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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창밖으로 바람이 불었다. 박민정은 창백하고 연약한 손을 배에 올리고 눈빛이 멍해졌다.

연지석이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의사가 검사한 결과, 그녀가 임신이란다.

이 타이밍에 아이가 생기다니...

은정숙은 져버린 눈을 보며,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박민정을 보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민정아.”

박민정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은정숙을 보았다.

“아줌마.”

은정숙은 눈이 붉어져서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민정아. 아줌마가 자식도 없고 쭉 너를 딸로 여겼어. 아줌마는 너 크게 성공하는 것도 안 바란다. 그저 몸 건강히 지내면 돼. 하나밖에 없는 딸이 죽으면!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니?”

박민정은 흠칫하고 은정숙이 과도를 드는 걸 보았다.

“내가 너 열 살까지 키웠어. 열 살부터 너랑 같이 못 있어준 건 내 잘못이야. 지금 가서 너희 아버지한테 사죄할게...”

은정숙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과도로 손목을 그으려 했다.

박민정은 아연실색해서 없는 힘까지 짜내서 말렸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몸도 일으키지 못해서 목멘 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하지 마요...”

하지만 은정숙은 멈추지 않았다.

박민정은 그녀의 손목에서 붉은 피가 나는 걸 보면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떨어져 내렸다.

“멍청한 짓, 안 할게요. 아줌마, 그러지 마요...”

박민정의 약속을 듣고서야 은정숙은 멈췄다.

그녀의 눈은 잔뜩 충혈돼 있었다.

“민정아. 낳아준 빚은 이미 갚았어. 우리 빚진 거 없어. 유남준한테도 빚진 거 없어! 지금부터 너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 위해서, 나를 위해서, 배 속에 아기를 위해서 잘살아 보자!”

박민정은 결국 은정숙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녀와 아이를 위해 잘살아 보기로.

지금부터 한수민은 그녀의 엄마가 아니었고, 그녀는 더 이상 남동생 같은 건 없다.

그녀의 가족은 이제 은정숙과 배 속의 아이밖에 없다.

은정숙은 사실 이런 방법으로 박민정의 결정을 협박해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그녀를 살게 하고 싶었다!

박민정은 자신의 부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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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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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
이제까지 관계를 가직적 없다는 듯이 말했는데 임식이라고 해서 당황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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