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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유영은 저택에 발을 들이자마자 어수선한 분위기를 직감했다. 문을 열어준 장숙이 긴장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사모님께서 와계십니다.”

유영은 눈썹을 꿈틀했다.

어제 쌀쌀맞게 대했으니, 어젯밤에 당장 쳐들어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영숙은 소파에 앉아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지난 생에서 이유영은 매번 진영숙이 시비를 걸어올 때마다 시종처럼 납작 엎드려서 비위를 맞춰주었다.

그때는 강이한을 사랑했기에 그의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서 핸드백을 소파에 던졌다.

“아줌마!”

“예, 사모님.”

장숙은 다급히 다가와서 진영숙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섰다.

진영숙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집안에 굿을 좀 해야겠어. 여자 하나 잘못 들였더니 망조가 든 건지 사고가 끊이지를 않아.”

유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냉랭한 눈빛으로 진영숙을 노려보았다.

장숙은 난감한 눈빛으로 유영의 눈치를 살폈다. 유영은 조용히 외투를 벗더니 바닥에 던졌다.

진영숙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영을 바라보았다.

얘 요즘 뭘 잘못 먹었나?

“지금 뭐 하자는 거니?”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집에 망조가 들었는지 재수 없는 일이 끊이지를 않네요.”

유영은 진영숙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유영은 시어머니가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진영숙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유영 너 미쳤어? 감히 누구 안전이라고 그런 말을 들먹여?”

“세강의 며느리 자리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 이한이랑 이혼하고 싶어?”

집으로 들어서던 강이한은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를 발견한 장숙이 다급히 다가왔다.

“도련님 오셨어요?”

진영숙은 아들을 보자마자 표정을 바꾸고는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아들에게 말했다.

“넌 마누라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이 모양이니?”

신혼 때, 두 사람은 본가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다.

진영숙이 하도 이유영을 괴롭혀서 그녀가 안쓰러웠던 강이한이 그녀를 데리고 여기로 분가한 것이다.

그 일로 한동안 진영숙은 아들이 결혼하고 변했다며 난리를 쳤지만 강이한의 태도는 단호했다. 진영숙도 아들과 더 멀어지기 싫었기에 결국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번 명절 때 시댁에 가면 그녀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유영을 괴롭혔다. 다행히 일 년에 만날 날이 며칠 되지 않았기에 유영은 꾹 참고 견뎠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다.

“여사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저 이제 여사님 며느리 아니에요. 당신 아들이랑 이혼할 거라니까요?”

“이유영!”

강이한이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이혼, 이혼, 이혼!

어떻게 이 여자는 마주칠 때마다 이혼 소리를 입에 담고 살까?

진영숙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았다. 어제 전화로 얘기했을 때는 그냥 홧김에 생떼를 부리는 줄 알았는데….

“네가 감히 먼저 이혼을 얘기해?”

이유영 네가? 무슨 자격으로?

진영숙은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유영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강이한은 급히 다가가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올라가자.”

“이한이 넌 누구 편이야!”

진영숙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매번 충돌이 생길 때마다 이유영 편을 드는 아들이 못마땅했다.

“아줌마, 운전기사 불러서 사모님 집까지 모시라고 해요.”

강이한은 이유영의 손을 잡아끌며 장숙에게 말했다.

화가 날 대로 난 진영숙이 그 말을 들을 리 만무했다.

“거기 서! 거기 안 서?”

하지만 강이한은 그대로 이유영을 데리고 계단으로 사라져 버렸다.

“대체 쟤가 어디가 그렇게 예쁘다고 엄마 말까지 무시하는 거야! 이 불효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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