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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1화 돌아온 시윤

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있어요. 며칠 뒤 사모님 증세가 호전되면 만날 수 있어요.”

시윤은 예전처럼 미친 듯이 도윤을 찾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시윤도 지금 상태로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를 돌보는 건 더욱 불가능하다.

이에 시윤은 한참 고민하더니 말을 꺼냈다.

“제가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도윤이 안 볼 거예요. 아이 놀라면 안 되니까.”

시윤의 말에 석훈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상태가 날로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 곧 가족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족을 언급하자 시윤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날 저녁, 시윤은 처음으로 멀쩡한 정신으로 병상에 누워 창 밖의 달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신이 다시 돌아온 탓인지 애써 외면하던 것도 하나둘 밀려오기 시작했다.

가족, 아이, 그리고 도준까지...

한순간 진실을 회피하려 했을 뿐인데 이성을 잃게 될 거라고 시윤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위해서라도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어. 이혼하든 직면하든 빨리 나아져야 해.’

정신이 돌아온 뒤로 시윤은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태가 점차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게, 시윤의 산후 우울증의 원인은 대부분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생긴 거라 이제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데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하니 회복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덕분에 입원한 지 보름 만에 시윤은 매일 그리워하던 도윤을 만났다.

보름 안 본 사이 전보다 무거워진 도윤은 포도알 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시윤을 바라보았다. 이목구비가 또렷해져 전보다 더 예뻐진 아이를 보자 시윤은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아가야, 엄마 기억나? 엄마 잊지 않았지?”

시윤이 우는 모습을 보자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려던 도윤은 실패하자 입으로 뭐라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천진난만한 도윤의 모습에 시윤은 이내 웃음이 터져 조심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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