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장하게 생긴 여인이었다. 큰 웨이브 파마에 아주 매혹적인 몸매를 갖고 있었다.“잘됐네. 너 이제 여자 보는 눈이 점점 좋아졌네!”“...”“전에 한지음 씨보다 훨씬 낫네. 이봐, 취향이 아주 크게 발전했어!”강이한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이 여자도 참, 왜 아무 때나 한지음 얘기를 꺼내는 거지?’이 생각이 들자 강이한은 머리가 아팠다.“여기 이분은 의사 선생님이야!”이유영은 순간 얼굴색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제야 유신비 이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한지 생각이 났다.저번에 소군리 의사가 소개했었던 실력이 아주 뛰어난 의사 이름이 바로 유신비였다.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아, 이분이 바로 그 소문으로만 듣던 강 씨 사모님이시네요. 안녕하세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강 씨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듣자, 이유영은 순간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저는 로열 글로벌의 대표이지 강 씨 사모님이 아니에요.”인사를 건네고 악수하면서 손을 잡았을 때, 두 사람 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다.유신비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군요.”사적인 대화는 여기에서 끝을 맺었다.그리고 유신비가 입을 열었다.“저 시간이 별로 없는데 먼저 검사부터 할까요?”검사!강이한은 이유영의 몸에 있는 흉터들을 전부 다 없애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을 이유영이 아니었다.“필요 없어요.”“유영아!”“강이한 당신은 내 몸에 있는 흉터들이 없어지면 당신이 한 그 죄들도 다 같이 사라질 줄 아나 봐?”“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강이한은 그저 최선을 다해 이유영을 보상해 주고 싶었다.이유영은 웃었다. 아주 비웃음이 가득한 웃음이었다.“유신비 씨, 그냥 돌아가 주세요.”“저 일정이 아주 빠듯해요. 지금 이렇게 저를 보내면 아마 앞으로 한 2년 동안 절 보지 못할 건데 확실해요?”“네! 확실해요.”태도가 아주 굳건한 두 마디였다.유신비는 아주 거만한 의사였다. 그래서 이유영의 대답을 듣고 더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바
이유영이 더 몰랐던 건 강이한은 생을 건너 이번 생으로 온 사람이라는 것이었다.“당신한테 건강검진 의사를 불렀어!”결국 강이한의 말소리가 들렸다.병원 쪽에서 이유영의 진료기록을 찾을 수 없었지만, 강이한은 이유영의 몸이 안 좋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꼈다.특히 어젯밤, 이유영이 잠든 후 새벽 때 그녀는 땀이 흠뻑 나서 베개까지 다 적셨다.이런 신체 상황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걸 강이한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래서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건강검진 해줄 의사 선생님을 집으로 불렀다.“시간 낭비하지 마!”“당신은 정말 당신 몸의 이상을 못 느꼈어?”이유영은 강이한을 대꾸하기도 귀찮아 바로 집을 나서서 회사로 갔다. 안민은 이유영이 불러 이미 도착해 있었고 루이스도 와 있었다.도원산에서 이유영을 픽업한 루이스와 안민은 다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가 안 났다.“루이스!”“네! 아가씨.”“혹시 소은지 파리에 있는 게 아닐까요?”이유영은 아주 심오한 말투로 물었다.어젯밤에 본 소은지의 모습과 강이한이 소식을 알아내는 속도를 종합해 보니 이유영은 소은지가 파리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이 2년 동안, 이유영은 제일 먼저 파리부터 뒤졌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사람을 찾지 못하지 그제야 수색 범위를 해외로까지 확장한 것이었다.하지만 지금...“파리요?”루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병원부터 뒤져봐요!”이유영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병원뿐만이 아니었다.어젯밤에 비록 강이한이 제대로 밝힌 건 아니었지만 이유영은 그에게서 얻은 정보 중 하나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그건 바로 파리에 있는 귀족을 조사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강이한이 나도 관여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 관여할 수 없다는 거지?’유일한 답은 상대방이 아주 강력하게 나올 것이라는 거였다.도대체 누가 소은지랑 이렇게 원한이 있는지 이유영은 이 근원을 조사해 내야 했다.“네!”“그리고 이 몇 년 동안에 소은지가 맡았던 사건 중에 파리랑 연관이 되는
분위기는 조금 어색했다.정국진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차를 한입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유영이 때문에 온 거야!?”“유영이 이 2년 동안 줄곧 몸이 안 좋았나요? 맞아요?”강이한은 목이 멘 상태로 물었다.강이한을 바라보는 정국진의 눈빛에는 한기가 돌았다.당연한 말을...!아무리 한지음이 강이한 옆에 나타난 데는 숨은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강이한이 이유영의 몸 상태에 관해 물어보는 것에 대해 정국진은 여전히 첫 반응이 강이한은 그걸 물어볼 자격이 제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무래도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강이한이었다.뒤에 일어난 일들에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다고 해도 결국 진실이 드러날 때는 이미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다 핑계에 불과했다.정국진은 강이한의 대답에 대답도 안 하고 되물었다.“한지음 아직도 모리나 호텔에 있어!?”모리나 호텔도 사실은 로열 글로벌 아래의 호텔 중 하나였다.‘강이한이 한지음을 모리나 호텔에 안배해 놨다고?’‘강이한은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한지음 얘기가 나왔을 때 두 사람의 얼굴색은 다 안 좋게 변했다.특히 강이한의 얼굴색은 선명하게 안 좋아졌다.정국진은 강이한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음이 너한테 아주 중요한가 보네. 그럴 거면...”“정 회장님!”정국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강이한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도대체 언제부터인지 누구든 강이한의 앞에 서면 무조건 강이한이랑 한지음을 엮어서 말했다.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정국진의 날카로운 눈매를 보며 강이한은 목이 좀 뻣뻣해 났다. 그리고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전 그저 이 2년 동안 유영이가 잘 지냈는지만 알고 싶어요.”그랬다. 강이한이 정국진을 찾으러 온건 사실 제일 직접적으로 이유영의 몸 상태에 알아볼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정국진의 생각대로, 어젯밤 강이한은 그걸... 느꼈다.새벽 늦게까지 이유영의 몸에는 아무런 온도도 없었다. 이건 정상적
그저 간단한 운전이었다...하지만 정국진의 말은 그렇지 않았다.“그날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정말 큰 일이 일어날 뻔했어!”“유영이의 두 눈은 2년 전의 그 큰불 때문에 엄청나게 크게 다쳤어!”순간 강이한은 이유영을 만날 때 그녀가 언제든지 항상 안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어젯밤에도 강이한은 이유영이 강력한 불빛을 엄청나게 무서워하는 것을 느꼈다.2년 전의 그 화재는 이유영의 피부만 태웠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그녀의 두 눈까지 빼앗아 갈 뻔했다.어둠!인생의 궤적이 결국은 달라졌다. 전생의 이유영은 두 눈이 실명되었지만, 이번 생은 실명이란 어둠과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강이한은 정국진의 집에서 나와 어떻게 로열 글로벌까지 왔는지 모른다.방금 회의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돌아온 이유영은 사무실 문을 연 순간 바로 강이한의 품속에 들어갔다.익숙한 서늘한 기운에 이유영은 끊임없이 발버둥을 쳤다.“이거 놔!”‘이런 빌어먹을 강이한, 왜 어디에나 다 있지?’이 점에 대해 이유영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하필 강이한을 철저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필경 지금 소은지의 소식이 강이한의 손에 들어 있기 때문에 그는 여기를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할 수 있었다.“왜 말 안 해줬어?”이유영이 발버둥 칠수록 강이한은 더 세게 이유영을 끌어안았다.이 시각, 강이한의 따뜻한 숨결은 그저 이렇게 이유영의 귀에 떨어졌다.“...”‘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강이한의 앞뒤 없는 질문에 이유영은 정말 그가 뭘 물어보는지 몰랐다.특히 강이한의 고통이 담긴 말투가 정말 이해가 안 갔다.‘하하, 강이한이 고통스러워한다고? 나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고?’하지만 이유영의 인식 속에 강이한은 절대로 자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리가 없었다. 마치 이 남자는 아픔을 못 느끼는 것처럼...“먼저 이거 좀 놔!”이유영은 인내심을 잃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였다.강이한은 몸을 돌려 이유영을 소파에 앉혔다.자유를
점심때 일어난 일은 전혀 이유영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그녀는 마치 냉혈 인간처럼 강이한이 간 후 다시 일에 몰두하였다.오후에 루이스가 왔지만, 그의 표정은 아주 심각해 보였다.“은지 소식이 있어요?”소은지!지금 아무리 소은지 때문에 강이한을 계속 상대하고 있지만 이유영은 그래도 주변 사람더러 소은지 소식을 알아보라고 했다...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이랑 더 깊숙한 사이가 될 기회마저 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실망스럽게 루이스는 고개를 흔들었다.“없습니다.”“없다고요?”이유영은 가슴이 조여들었다.하지만 루이스의 안색은 엄숙하다 정도가 아니었다. 이유영이 보기에는 소은지 소식이 없는 것만이 아닌 것 같았다.“또 다른 일 있어요?”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루이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온몸에서 심각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이유영 곁에 오래 있으면서 루이스가 이런 적은 아주 드물었다. 이로써... 이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 수 있었다.루이스는 이유영을 한눈 보고는 입을 열었다.“그쪽에서 우리가 소은지 씨를 조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서 그런지, 소 변호사님 전에 맡았던 사건들, 기록이 전부 다 사라졌습니다!”이 말을 듣고 이유영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전부요?”“네!”‘모든 사건 기록이 다 지워졌다고!?’“그래서 우린 지금 은지가 어떤 사람들이랑 원한이 있는지도 알아낼 수 없다는 건가요?”“네.”이유영은 숨이 꽉 찼다.‘그럼, 이 배후의 사람은 은지의 일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하지만 이유영 쪽에서 사람을 써서 조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이렇게 귀신같이 알고 소은지랑 관련된 사건들을 다 지웠다.이로써 이 사람은 참...이유영은 숨이 턱턱 막혔다.“대표님.”“왜요?”“지금...”지금! 분명한 건 지금 이유영은 밝은 곳에 있고 그 사람은 어두운 곳에 있으니, 당연히 이유영이 뭘 하든 그쪽에서는 다 알아낼 수 있었다.이유영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헛수고하는 문
강이한은 손을 내밀어 아주 부드럽고 다정하게 이유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신 또 헛생각하기 시작했구나?”이유영은 오전에 그랬던 거처럼 또 단번에 강이한의 손을 때려치웠다.강이한은 이유영을 한눈 보고는 또다시 물었다.“루이스 이미 돌아갔다면서!”“...”이 얘기를 안 하면 모를까, 루이스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온 오후, 이유영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아주 지옥이었다.“은지를 데려간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그녀의 말투는 아주 날카로웠다. 심지어 이걸 물어보는 이유영은 가슴이 아팠다.‘강이한이 어떻게...’차는 반산원에 세워졌다. 밖에는 이미 큰비가 내리고 있어 커다란 빗방울은 차창을 때리고 있었다. 협소한 차 안의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지잉 지잉-핸드폰 진동이 울렸다.강이한은 핸드폰을 꺼내서 보니 이시욱의 전화였다.그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도련님, 빨리 핸드폰을 확인하십시오.”“무슨 일이야?”“큰일 났습니다!”원래 안 좋던 분위기는 이시욱의 이 말에 더욱 극한으로 얼어붙었다.전화 통화음 소리가 낮지 않아서 이유영도 통화 내용을 다 들었다. 강이한이 전화를 끊기 전에 이유영은 이미 핸드폰을 들었다.[로열 글로벌 대표, ‘전남편의 새로운 사랑에 끼어들었다’ 의혹][로열 글로벌 대표 아직도 전남편이랑 뒤엉켜, 현 여친은 모리나 호텔에서 지냄][로열 글로벌 대표...]등등 관련된 기사들이 온 파리를 뒤흔들어놨다.“...”지금 강이한도 핸드폰을 열어 기사들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강이한은 이유영 손안의 핸드폰을 확 뽑아갔다.그는 온몸에 차가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부숴버릴 것같이 위험해 보였다...“일단 보지 마.”이유영은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아까 그 기사들로 가득 찼다.이유영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기운도 강이한보다 얼마 낫지 않았다!강이한은 이유영을 확 끌어안았다.“유영아.”줄곧 힘 있던 팔은 이유영을 안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이유영이 왜 제일 진주를 인수하려고 하는지 강이한은 그제야 깨달았다.분명한 건... 이건 대중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에 대응하는 것이었다.가슴은 질식할 것처럼 숨이 막혔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이시욱더러 최대한 빨리 서류들을 준비하라고 할게.”이유영에게 수속 문제에 대해 협조해 줄 거라는 말이었다.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쳐다보았다.필경 이유영의 마음속에 강이한은 절대로 지지 않는 성격이었다. 이유영은 강이한더러 자기한테 협조하라고 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줄 알았다.하지만 강이한이 이렇게 쉽게 대답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런데 이유영이 모르고 있는 건, 파리에서 성립된 지 제일 짧은 시간 내에 상장한 제일 진주는 원래부터 강이한이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그리고 이 회사에 연루된 프로젝트들은 또 한없이 방대했다...하지만 회사를 이유영에게 넘겨주게 된 게... 이런 계기하에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전화 안 받아?”끊임없이 진동하는 강이한의 핸드폰을 보고, 특히 핸드폰 화면에 뜬 발신자에 지음이라는 두 글자를 보며, 이유영은 강이한의 이 협조가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강이한은 이제야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한눈 보자마자 바로 끊어버렸다.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아주 끈질기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왔다.“유영아, 나랑 지음 사이는...”강이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의 얘기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강이한이랑 이유영도 아무 사이가 아니었다.만약 소은지가 아니었으면 이유영도 어찌 다시 강이한이랑 엮였겠는가!?그래서 강이한과 한지음이 도대체 어떤 사이인지, 이유영과는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차에서 내린 이유영은 강이한을 등으로 진 채, 온몸의 기운은 점점 차가워졌다.그리고 강이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모든 해석의 말도 다시금 삼켰다.“강이한, 당신 정말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으면 은지 소식을 나한테
유 아주머니는 한지음의 말을 듣고 얼굴의 웃음기를 전부 다 거두었다.그리고 한지음을 보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 사람은 지금 주인님 곁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인님이 아주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만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네?”“...”‘아주 잘 대해준다고? 허허!’이 말을 들은 한지음은 입가에 비웃음의 미소를 지었다.한지음이 입을 떼기도 전에 유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아가씨가 말을 잘 듣기만 하면 그 사람도 아주 잘 지낼 거라고 주인님이 말씀하셨습니다.”유 아주머니는 ‘말을 잘 들기만 하면’이 네 단어에 중점을 두면서 말했다. 이건 분명 주인님이 한지음에게 주는 경고였다.원래 안색이 안 좋던 한지음의 얼굴색은 지금 더욱 하얘졌다.한지음은 목이 멘 소리로 입을 열었다.“저에게 기한 좀 줄 수 있어요?”그래, 기한! 한지음은 기한이 필요했다.이렇게 끝이 안 보이는 삶은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암흑 속에 있더라도 한지음은 지금 이런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암흑 속에서 한지음은 유 아주머니의 기운이 변한 것을 느꼈다.예전과 같이, 유 아주머니는 한지음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저 한지음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옷을 갈아입혔다.“뭐 하는 거예요?”매번 유 아주머니가 옷을 갈아주려고 할 때면 한지음은 무의식적으로 반항했다.왜냐하면 매번 옷을 갈아입은 후면 외출을 해야 했다.“이유영 아가씨랑 저녁 식사하러 가셔야 합니다.”“...”‘뭐라고!?’한지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말했다.“아무래도 로열 글로벌의 대표님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너무 초라하게 입어서도 안되지 않습니까?”한지음은 가슴이 벌렁벌렁했다.입고 있는 옷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끝내는 두 손에 주먹을 꾹 쥐고 참았다.‘도대체 이런 공제 당한 삶은 언제 끝이 나는 거야?’분명한 건, 이유영이 구치소에서 큰 화재를 당한 이후에, 한지음은 이유영에 대한 원한을 이미 내려놓았다.아무리 큰 원한이 있었더라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