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화

2층으로 올라온 이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강이한은 그녀에게서 낯선 분노를 느꼈다.

이렇게 작고 여린 여자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유영아, 우리….”

탁!

이유영은 매몰차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섰다.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불러세웠다.

“이유영!”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홀연히 그를 지나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으로 다시 내려온 이유영은 곧장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진영숙에게로 다가갔다.

이유영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기세등등하던 진영숙은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너… 뭐 하자는 거야?”

얘 갑자기 왜 이래?

이유영은 목에 걸었던 목걸이를 벗어 진영숙의 얼굴에 던졌다.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강이한이 달려가서 말리려고 했지만, 유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진영숙이 빽 소리를 질렀다.

2년 전부터 유영은 항상 이 팬던트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싸구려를 목에 걸고 다닌다고 진영숙에게 얼마나 훈계를 들었는지 모른다.

진영숙은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세강의 체면을 깎는다고 시비를 걸어왔다.

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연히 모르시겠지! 이 안에 당신 손자의 유골이 들어 있어!”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나한테 애도 못 낳는 병신이라고 욕했었지? 그러면서 비열하게도 내가 먹는 음료수에 더러운 약을 타서 내 아이를 죽였잖아. 그 아이도 당신 손자인데 왜 그랬어?”

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대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는 경악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진영숙이 순간 당황하더니 시선을 회피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구나.”

“몰랐다고? 신안병원 진헌수 과장이 당신 중학교 동창이잖아. 그 사람 와이프 불러서 삼자대면이라도 해야 인정할 거야?”

“너… 너….”

진영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사납게 변해버린 유영의 모습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영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진영숙을 보자 점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강이한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영아.”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세강 그룹의 젊은 오너로 자신의 스펙과 입지를 다져가고 있을 때, 아내가 집에서 이런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 와도 냉철함을 유지하던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영은 남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거실에 강이한과 진영숙 둘만 남게 되자 숨 막히는 정적이 한동안 이어졌다.

진영숙은 당황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

“이한아, 난 그저….”

“저 사람 말이 사실입니까?”

“아니야! 쟤 말 믿지 마. 쟤 거짓말하는 거야.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럼 대질 심문이라도 할까요?”

“너 어떻게….”

진영숙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줄곧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계획을 이유영이 다 알고 가만히 있었을 줄은 몰랐다.

강이한은 침통한 눈빛으로 모친을 바라보았다.

이유영과 결혼하고 얼마나 아이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녀가 처음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유영은 병원으로부터 다시는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한약을 하루도 빠짐없이 먹었다. 쓴 약을 꿀꺽꿀꺽 삼키면서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의 가족들은 그런 그녀와 빨리 이혼하라며 강이한을 부추겼다.

“어떻게 집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요!”

강이한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진영숙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