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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장소월은 전생에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니면 지금 이 순간 교실을 나서 도서관에서 자습할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지식으로 그녀는 고등학교 시험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정도이다. 지방대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좀 더 노력해 보면 인서울도 노려볼 만했다.

장소월은 문과는 잘하는데 이과 수학이 좀 약한 편이다. 그런데 그는 더 이상 다른 과목을 공부할 여유가 없었다.

방과 후에 요리 수업, 피아노 수업... 등 다른 수업을 들어야 했다.

장소월은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 우울함에 빠졌다...

장소월은 고뇌에 빠진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 낭비였고 그 시간에 차라리 단어나 몇 개 더 외우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의 잡생각을 집어치우고 장소월은 단어를 외우는 것에 집중했다.

도서관에는 5반과 6반 학생 외에는 다른 반의 학생은 거의 오지 않는다.

지금은 수업 시간이라 도서관에 관리인을 빼고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장소월은 혼자 있는 것에 익숙했고, 지금 이 대로가 딱 좋다고 느껴졌다.

이때 누군가가 행정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

2층에 있던 사람은 장소월이 창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찍고 바로 홈페이지 게시물에 올려버렸다.

“빨리 홈페이지 봐. 장소월이 강용을 피해 도서관으로 갔어.”

1분도 안 돼서 바로 답글이 달렸다.

「대박, 역시 강용 형님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쉽게 쫓아 버리다니! 더 이상 반에서 마주칠 일이 없겠지?」

「두고 봐. 이틀도 안 돼서 돌아올 거라고 본다.」

이 글에 또 답글이 달렸다.

「그럴 리가 없어.」

「왜?」

「왜냐면, 강용 형님이 방금 장소월 책상이랑 의자를 모두 교실 밖으로 버렸고 청소하는 아줌마가 방금 끌고 나갔어. 아마 폐품으로 팔아 버렸을 거야.」

그리고 사진 몇 장이 올라왔는데 장소월의 책들이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 위에 무엇인지 모르겠는 구토 물질까지 있었다.

장소월은 아직 자기가 제명되었다는 소식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다.

시험지 한 장을 다 풀고 난 장소월이 반으로 돌아가려고 도서관을 나서던 중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소월아, 지금 절대 돌아오지 마.」

장소월은 발걸음을 늦추고 의아하게 답장했다.

「무슨 일 있어?」

상대방은 빠른 속도로 답장을 했다.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 봐.」

장소월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학교의 가십거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처음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들을 보니 책상이며 책들이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서랍에 넣어둔 도시락통도 구석으로 굴러떨어졌다.

이 도시락은 아줌마가 사준 것이고 도시락 주머니는 아줌마가 한 땀 한 땀 손수 만든 것이었다.

장소월은 성큼성큼 교실로 향했다.

잠시 후, 누군가가 일어서서 멀리서 걸어오는 그림자를 보고 흥분한 듯 소리를 질렀다.

“왔다 왔어! 장소월이 왔어!”

“웃기네, 돌아올 면목이 있나 봐.”

“재밌는 구경이 생겼네. 진짜 화났겠다.”

“누가 평소에 그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래?”

엎드려 자고 있던 강용은 짜증이 난 듯 책을 내던졌다.

“시끄러워! 더 떠들 거면 밖으로 꺼져!”

순간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강용은 뒷문으로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았다. 교실에 있던 모든 사람은 구경이 난 듯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들은 장소월이 화가 나지만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강용과 맞서다가 혼나는 비참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장소월은 교실 뒷문에 나타났으나 그들이 생각한 만큼 화나 있지는 않았다. 장소월은 강용을 찾아가지도 않았고 오히려 차갑고도 차분한 모습으로 쓰레기통 옆으로 다가가 그 우스꽝스러운 도시락통을 주워 먼지를 훌훌 털어냈다.

장소월은 도시락통의 지퍼를 열어 파손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던 중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바닥으로 던졌다. 피 묻은 죽은 쥐 한 마리가 도시락통에서 튀어나왔다.

장소월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반에 있던 학생들은 장소월이 겁먹은 모습을 보고 짓궂은 장난이 효과를 봤다는 생각에 교실이 떠나갈 듯 웃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책상을 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너무 웃기네. 쟤 좀 봐.”

서문정은 손에 책을 들고 한편으로는 장소월이 걱정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히 편을 들 수가 없어 책 보는 척만 하고 뒤돌아보지 못했다.

강용은 학교에서 건드리는 사람이 없는 존재이고 교장 선생님까지도 도련님 모시듯 했으니 말이다.

그때, 담임 선생님이 책을 들고 들어오셨다. 강만옥은 이상한 눈빛으로 장소월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눈길을 돌리고는 책을 펴며 말했다.

“그만해, 얘들아, 또 친구 괴롭히면 어떻게 해? 곧 수능인데 좀만 얌전해지면 안 돼? 너희들이 최악이야.”

“소월아, 넌 서서 뭐 해? 어서 자리로 돌아가! 수업 시작한다!”

담임 선생님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척하면서 눈앞에서 펼쳐진 모습을 찍어 곧바로 검은색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 그 사람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섹시한 차림을 한 여자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성숙한 세련미를 풍기고 있었다.

환생하고 다시 강만옥을 만나자, 장소월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이 여자는 장소월의 담임선생님일 뿐만 아니라 나중에 새엄마가 될 사람이고 장해진의 수많은 여자 중에서 유일하게 장가네로 들어온 여자이다.

그뿐만 아니라 강만옥과 전연우의 사이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참 애매한 관계이다. 어떤 정도냐 하면, 전생에 강만옥이 시집온 지 불과 3년만에해 장해진이 죽었다. 사망원인은 의사도 밝혀내지 못했는데 장해진의 죽음은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장례식 날 장소월은 강만옥이 전연우의 방에서 나온 것을 보았다...

이언 생각에 장소월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전연우도 참 대단하다. 어떤 여자든 다 그를 위해 이용당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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