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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그럴 리가요. 오빠가 저를 생각해서 그런 건데요 뭐."

전연우의 시선은 장소월의 옷으로 향했다. 헐렁한 옷은 눈에 띄게 그녀의 가냘픈 몸에 맞지 않았다. 처음 보는 옷이었는데 딱 봐도 남자 옷이었다.

"오늘은 웬일로 교복을 안 입었네?"

장소월은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그대로 와버렸었다.

"아... 아니... 입었어요. 근데 단추가 떨어지는 바람에 다른 사람 옷을 빌려 입은 것뿐이에요.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해요."

"남자 거야?"

장소월은 딱히 숨길 마음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연우는 그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말투는 왠지 모르게 차갑고 딱딱했다.

“연애하는 거야?"

"아니요..." 장소월은 서둘러 부인했다. "걔는 그냥 친구의 친구일 뿐이에요."

"네 나이에 연애하는 게 뭐 어때서? 사춘기 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지... 이제 연애 고민 같은 거 생기면 언제든지 오빠를 찾아와.”

"네. 알겠어요. 오빠."

전연우와 대화를 할 때마다 그녀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만 했다. 자칫하면 그의 손에 이끌려 그가 미리 파둔 달콤한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원 별장.

전연우의 차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장소월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어 문을 열어보았지만, 자동차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때 전연우가 갑자기 확 다가왔고 그의 남성적인 체취가 장소월의 코를 찔렀다.

그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동백꽃향이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오빠... 뭐 다른 용건이라도 있어요?"

그러자 전연우는 그녀의 얼굴을 치켜들고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살살 문댔다. 그의 손가락에 옅은 핑크빛이 묻어났다. 장소월은 잔뜩 겁에 질려 그대로 경직된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립스틱 발랐어?”

"아뇨, 아뇨. 제가 전에 산 립글로스가 발색이 되는 거라서요."

장소월은 전연우가 도대체 뭘 어쩌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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