 들듯이 그의 옷깃을 들고 위협이 가득 찬 눈빛으로 부릅뜨고 바라보았다.“유 매니저님. 조 회장님이 이정도로 체면을 챙겨드렸는데 계속 모르는 척 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중후한 목소리에는 위압감으로 가득 찼다. 유 매니저는 몸이 덜덜 떨려왔고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더는 잡아떼지 않았다.“말할게요. 모두 말할게요.”유 매니저는 덜덜 떨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추건이 스타 엔터를 책임지고 나서 원래 재무팀 매니저를 짜르고 저를 그 자리에 올렸습니다. 그래야만 회사의 자금을 철저히 감시할 수 있으니까요. 회장이 스타 엔터를 책임진 일 년간 원래 업계 탑이었던 회사가 지금은 그 자리도 잃게 되었습니다.”유 매니저는 한숨을 푹 쉬었다.“ 3개월 전에 조 회장님이 주식을 물려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추건이 자금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껍데기만 남은 채로 조 회장님한테 스타엔터를 주려고 한 겁니다. 그리고 그 위기 상황에 다시 나타나 스타엔터를 살려내면 투자자들도 당연히 자기를 차기 회장으로 인정할 거니까요. 하지만 조 회장님이 빨리 알아채셔서 이미 모든 명세를 조사해 내고 회사 자금을 관리하고 있어서 추 회장이 어쩔수 없이 이미 돌려 뺀 자금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고 저보고 모든 걸 안고 가라고 하신 겁니다.”“너한테 무슨 좋은 점을 준건데?”“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진 뒤, 가족들한테 1억을 줘서 생활을 보장시켜 준다고 하셨습니
곧이어 유매 니저는 주방의 쌀통에 숨겨진 보이스펜을 찾아내 조연아한테 건네주었다.“조 회장님. 추건과 저의 대부분 대화내용은 모두 이 안에 녹음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 증거라면 충분하다고 봅니다.”연아는 유 매니저한테서 보이스펜을 받아쥐고 버튼을 눌러 추건과 유 매니저의 대화 내용을 듣기 시작했다.그녀는 유 매니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고맙습니다, 유매니저님. 저도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믿어주세요.”“네, 네..”유매니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아냈다.“추 회장님이 만드신 스타 엔터를 구할 수 있겠네요.”조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별장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문 앞까지 간 순간, 눈물에 멘 목소리로 찬 유 매니저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조 회장님!”연아는 발걸음을 멈췄다.“무슨 할 말씀이 있으세요?”“추건이 회장님을 가만히 두진 않을 겁니다. 꼭 조심하셔야 합니다.”“고마워요.”연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은 채로 별장에서 나왔다.“그래, 이 유 매니저 말이 맞아. 네 삼촌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지. 내일이 투자자대회인데!”만두는 근심이 된 건지 조급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 내일이 투자자대회지.”연아는 고개를 떨궈 손에 쥐어진 보이스펜을 보고 속으로 결심했다.무슨 일이 생기든, 꼭 스타 엔터만은 지켜내야 한다. 엄마의 유언이기도 하고 실망하게 해 드릴 수는 없다.…병원 안.“오빠, 지아 여기 너무 아파.”정신이 돌아온 민지아는 민지훈 옆에 딱 붙어있었다.“오빠, 이젠 연아 언니랑 연락 안 하면 안 돼? 예전에 연아 언니가 저지른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잖아. 게다가 이젠 오빠랑 결혼할 사람은 난데… 오빠가 기자회견에서 언니랑 생긴 일로 기자들이 이상하게 해석해서 쓰는 건 오빠 뿐만이 아니라 나랑 민 씨네 가족한테 다 안 좋은 영향을 끼치잖아…”민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영향이 안 좋을 걸 안다면 이런 자살극 따위는 집어치워.”민지아가 일부러 이런 자살극을
“도련님. 연아 아가씨께서 도련님이 센터빌딩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여청을 떠났습니다.”오민이 엄숙하게 보고를 올렸다. “어디 간 건가요?”“스타 엔터 재무팀 유 매니저 집으로 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머물러있었는데 곁에는 키가 2미터 정도 되는 남자 한 명이 있었습니다.”오민은 보고를 올리고 바로 조심스럽게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민지훈한테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민지훈은 비웃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대체 어떤 놈이 내 여자를 넘보는 건지 궁금하군.”병실 안에서 이 모든 걸 엿듣고 있는 민지아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녀는 자기의 옷깃을 꽉 부여잡은 채 눈동자는 증오로 가득했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조연아, 이 여우 년이. 넌 그 화재에서 타죽었어야 했었어. 왜 지금 와서 나한테서 오빠를 뺏어가려고 하는 거야.”다음 날, 임천시 스타 엔터 지사에서.조연아가 나타나자, 회사는 사람들의 의논 소리로 들끓었다.“조 회장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예뻐. 방금 날 보고 웃었는데 진짜 예뻐!”“이쁘기도 하지만 완전 대단하지 않아? 옛 추 회장님이 보여, 조 회장한테서.”“새로 와서 완전 판을 뒤집어 놓는 거 아니야? 오늘 투자자 회의가 있기도 한데…”한편 20층의 사무실에서 조연아는 스크린을 통해 회의실에 혼자 앉아있는 추건을 지켜보고 있었다.“회의실 문은 잠갔어?”연아는 옆에 서 있는 만두한테 물었다.만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응. 잠갔어.”“보이스펜에 있는 내용 틀어줘.”“알았어.”만두는 대답하고 보이스펜의 버튼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건과 유매니저의 대화 내용이 회의실안에서 울려 퍼졌다.“유 매니저, 우리 모두 조연아 그 계집애한테 놀아 난 거야. 걔가 이미 누군가를 시켜서 장부를 조사하기 시작했어. 전에 돌려 뺀 돈, 이미 다른 곳에 돌려놨는데 누군가는 이 일에 책임을 져야되지 않겠어? 유 매니저는 어떻게 생각해?”“추 회장님. 지금 저…저더러 이 모든 걸 책임지라
연아는 문 앞에 서서 화를 내는 추건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폭주하고 있는 추건과 선명히 대비되는 연아였다.만두는 앞으로 걸어가 추건이 집어든 의자를 뺏어왔다.“투자자님, 의자는 죄가 없습니다.”추건은 거인처럼 크고 웅장한 만두를 보고 두말없이 의자를 내어줬다.“ 삼촌, 진짜 오랜만인데 내가 준비한 선물은 마음에 드세요?”추건은 얼굴에 미소로 가득 찬 조연아를 보고 몸이 휘청거리더니 책상 쪽에 기대었다.회의실 안에는 쉴 틈 없이 대화 내용이 흘러나왔고 추건은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유 매니저가 모든 걸 다 털어놓았고 지금 증거도 확실하니 자신이 어떻게 될지 예상이 갔다.방금 기세등등한 모습은 사라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앞에 서 있는 조연아한테 말을 걸었다.“대체…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나 진짜 감방 가고 싶지 않아… 나, 네 삼촌이잖아. 세상에 몇 없는 가족이잖아.”“삼촌 이거 지금 가족행세를 하려는 건가요? 뭐, 다른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지금 다 하세요.”추건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졌다.“연아야. 이 일이 퍼지면 너한테나 스타 엔터에나 해밖에 되지 않잖아. 내가 아니고 너희 엄마 체면을 생각한다 해도 삼촌한테 그러면 안 되지… 조카가 삼촌을 감방으로 보내는 법이 어디 있어?”“예전엔 그런 법이 없겠지만 지금은 생겼네요.”연아는 이 한마디만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투자자대회가 곧 시작하니 추건이랑 이런 말다툼 할 여유가 없다.이때 추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아야! 네 엄마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게 아니야!”순간, 조연아의 몸은 굳어버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긴장한 추건을 바라보고 신속하게 회의실의 문을 다시 닫아 버리고 추건앞으로 다가갔다.“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내 누나, 네 엄마. 절대 우울증으로 자살한 게 아니야.”추건의 말투는 사뭇 진지했다. 조연아는 그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기에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슨 수를 쓰든.“거짓말하지 마! 분명 보고서에서 우리 엄마가 우울증을
‘그럴 리가 없어... 그 우울증 검사보고서는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다고.’하지만 추건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어머니의 건강검진 보고서는 내가 다 가지고 있어. 애초에... 감시용으로 받은 거긴 했지만. 그땐 누나한테 무슨 큰병이라도 있으면 그걸 핑계로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 검사보고서가 우울증이 없다는 걸 입증해 줄 증거가 될 줄이야... 네 엄마 우울증은커녕, 그 어떤 정신적 질병도 없었어. 누구보다 건강했다고.”“누구보다 건강했다고!”이 한 마디에 조연아는 뒤통수를 망치에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추현이 세상을 뜨고 2년이나 지난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만약... 삼촌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봤던 그 검사보고서는 뭐지? 도대체 뭘 감추기 위해 그딴 걸 조작한 거지? 엄마가 자살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왜 돌아가신 거지? 도대체 누가... 이딴 짓을 벌인 거냐고!’조연아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여전히 그의 말을 믿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 추건은 말을 이어갔다.“조작한 거 아니야!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병원 원장한테 확인해 보든지.”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는 그 모습에 조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왜... 왜 2년 전엔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누나잖아요... 아무리 미워도 누나잖아요. 누나가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어떻게 그냥 가만히 있었냐고요!”만약 2년 전, 추건이 이 사실을 말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체를 부검했을 것이고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냈을 것이다.그리고 조연아의 질타에 추건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뭐 그 눈물이 마지막 남은 양심 때문인 건지, 단순히 두려움 때문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그게... 그게...”아무리 더듬거려 봐도 추건은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하. 왜 아무 말도 못하세요?”‘하긴... 이제 와서 따져봤자 뭐하겠어. 이렇게 따진다고 엄마가... 다시 살아돌아
손을 씻고 나서는 조연아와 방금 전까지 뒷담화를 하던 여직원들이 마침 마주치고...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직원들이 부랴부랴 고개를 숙였다.“대, 대표님.”고개를 끄덕인 조연아가 직원들 중 한 명에게로 다가가 속삭였다.“어린 여자애가 뭐 어때서요? 본인도 어린 여성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자기비하는 좀 아니지 않나요?”말을 마친 조연아는 직원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화장실을 나섰다.잠시 후, 18층.회의실에 들어선 조연아가 주주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역시나 그녀의 지각에 주주들은 너도나도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첫 주주총회부터 지각이라니. 아주 대단하시구만.”“이제 우리는 뒷방 늙은이라 이거지.”“스타엔터 미래가 어둡다, 어두워...”꽤 높은 데시벨의 혼잣말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왔지만 조연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수군거림 속에서 자리에 앉은 조연아의 맑은 눈동자가 주주들을 쭉 훑어보았다.“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제겐 삼촌뻘, 아버지뻘이시죠. 그런 차원에서 저도 여러분들께 지나치게 심한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디 선은 지켜주세요.”“...”잠깐의 침묵 끝에 주주들의 비아냥거림은 어느새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선을 지키라니요!”“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다들 사회적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계시는 분들이니 공금 횡령이 얼마나 큰 죄인지는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수백억이나 되는 돈이 장부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사태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10분 정도 지각한 건 충분히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아니, 수백억이라니? 재무팀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유상진이 팀장이 되고 나서 아주 엉망이야, 엉망...”“그런데 오늘 추건 대표는 왜 참석하지 않은 건가? 이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추 대표 아닌가?”잔뜩 흥분한 주주들의 질문들이 이어졌다.“삼촌께선 제게 스타엔터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