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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전연우는 기성은에게서 펜을 받은 뒤 마지막 페이지에 사인했다.

이어 곧바로 기성은에게 건넸다.

“법무부에 제출해.”

“네. 대표님.”

전연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허울뿐인 결혼 따위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에게 있어 누구와 결혼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밥은 됐어요.”

“왜요? 회사에 가봐야 해요?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법적으로 부부가 된 날이잖아요. 여보... 오늘은 저와 함께 있어 주면 안 돼요? 함께 식사다운 식사를 해본 적도 없잖아요. 절 위해 이번 한 번만 양보해 줘요. 네?”

“인시윤 씨, 여기까지예요. 연극에 너무 몰입하지 말아요.”

그 한마디에 인시윤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전연우는 그런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싸늘하게 차에 올라탔다.

“대표님, 회사로 갈까요? 아니면 로즈 가든인가요?”

전연우는 지그시 눈을 감고 이마를 찌푸렸다. 분명 목적을 이루었건만, 가슴 속의 짜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 이유는 전연우 자신 또한 알 수 없었다.

“로즈 가든.”

“네. 대표님.”

전연우는 핸드폰을 켜고 화면 속 장소월의 위치를 확인했다.

로즈 가든에 돌아간 뒤 전연우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곧바로 안방에 들어갔다. 베란다에 멍하니 앉아있는 장소월을 본 그의 눈동자가 한층 어두워졌다.

전연우가 한 걸음 한 걸음 장소월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두 다리를 끌어안은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혼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 눈동자가 텅 비어 있었다.

장소월의 시선이 남자의 긴 두 다리에 부딪혔다. 그녀의 검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나지막한 세 글자가 새어 나왔다.

“축하해.”

전연우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마치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 보아내기라도 한 듯 말이다.

“그리고?”

“행복한 신혼 생활 보내.”

전연우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아래턱을 잡아 올렸다. 검디검은 눈동자에 한기가 위험하게 일렁거렸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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