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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유영은 홧김에 손을 번쩍 들고 남자의 귀뺨을 때렸다.

남자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목을 잡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오늘 아침부터 이상했어. 대체 무슨 일인지 이유는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

강이한은 그제야 이유영이 단지 기분이 나쁜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줄곧 온화하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얌전한 현모양처였다. 정말 화가 나는 순간이 와도 그녀는 혼자 삭히고 오히려 먼저 그에게 다가와 줄 줄 아는 여자였다.

이유영은 자신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곧 있으면 법원 직원들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야. 일단 서류부터 제출하고 다시 얘기하자.”

“이유영!”

남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유영은 매몰차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가슴을 밀쳤다. 하지만 남자는 태산처럼 요지부동이었다.

강이한은 운전 기사에게 곧장 집으로 갈 것을 명령했다.

어차피 기분이 엉망이라 돌아가서 회의를 계속 진행하기도 무리였다.

돌아가는 길, 운전기사의 등 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집에 도착한 뒤, 이유영과 강이한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이제 얘기해 봐.”

“더 얘기할 것도 없어. 말하긴 뭘 말해?”

반년 사이 비서와 바람이 난 사실을 온 청하시 사람들이 다 아는데 정작 그는 그녀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해주지 않았다.

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이유영을 잡아먹을 것처럼 훑어보았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에 남자의 표정이 점점 더 험하게 일그러졌다.

“이유영, 세강 일가에게 이혼이란 존재할 수 없어. 사별이면 몰라도.”

이유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녀는 착잡한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지난 생에 나를 불에 태워 죽인 거니?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첫 이혼이면 되겠네. 아니면 나가서 죽거나.”

강이한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거만한 표정으로 이유영을 내려다보았다.

왕의 기질을 타고난 이 남자는 화가 날 때면 항상 이런 식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유영은 두려움 없는 시선으로 그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그 모습이 강이한을 미치게 만들었다.

결국 강이한이 먼저 뒤돌아섰다.

얘기를 계속하다가는 이 여자를 목 졸라 죽여버릴 것 같았다.

이유영은 한때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남자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잠깐만.”

강이한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당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 잘 고민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 이상한 말 할 거면 연락하지 마.”

회의실에서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임원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이 여자의 저 요망한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다.

그는 그녀가 이렇게 쉽게 이혼을 얘기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반년 동안 밖에서 소란스러울 때도 묵묵히 참았던 그녀였다.

이유영은 그의 등 뒤에 대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이름이 한지음이라고 했나? 당신 이대로 나가면 오후에 은지랑 같이 그 여자 찾아갈 거야.”

그 말은 강이한의 참았던 분노를 건드렸다.

그는 뒤돌아서서 그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유영은 팔짱을 끼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오늘 안에 이혼을 처리하기엔 이미 그른 것 같았다.

하지만 한지음은 내일 분명 납치를 당할 것이다. 이혼이 불가능하다면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이한을 이 집에 묶어두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의심은 그녀에게 쏠릴 것이다.

“참 할 말 없게 만드네.”

강이한의 으르렁거림에 이유영이 웃으며 맞받아쳤다.

“피차일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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