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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한편, 오피스텔로 돌아간 유영은 외삼촌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파리로 돌아가지 않고 당분가는 여기 있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그래도 놀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전공을 살려 작업실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정국진은 당연하게 그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강이한과 함께할 때는 일이 하고 싶었지만 그의 반대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전직주부 생활을 했다.

매일 시댁과의 갈등을 겪고 집안의 사소한 일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람들은 세강의 안주인이 되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유영 본인은 아니었다.

재벌가의 며느리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아마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국진의 든든한 지원까지 있으니 앞으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것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소은지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열심히 스케치를 그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의외라는 듯이 웃었다.

“강이한과 틀어지고 엄청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

“실연했다고 다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

유영은 시큰둥하게 대처했다.

강이한과 결혼하고 유영이 스스로 백수가 되길 원한 게 아니라 그가 원했기 때문에 양보한 것이었다.

그 동안 세강 식구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 외에 그녀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림 감각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지내서 널 다시 보게 됐어.”

소은지가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밥 했어. 반찬만 데우면 돼.”

“와. 이제 밥도 할 줄 알아? 대단한데?”

그 말을 들은 유영이 움찔했다.

“그 집에서 내가 손 놓고 놀기만 한 건 아니야.”

시어머니랑 같이 안 지낼 때는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매번 본가로 가면 차라리 주방에 갇혀 일을 하는 게 편할 정도로 시달렸다.

소은지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돈도 인맥도 내가 다 지원해 줄 수 있으니까.”

펜을 잡은 유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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