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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용인이 점심식사를 식탁에 올렸다.

강이한은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수저를 들지도 않았다.

반면 이유영은 우아하게 꼭꼭 씹어서 맛있게 식사 중이었다. 이혼하겠다고 그 난리를 치던 여자가 이러고 있으니 강이한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전화를 끊은 그가 말했다.

“오후에 남영에 출장 가야 해. 3일 정도 있을 거야.”

그는 며칠 떨어져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이 며칠 사이에 기분을 정리하고 다시는 이 불쾌한 얘기를 꺼내지 않기를 바랐다.

조용히 먹는 데만 집중하던 이유영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기는 그 모습은 지금도 미치게 아름다웠다.

강이한의 동공이 확 수축하고 온몸에 긴장감이 돌았다. 결혼하고 3년이나 지났지만 그녀의 저런 모습은 여전히 그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유영은 그제야 과거에도 이날 강이한이 출장 갔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물론 한지음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랴부랴 돌아왔지만.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해. 마침 오후에 은지 만나서 그 한지음 씨를 찾아가 봐야겠어. 법률적으로 얘기할 것도 있고.”

절대 강이한을 출장 가게 둘 수 없었다. 무조건 오늘은 그와 같이 있어야 한다.

강이한의 참고 있던 분노가 그 순간에 폭발했다.

“왜 이렇게 막무가내야? 당신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내 예전 모습 정말 기억해? 난 당신이 예전에 어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당신은 기억나?”

뻔뻔하게 과거를 말하다니!

강이한은 그제야 반년 동안 침묵만 지키고 있던 그녀가 쌓았던 불만을 한 번에 터뜨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이유영이 자신을 믿어줄 거라 생각했기에 별다른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잘 참고 있다가 갑자기 이혼이라니!

“결국 그 일 때문이구나.”

그들 사이에 신뢰는 굳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착각이었다니!

이유영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건,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와서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우린 외부에 전해진 것처럼 그런 사이 아니야.”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오늘 나랑 가서 이혼 절차를 처리하든지, 아니면 집에서 이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남자가 주먹을 꽉 틀어쥐는 게 보였다.

그는 말없이 이유영을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유영은 항상 이랬다. 뭔가 화나는 게 있어도 말하지 않고 며칠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가 따라다니며 달래줘야 겨우 기분이 풀렸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유영은 그와 입장이 조금 달랐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강이한을 오늘 집에 붙잡아 두어야 했다.

그런데 그녀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남자가 사라졌다.

그녀는 빈 집안을 둘러보며 내일 있을 일을 생각하자니 등골이 오싹했다.

휴대폰 진동이 느껴져서 확인해 보니 소은지였다.

“은지야.”

“어떻게 됐어? 그 인간 사인했어?”

소은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에 이유영이 강이한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그녀를 말렸던 친구였다. 세강그룹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대기업이었다.

유약한 이유영이 재벌가의 복잡한 사정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반대했던 사람이 소은지였다.

그때 이유영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는 7년간 쌓은 믿음이 있어. 외부 환경 때문에 변할 사랑이었으면 진작 변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 그지없었다.

이유영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인 안 하더라.”

“뭐라고? 바람을 피운 주제에 이혼은 하기 싫다 이거야?”

“이 얘기는 일단 그만하자. 혹시 필적 감정사 중에 아는 사람 있어?”

“왜?”

“쓸데가 있어서 그래.”

같은 함정에 두 번 당할 수는 없었다. 오늘 모든 상황을 바꿔놓지 않는다면 결국 과거와 같은 일을 겪게 될 것이다.

“그래. 연락처 보내줄게.”

“응.”

“내일 오전에 나와서 차 한잔할래?”

“좋지.”

이유영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세강그룹 안주인이 된 뒤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한가하게 친구들과 커피 타임을 가지는 것도 그녀에게는 사치였다.

대기업 오너 일가로서 그녀는 항상 신분에 걸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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