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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몸을 팔아놓고선

“네.”

비서가 심지안을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심지안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비서는 이어 프로젝트 책임자를 부르고는 그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그 순간 책임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얼이 빠진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음을 표했다.

여비서와의 대화가 끝난 뒤 그가 심지안을 향해 걸어와 조금 전과는 180도 바뀐 태도로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했죠. 우리 다시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볼까요?”

심지안은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리에 굳어있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너무 좋죠!”

책임자는 10분 동안 심지안이 가져온 수정본을 살펴보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주 좋아요. 이거로 정하죠.”

“이... 이렇게 빨리 결정한다고요?”

“전 심지안 씨의 능력을 믿어요.”

심지안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절 믿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잠시만요. 오늘 오전 제가 지안 씨의 상사분께 지안 씨가 베껴서 보냈다고 얘기했어요. 저 때문에 그분이 지안 씨를 오해했을 것 같네요.”

“이 프로젝트는 제가 맡은 거니까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도 제가 책임져야죠.”

그녀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게 만들었어요.”

그녀와 동료들은 그저 일로 맺어진 인연일 뿐, 항상 회사의 이익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아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서인수는 그녀를 믿고 있다.

책임자가 여비서가 했던 당부를 떠올리고는 말했다.

“이렇게 해요. 이 일엔 제 책임도 있으니까 제가 지안 씨와 함께 부용에 가서 설명할게요.”

심지안은 깜짝 놀라 크고 맑은 눈을 깜박거렸다.

“아니에요. 제가 말하면 돼요. 책임자분께선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상대는 끝까지 부용에 함께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안은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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