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영이랑 박연준 사이에 있었던?’강이한의 눈 밑에 드러난 분노와 비통을 보며 이유영은 마음이 한껏 통쾌했다.“왜? 싫어?”이유영은 강이한의 모습을 따라 하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어루만졌다.강이한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유영의 손을 덥석 잡았다.결국...강이한은 힘 있는 손으로 이유영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녀를 소파 위에다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쓸쓸함과 쌀쌀함이 가득한 뒷모습을 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시욱은 들어올 때 로비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사모님...”이시욱은 아주 조마조마하며 다가갔다.이유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시욱 씨 왔어요?”“도련님은?”“뭐가 맘에 안 들어 하는 중이야!”“...”성숙한 남자라면 이유영의 말에 담긴 조롱을 듣고 절대로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유영이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생각 못 한 눈치였다.위층에서, 이시욱은 올라오자마자 바로 서재로 들어갔다.문을 들어설 때 그는 이미 진한 담배 냄새를 느꼈다. 강이한은 아주 퇴폐한 모습을 하고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담배 불씨는 마치 지금 그의 쓸쓸함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이시욱이 손을 내밀어 불을 열려고 하자, 강이한은 소리 내어 그를 말렸다.“불 켜지 마!”“도련님.”이시욱은 강이한의 말투 속에 숨겨진 슬픔을 듣고 멈칫했다.강이한 곁에서 지낸 최측근만이 알 수 있었다. 비록 강이한은 근 몇 년간 언제나 소탈한 사람이었지만 이 소탈함은 결국 이유영의 몸에서 멈췄다.“아이의 소식에 대해 두서가 조금 보입니다.”방안의 불은 순식간에 켜졌다!하지만 이시욱은 여전히 어둡게 느껴졌다. 이 불들은 다 특별히 이유영을 위해 바꾼 불이라는 것을 이시욱도 알고 있었다.그 건 이유영이 저녁에 이 도원산에서 행동이 자유롭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이시욱은 강이한에게 다가가 그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강이한은 사진을 손에 쥐고 한눈 보았다
사진은 파리에서 찍은 것이었다!‘하지만 정유라는 파리에 돌아온 적이 없다고? 그럼 그 아이는 절대 정유라의 아이가 아니다.’강이한은 가슴이 미치게 벌렁벌렁했다...원래 혼란스럽던 머리는 지금, 이 순간 무척 선명해졌다.“정유라의 아이가 아니라면 그럼 걔 아이일 수밖에 없잖아.”정국진과 임소미 쪽의 친척관계에 대해 강이한은 이유영보다 더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임소미가 병원 앞에서 안고 있는 아이는 정유라의 아이가 아니면 이유영의 아이였다.‘유영이, 우리 유영이...’오래오래 지나 강이한의 마음속에 휘몰아쳤던 강풍은 그제야 조금 평온해졌다.강이한은 크게 한숨 들이켜고는 이시욱에게 말을 건넸다.“잠시 이 일로 유영이를 놀라게 하지 말고 비밀리에 임소미의 행방을 찾아.”“네!”임소미...이유영이랑 같이 출국한 뒤로는 마치 사라진 것처럼 돌아올 때도 이유영 혼자만 돌아왔다.이때 이유영에게 물어봤자 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고, 오히려 경계심을 더 세게 내세울 거라는 걸 강이한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유영한테 소식이 안 들어가게 하는 선에서 비밀리에 임소미의 종적을 찾아야 했다. 아이는... 무조건 임소미랑 같이 있을 것이었다.‘아니면 임소미는 왜 파리에 돌아오지 않는 걸까?’임소미와 정국진은 결혼한 뒤로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 지금 이렇게 떨어져 지낸 데는 무조건 문제가 있었다.이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알겠습니다.”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여 말했다.“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뭔데?”이시욱은 아이의 일로 정유라를 조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이상한 점?”“네. 정유라 아가씨 지금 나이로비에 계시는데 이 2년 동안에 줄곧 그곳의 빈민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나이로비의 제일 큰 빈민촌?”“네, 맞습니다.”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정말 말이 안 되었다.‘정유라는 정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나이로비의 빈민촌에서 2년이나 지냈다고? 도대
강이한의 말을 듣자, 이유영은 우유 잔을 들고 있던 손마저 굳어버렸다!“그거 물어서 뭐 하려고?”이유영은 당연히 외삼촌이 외숙모한테 찾아간 거라고 강이한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왜냐하면 외숙모는 지금 퀘벡에서 이유영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고 외삼촌은 외숙모랑 같이 있어 주려고 간 것이었다.퀘벡의 일은 절대 강이한이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래서 당연히 외삼촌의 행방도 알려줄 수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태도를 보고 그녀가 쉽게 알려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깊게 한숨을 들이키고는 말했다.“내 손에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가 한 개 있는데 당신 외삼촌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거라서 물어봤어.”“그럼, 외삼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럴 시간이 없어.”이유영은 다시 한번 굳어져 버렸다!그러고는 강이한을 쳐다보며 눈썹을 치켜들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그럼 다른 파트너에게 넘겨.”“수천억에 달하는 프로젝트야.”“그럼, 바로 나랑 얘기해도 되잖아.”이유영은 강이한을 바라보며 그의 목적이 아주 뚜렷한 것을 보아냈다.언제부터인지 이유영도... 사람의 속을 볼 줄 알게 되었다.이렇게 큰 유혹까지 들춰내면서 사람을 떠보는 것을 보고 이유영은 생각했다.‘강이한 손에 꼭 외삼촌이랑 얘기를 나눠야만 하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도대체 뭐가 있어!? 강이한은 외삼촌이랑 합작할 생각이 단 한 번도 없었을 건데.’그래서 이 시기에 프로젝트 합작이니 뭐니 하는 건 그저 이유영한테서 외삼촌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것뿐이었다.‘이 남자 봐라. 참나...’“당신은 로열 글로벌의 대표일 뿐이잖아.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봐.’“그럼, 뭐 더 얘기할 것도 없네!”이유영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이유영의 태도에 도리어 강이한이 어리둥절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아주 오만스럽게 자기가 지금 로열 글로벌 내의 지위가 어떠어떠하다고 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제야 이유영은 원래 아주 겸손한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이쯤 되니 강이한도 이유영한테서
이유영이 지금 도원산에 있는 건 다 강이한이 소은지의 행방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원래도 불미스러운 일로 엮인 관계였지만 지금 이유영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를 시시때때로 강이한에게 일깨워줬다.예전에 한지음은 두 사람 사이의 관건이었다...!그리고 지금까지도 강이한은 아주 자신 있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틀렸다. 강이한의 생각은 틀렸다.지금의 이유영은 예전의 이유영과 달랐다. 전생의 이유영과는 더욱 달랐다. 강이한은 맞은 쪽에 있는 이유영을 보며 눈 밑의 집념은 더욱 강해졌다. 쌀쌀한 기운은 더 진해졌고, 집착도... 더 진해졌다.“당신은 정말 마음이 없네!”이유영은 마음이 없고 차가운 나머지 강이한을 달래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도대체 언제부터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 되었을까?“당신도 마찬가지야!”예전에는 이유영에게 그랬듯이 지금은 한지음에게 그랬다.이유영은 예전의 자신이 안쓰러웠고 더욱이는 지금의 한지음이 안쓰러웠다.강이한이 생각한 대로 이유영이 두 사람 사이에 대한 감정도 그저 그러했다!“난 다 먹었으니 이만 회사에 가볼게.”안색이 어두워진 강이한을 보고 이유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하지만, 뒤돌아서 자리를 뜨려고 할 때 뒤에서 강이한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유영아, 만약 정국진이 없으면 넌 지금처럼 오만할 본전이 있다고 생각해?”“당신 그 말은 내가 처음부터 당신 옆에 있었던 건 돈 때문이었다는 말이야?”이유영은 비꼬며 강이한에게 반문했다.하지만, 이 비꼬는 말은 결국 가시가 되어 강이한의 마음을 찔렀다.강이한은 식탁 의자에 앉아 이유영의 도도한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버금했지만 결국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이유영이 떠났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도원산에서 걸어 나왔는지도 모른다. 차를 몰고 이유영을 데리러 온 루이스는 안색이 창백한 이유영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네! 괜찮아요.”“소은지 아가씨 소식이 있습니다.”“...”원래 풀이 죽어 나른해 있던 이유영은 루이
도원산 쪽에서, 강이한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아까는 내가 미쳤지, 유영이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그 당시 강이한이랑 이유영이 7년이나 만난 후, 결혼을 앞두고서야 이유영은 강이한의 진짜 신분을 알았다.그것도 강이한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와서...그런 이유영이 과연 그런 짓을 했다고?“사모님, 오셨습니까?”강이한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밖에서 집사가 아주 공손하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러고 나서 이유영의 분노를 참는 소리가 들렸다.“집사님, 다시 한번 그딴 식으로 저를 부르면 당장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어요.”아주 건방지고 방자한 말투였다.하지만 강이한의 입가에는 총애하는 미소가 번졌다.전생의 이유영이 지금과 같은 이런 성격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그녀를 괴롭혔던 사람들은 다 손해를 봤을 것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때 당시의 이유영은 아주 온순하고 얌전했다.결국 끝까지, 그녀는 시력을 잃은 후에야... 딱 한 번 강력하게 나왔었다. 그러고는 강이한에게 이혼을 제기했다.이유영이 들어오자, 집사님은 안절부절못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강이한은 눈가의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이유영을 바라보며 눈빛에는 사람이 부단히 퍼지고 있었다.“무슨 중요한 서류를 까먹었어?”“누구야?”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이한은 얼음처럼 굳어진 이유영의 안색을 보며 눈가의 웃음기를 조금씩 거두었다. 그는 당연히 이유영이 뭘 묻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요즘 강이한과 관련된 데서 소은지 빼고는 그 아무도 이유영의 감정에 영향 줄 수 없었다. 그 속에는 한지음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지금 이유영이 자기에 대한 감정이 도대체 뭔지 강이한은 전혀 보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소은지에 대한 감정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소은지는 이유영에게 있어서 몹시 중요했다.그 누구도 비길 수 없을 만큼 중요했다.만약 할 수만 있다면 강이한은 정말 이 순간 이유영을 전생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두 사람이 아직 사랑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엔데스
이유영은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이유영!”강이한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투는 아까보다 더 싸늘했다.“도대체 누구야?”“그래도 알아야겠어?”“그래!”“그 여자가 당신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중요해?”중요하기를 지금 소은지가 건드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여전히 누가 소은지를 데려갔는지 물어보고 있었다.중요하다고 하는 이유영의 말에 강이한은 이를 꽉 깨물었다.마치 소은지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하고 제일 중요한 것처럼.이유영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전생으로부터 현재까지 소은지가 이유영에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그건 이유영 본인만 알고 있었다.지금 모든 것이 변했다.전생으로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이 변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소은지였다.전생에 있을 때, 소은지는 이유영의 세상에 있어서 유일한 기둥이었다. 그리고 현재에서도 소은지는 여전히 그랬다.“그래. 은지는 소중해! 은지라는 존재는 내 마음속에서 모든 것을 다 초월했어!”그리고 강이한도 초월했다.강이한은 당연히 이유영의 뒷마디가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그의 눈 밑은 점점 더 무겁고 어두워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의 뿜어내는 기운도 점점 차가워졌다.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얼기설기 얽혀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숨 막히게 했다. 그들은 괜히 불똥이 튈까 봐 심지어 숨을 죽이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마주 보고 있었다.지잉 징잉.핸드폰 진동 소리가 이 상황을 끊어버렸다.강이한은 핸드폰을 꺼내서 보자 화면에는 지음 두 글자가 떴다. 이유영도 그걸 봤다.원래 차가운 기운을 뿜던 이유영은 지금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은지가 내 마음속에서 중요한 정도는 아마 한지음이 당신 마음에서 중요한 정도랑 같을 거야!”“...”이 말을 듣자, 강이한은 저도 모르게 몸이 섬뜩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분노가 그득했다.“당신은 지음이 내 마음속에서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이유영에게 되묻는 강이한의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이유영이 한 첫 번째 일은 안민을 회사로 부른 것이었다.지금 창문 앞에 서 있는 이유영은 온몸에서 무겁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안민은 이유영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다.그래서 안민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바짝 긴장했다.“안민 씨.”“네.”“안데스의 여섯째 도련님과 약속을 잡아 주세요!”안데스의 여섯째 도련님은 안데스 가문의 여섯째 자식 안데스 명이었다. 파리에서는 다들 그를 여섯째 도련님이라고 불렀다.그리고 이 여섯째 도련님의 존재는 안데스 가문의 기타 몇 분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 이유는 그의 손에 갖고 있는 물건은 다른 사람들이 비할 수 없었다.심지어 외삼촌도 그를 만나면 그에게 예의를 갖춰야 했다.이것도 그 당시 이유영이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과 합작한다고 했을 때 외삼촌이 뿌듯해하면서도 걱정했던 이유였다.뿌듯한 건 이유영이 독립적으로 그렇게 큰 프로젝트에 합작한 것이었고, 걱정스러운 건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여섯째 도련님을 아는 사람들이 그에게 남긴 평가는 다 한가지 뿐이었다. 마음이 독하다는 것이었다!이때 이유영은 심지어 마음속으로 소은지가 건드린 사람이 제발 여섯째 도련님이 아니기를 속으로 기도했다.만약 소은지가 건드린 사람이 진짜 여섯째 도련님이라면, 강이한이 왜 자기에게 내가 상관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는지 이유영은 대충 알 것 같았다.만약 진짜 여섯째 도련님이라면...여기까지 생각하자 이유영은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반 시간도 안 지나 안민이 보고하러 왔다.“대표님, 안데스 여섯째 도련님은 지금 퀘벡에 계시는데 한 3일 뒤에 돌아오신 답니다.”“3일?”“네! 3일이랍니다!”3일...‘퀘벡에 있다고?’이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소은지가 엔데스 가문 사람한테 당할 것을 생각하면, 3일은 말할 것도 없고 3시간이라고 해도 이유영은 걱정이 되었다.단서를 찾지 못했을 때 이유영은 끊임없이 단서를 찾아 헤맸고, 지금 아주 힘들게 단서
“당신 그게 무슨 뜻이야?”“소은지는 엔데스 가문의 여섯째 도련이 데려갔어. 여섯째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도 알잖아. 응?”“...”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숨결이 조금 거칠어졌다.박연준을 보고 있으니, 가슴은 참지 못하고 벌렁벌렁했다.“당신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이유영은 자기 자신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낮은 목소리로 더듬으며 물었다.‘루이스가 단서를 이제 얻었는데 연준 씨가 여기로 왔다고?’‘아니면 연준 씨도 강이한처럼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그럼 쭈욱 나만 몰랐던 거네?’‘이 사람들...!’“쭉 알고 있었어요!”“당신...”“유영 씨, 소은지 씨가 당신 마음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저도 잘 알아요.”소은지를 위해서라면 이유영이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 강이한뿐만 아니라 박연준도 잘 알고 있었다.정국진도... 알고 있다.이유영은 눈앞의 남자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원래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더욱 모호해졌다. 그리고 이유영은 이런 모호함이 싫었다.주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이유영도 그랬다!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연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나뿐만 아니라 강이한도 알고 있고 당신 외삼촌도... 알고 있어!”“외삼촌?”“당신 외삼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처음부터라면 언제를 말하는 거지?’소은지가 실종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외삼촌은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유영은 질식하는 것만 같았다.‘다 알고 있었어. 소은지가 뭘 겪었는지 다들 알고 있었어!?’‘은지가 그 사람 곁에 있는 걸 알면서, 심지어 언제든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왜 결국 그 누구도 나한테 안 알려줬어?’이유영은 가슴이 끊임없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당신들이 나한테 숨겼던 이유가 이거였어?”“유영 씨, 엔데스 가문이 파리에서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요!?”그랬다. 이유영도 다 알고 있다.‘그런데 그렇다고 해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