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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고백

시영의 명령에 케빈은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다리를 겨우 가리는 얇은 실크 잠옷을 입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시영은 젊고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고 있었는데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케빈은 여태껏 수많은 여자를 봐왔었다. 그의 고향에서 몸을 파는 것은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듯이 흔한 일이었다.

여자들은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풍만하거나 앳된 몸을 거리에 내세우며 가격을 제시하였다. 심지어 몸을 살랑거리며 고객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눈빛은 모두 무감각했다.

케빈의 집은 그 골목의 끝에 있었기에 케빈은 매일 그 사이를 지나야 했다. 더러운 거리와 드러난 여성의 몸. 케빈은 보지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다.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들은 도살장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고, 몸에는 올가미 자국이나 멍 혹은 칼자국이 있었다. 그 여자들은 썩어가는 고기와 함께 썩어갔다.

용병으로 일하던 몇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면 선배들은 케빈을 데리고 여자들을 만나러 가려 했지만 케빈은 그 여자들이 유혹하는 모습을 봐도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구역질이 났다.

여자의 노출된 피부를 볼 때마다 케빈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혼란, 더러움, 피비린내...

선배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케빈은 홀로 벽을 잡고 토했다. 그 후 그는 혼자서 찬 바람 속에 서 있었다. 그때 케빈은 평생 여자를 만나지 않을 것이고 절대 가정을 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하지만 지금, 시영의 향기로운 방에 서있자 케빈은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고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다. 마치 정글에서 독사에게 물린 것처럼 마비된 느낌이 들었다. 피가 끓고 숨통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케빈이 마치 죽은 듯 서 있을 때 시영은 그의 팔을 잡았다. 시영은 발끝을 세우고 드넓은 케빈의 큰 어깨를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케빈 오빠, 내 소원은 오빠와 함께 있는 거야.”

시영은 이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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