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아니요. 가족들과 함께 왔어요.”그녀의 도자기 같이 빛나는 피부와 초롱초롱한 눈동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본 남자는 흥분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그녀에게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다른 뜻이 아니라 그냥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그는 하씨 가문의 먼 친척이었다.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오늘은 하지원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잠깐 귀국했던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외국 여자들과의 자유분방한 일상에 질려 국내에서 이성 친구를 사귈 목적을 갖고 오기도 했다.“저는 남편이 있습니다.”심지안은 성연신을 방패 삼아 솔직하게 말했다.능글맞은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하룻밤만 나랑 같이 있어 주면 4천만 원을 줄게요. 남편이 모르게 해줄 거예요.”“4천만 원?”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그 돈으로는 제 속눈썹 한 가닥 살 수 없을 텐데요?”“알았어요. 싫으면 싫은 거지, 왜 잘난 척이에요? 참나...”능글맞은 남자의 눈에는 하지웅이 하씨 가문에서 가장 능력 있고 부유한 사람으로 보였고, 하지웅 주변 친척들의 재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심지안과 가족들이 왔다는 것은 그 가족들도 하씨 가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 친척일 확률이 높았다.“잘난 척한 거 아닌데요?”심지안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야말로, 돈도 없는데 왜 허세를 떨어요?”능글맞은 남자는 4천만 원을 당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지만, 그 돈으로 고작 하룻밤을 보내는 건 아깝다는 생각에 얼굴을 찡그렸다.“지안아, 오랜만이야!”낯설지만 어렴풋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지안은 그 목소리를 찾아 눈썹을 치켜떴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세 글자를 뱉어냈다.“강우석?”강우석은 건너편에서 심지안을 발견하고 다가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도 하지웅 씨를 알아?”“어... 좀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하나? 넌? 하지웅 씨와 어떻게 알아?”“같이 사업을 했었던 사업 파트너였어.
강우석은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에 상심의 기색이 드러났다.성연신은 그를 가볍게 흘깃 보고, 턱을 살짝 올리며 그를 내려다보았다.강우석은 성연신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스러워했다. 곧이어 얼굴에 후회의 기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색이 더 뚜렷해졌다.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민망함이 몸 전체에 퍼지며, 귀까지 빨개졌다.‘지안 씨가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데, 그 당시 심연아를 선택하고 지안 씨를 포기하다니. 너무 어리석었어.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지안 씨의 남편은 내가 됐을 것이고, 우리는 함께 세움 주얼리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겠지?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강우석은 시선을 급히 돌려 현장을 벗어났고, 계속 그 자리에 있다가는 자칫 실수할까 두려웠다.심지안은 강우석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허리에 감긴 손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불만스럽게 고개를 들고 성연신을 쏘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언제 놓아줄 거예요? 난 연신 씨와 이렇게 붙어 있는 게 싫거든요...”성연신은 깊은 눈으로 그녀를 말없이 응시했고, 손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아까처럼 ‘여보’라고 불러요, 난 ‘전 남편’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연신 씨는 제 전 남편이잖아요. 우리는 방금 연기하고 있었을 뿐이고요.”성연신은 턱을 아래로 끌어내리며, 심지안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연기였어요? 그럼 끝까지 해봐요.”심지안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앞쪽의 디저트 구역을 바라보며 성연신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떠올렸다.“배가 고파요, 먹을 걸 찾으러 가야겠어요.”“그래요. 나도 마침 배고파요. 나도 케이크 하나 가져다줘요.”심지안은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며, 결국 잠시 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됐어... 연기일 뿐이니까...’그 후로도 그녀와 성연신은 함께 다니며, 사람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받았다.“성 대
“지안아, 청민이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알아차렸고, 세움 그룹 지분을 다 넘겼어.”성동철은 두툼한 계약서 뭉치를 손에 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심지안의 동공이 갑자기 움츠러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청민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키우더니, 직접 다시 자신의 지분을 넘겨준 것은 내가 이사회를 설득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일까?’심지안은 마음속으로 충격을 억누르며 마음을 추스르고 한동안 조용히 성동철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고청민은 무릎을 꿇고 있어서인지, 성동철의 얼굴에는 분노가 전혀 없었고, 실망감을 제외하면 그의 눈 밑에 감춰진 것은 안타까움이었다.세움 주얼리는 성동철이 혼자서 싸워온 것이었지만, 고청민의 공로로 점점 더 커진 것이었다.결국 심지안은 그늘 밑에서 자라온 화초에 불과했다.사실 조금 전 아래층에서는 그녀와 성연신의 애틋한 관계를 부러워하는 사람들 외에, 숨은 목소리도 있었다.그들은 심지안이 집안과 조상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여전히 심씨 가문의 미운 딸로 남을 것이며, 성연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가장 의미 없는 일이야말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에 자기를 빗대어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갑자기 돈 많고 힘센 할아버지가 생겼다면 그들의 인생도 180도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들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인생도 백조가 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심지안은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성동철이 자기 할아버지라는 사실은 이번 생에서 바꿀 수 없으니까!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행운을 소중히 여겼다.고청민은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유대감이 강했고, 할아버지는 고청민의 실수를 눈감아주기도 했고,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혼내려 하지 않았다.심지안은 할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고청민이 너무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서만 그녀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심지안은 생각을 정리하고, 주식 계약서를 성동철의 손에 조심스럽게 돌려
심지안은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사랑한다고요?”성연신은 심지안이 잔뜩 긴장한 모습에 괜히 진지해지며, 그녀의 손을 잡고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사랑해요, 지안 씨. 정말 사랑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내가 지켜줄게요. 죽을 때까지 사랑할게요. 내 진심을 믿어줘요!”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연신의 크고 넓은 손바닥에서 전달되는 온기를 느끼며 혼란스러워졌다.“오늘 할아버지한테 뭐라고 했어요? 연신 씨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태도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성연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심지안의 손을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보증을 드렸어요.”심지안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나에 대한 보증인가요?”“맞아요.”“무슨 보증이죠?”“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요.”성연신은 눈빛이 빛나고,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할아버지께 내가 지안 씨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세움 그룹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드렸죠. 이번에 세움 그룹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증했어요. 할아버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할 거예요.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할아버지께 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드렸어요.”이는 성연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낸 것과 같았다. 만약 성동철이 성원 그룹을 무너뜨릴 생각이 있다면, 그건 치명적일 것이고, 성연신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심지안은 몸이 바르르 떨렸고, 바로 무언가 떠올랐다.“설마 성원 그룹의 최고 기밀을 알려드린 거예요?”“네.”“미친 거 아니에요?”심지안은 소리치며 험한 말을 했다.“나조차도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기 어려운데, 연신 씨는 어떻게 그렇게 대담할 수 있어요? 만약... 만약에...”심지안은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할아버지를 야비하게 평가하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수많은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며 그
“아참, 아빠! 오늘 담임 선생님께서 프러포즈 받았어요. 남자친구가 큰 꽃밭을 선물했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아빠도 그런 거 배워보면 어때요? 여자는 로맨틱을 좋아한대요.”성연신이 흠칫하고 눈빛이 바뀌더니 천천히 대꾸했다.“넌 아직 애야. 딴소리하지 말고 어서 가서 자.”성우주는 졸려서 눈을 뜨지 못한 채 중얼거리며, 결국 순순히 침실로 돌아갔다.성연신은 곧바로 정욱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제경의 모든 장미를 사들여 줘요. 내일 당장 필요해요.”정욱은 전화를 받고 시간을 확인했다. 때는 새벽 두 시였다. 졸려서 눈도 채 못 뜬 정욱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아, 직장인은 정말 힘들어. 게다가 내일은 주말이잖아!’하지만 미래의 아내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정욱은 또래 친구인 대학 동창들이 몇 년 동안 직장인 생활을 해도 집을 마련할 대출금도 구하지 못한 상황을 생각하면,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잠깐... 장미를 산다고? 이건 회사 업무과 관련된 게 아닌데, 혹시 지안 씨에게 줄 건가?’정욱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얼굴을 씻고 정신을 차렸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심지안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열에 아홉은 대표님이 지안 씨를 위해 장미를 준비하는 게 틀림없었다.그는 미리 대비해 지안 씨가 어떤 종류의 장미를 좋아하는지, 어떤 색과 향을 선호하는지 파악하기로 했다. 장미는 다양한 품종이 있으니 말이다.정욱은 새벽 여섯 시까지 자료를 찾아본 끝에, 심지안이 좋아하는 장미는 다이애나 장미라인 것을 알아냈다. 다이애나 장미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의미한다.그와 동시에 성연신의 문자가 도착했다.[다이애나 품종의 장미로 부탁해요.]밤을 지새우며 조사를 한 사람은 정욱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고청민은 성씨 가문에 돌아온 후,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사당으로 이사했다.성동철은 그가 다시 원래
“안 가져갈래요. 들키면 창피하잖아요.”여자는 손을 내저으며 방금 슈퍼마켓에서 사 온 무거운 장바구니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장미꽃들을 바라보며 부러운 눈빛으로, 자기도 모르게 남편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가져가요. 여기 이렇게 많이 두면 결국 시들어 버릴 거예요.”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여자는 놀라서 돌아보았고, 심지안과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얼굴이 빨개졌고, 연신 손을 내저으며 해명했다.“가져가요. 여기 이렇게 많이 두면 결국 시들어 버릴 거예요.”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여자는 놀라서 돌아보았고, 심지안과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얼굴이 빨개졌고, 연신 손을 내저으며 해명했다.“저희 그냥 장난친 거예요. 정말로 꽃을 훔치려던 건 아니에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쪽을 쳐다보았다.성우주도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성우주의 눈이 번쩍하고 밝아졌고, 그는 종종걸음으로 심지안 쪽으로 달려갔다.“엄마, 이 꽃은 엄마를 위한 선물이에요.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래요.”어린 아이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가 심지안에게 닿았다.성우주는 맑은 눈망울로 웃으며 심지안을 바라보았다.심지안의 마음은 녹아내릴 것만 같았고, 손을 뻗어 꽃다발을 받았다.그녀는 몸을 낮추어 물었다.“아니요, 제가 드리는 거예요. 엄마, 행복하죠?”비록 아빠가 준 꽃보다 많지는 않지만, 이건 우주가 돈을 모아 산 것이었다. 어린 우주는 아빠보다 뒤처지면 안 되니까, 아빠가 엄마에게 꽃을 주면, 자기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심지안은 눈웃음을 지으며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물론 행복하지! 우리 우주 정말 마음이 예쁘구나!”“헤헤, 엄마, 아빠는 저기 앞쪽에 있어요. 어서 가서 만나보세요.”성우주는 아빠에 뒤지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자신이 맡은 임무를 잊지 않았다.“앞에?”“네! 맞아요!”심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성연신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
심지안은 진심으로 반성하는 성연신의 표정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성연신은 씁쓸한 마음으로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고, 심지안의 대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사업하면서 겪어보지 못한 감정적 좌절을 오늘에야 겪어보게 되었다. 성연신은 이런 종류의 좌절과 상실감을 난생처음 느꼈다.하지만 심지안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좋아요.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까 서두를 거 없어요...”“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심지안은 성연신의 말을 끊었다.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유난히 힘 있게 들렸다.성연신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순간 자신이 환청이 들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평소 차갑고 도도하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멍하니 심지안을 바라보았다.그 모습에 심지안은 싱긋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꼬집었다.“이 멍청한 표정은 뭐예요? 남들이 보겠어요, 이미지 관리 해야죠.”30대가 넘은 아저씨지만 성연신의 피부는 여전히 한창때와 다름없었다. 수염을 깎지 않은 얼굴도 다른 남자들과 달리 부드러웠다.성연신은 몇 초 동안 계속 놀란 표정을 짓다가 진심이 담긴 미소를 지었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행복하게 웃었다.그는 갑자기 심지안을 품에 안고 꽃잎으로 덮인 길을 뛰어다니며 어린아이처럼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심지안은 깜짝 놀라 성연신의 가슴팍을 때렸다.“뭐 하는 거예요, 참나!”성연신은 피부뿐만 아니라 체력도 좋은 편이었다.뛰는 모습을 보니, 아침마다 꾸준히 조깅하는 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지안 씨, 덕분에 너무 행복해요.”성연신은 걸음을 멈추고 흥분을 억누른 채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상황에서 기쁨을 되찾았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죠.”“흠, 한 번만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또다시 실망하게 하면 뒤돌아보지 않
“원하는 게 뭐예요?”소민정은 불안한 표정으로 임시연이 들고 있는 작은 칼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민정 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와 며칠 전에 한 전화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는 것은 안철수의 마음속에서 민정 씨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말도 안 돼요, 안철수는 연신 오빠가 화낼까 봐 제게 답장을 안 한 것뿐이라고요!”안철수는 소민정의 마지막 카드였다. 그런데 그 카드마저 사라진다면 소민정에게 남을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녀는 즉각 반박했다.임시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그럼 증명해 주세요.”“어떻게 증명하죠?”제가 지금 민정 씨 얼굴에 상처를 낼 거예요. 사진을 찍어 안철수에게 보내세요. 안철수가 반응을 보인다면 민정 씨의 말이 맞는 것이고, 우리는 안철수를 통해 심지안을 우리가 준비한 장소로 유인하면 돼요.”“제정신인 거죠? 왜 임시연 씨 본인 얼굴에 상처를 내지 않고 저한테 피해를 주려는 거죠?”소민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화난 얼굴로 임시연을 노려보았다.“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민정 씨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에요. 게다가 제가 모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돕고 있는데, 저와 비교하면 섭섭하죠!”임시연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말하며 들고 있던 작은 칼로 소민정의 뺨을 세차게 찔렀다.“아!”소민정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래층에 있던 모텔 주인이 달려와 문을 두드렸다.“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임시연은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며 소민정의 입을 막고 출입구 쪽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쥐를 보고 언니가 놀랐나 봐요.”“아, 다행이네요, 쥐 잡는 거 도와드릴까요?”“아닙니다, 저희가 이미 처리했어요.”“알았어요, 다음에는 다른 여행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해주세요.”주인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임시연의 부하들은 긴장을 풀었고, 소민정은 힘겹게 몸부림치다 겨우 임시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울면서 거울 앞으로 달려가 상처를 살폈다.왼쪽 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