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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잠시 후, 소은지가 팩스로 이혼 서류를 보내왔다.

이유영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사인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강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 바로 외출했다고 답했다.

이유영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팩스로 그의 회사에 이혼 서류를 보냈다. 서류를 확인한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연락했다.

“사… 사모님, 대표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다만….”

“그 사람 도착하면 바로 사인하고 법원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이한의 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영은 전화를 끊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울 속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누라가 예쁘다고 남자가 한눈을 팔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예쁜 외모라도 질릴 때가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바깥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유영은 바로 차를 타고 법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지만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강이한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강이한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영상 속 배경을 보니 회의 중인 듯했다.

이유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 법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어. 대체 협의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나타나는 거야?”

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쏠렸다.

대표님이 이혼? 게다가 재산분할?

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잠깐의 통화만으로도 대표가 곧 이혼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30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지.”

남자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모님께서 지금 이혼을 제기하신 거 맞지?”

“그렇게 온화한 분도 폭발할 때가 있구나.”

“그럼 한 비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사람들이 몰래 술렁이고 있을 때, 강이한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 올 거야?”

“이유영,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강이한이 이를 부드득 갈며 물었다.

이유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냥 사무실로 변호사 보낼까?”

어차피 그는 잃을 게 많은 사람이고 이유영 자신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강이한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10분만 기다려.”

“그래. 호적등본은 이미 챙겼어.”

강이한은 황당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이유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꺼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남자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이유영이 이렇게 쉽게 이혼을 얘기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아침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녀가 뭔가 악몽을 꿔서 기분이 나쁜 거라고만 해석했다. 그런데 그녀는 진심인 것 같았다.

‘주제도 모르고….’

이유영은 호적등본을 품에 꼭 안고 강이한이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법원에 도착한 강이한은 그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준수했던 남자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아침부터 계속 그의 성난 얼굴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이유영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녀는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덤덤하게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같이 이혼 서류를 제출할 줄 알았던 남자가 다가오더니 그녀를 어깨에 들쳐멨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들고 있던 호적등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억지로 그녀를 차에 밀어 넣었다.

“강이한 이 뻔뻔한 자식!”

이유영은 곧바로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강이한이 차 문을 잠가 버렸다.

남자는 우악스럽게 그녀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본 운전기사는 놀라서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거 놔! 이 미친 자식아! 아파, 아프다고!”

이유영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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