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541 - Chapter 2550
2631 Chapters
제2541화 재개발 협상
박수혁은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여자는 기쁨에 찬 얼굴로 이한석을 바라보았다. 이한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는 박수혁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그의 손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가 들려 있었다.“대표님, 오후에 프로젝트 관련 회의가 있고 이사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직접 가실 건가요?”박수혁은 고개를 들고 쌀쌀맞은 말투로 대꾸했다.“내가 참석할 필요가 없는 회의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물론 아니죠.”이한석이 당황하며 말했다.“일정이 있으시면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박수혁은 입을 꾹 다물고 잠시 고민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여자는 한 번도 날 안 찾아왔단 말이지?”이한석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직도 남유주 씨 일을 신경 쓰고 계시는구나.’박수혁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그에게서 위험한 기운이 풍겼다.이대로 정말 끝인 걸까?참 포기가 빠른 여자였다.이한석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후회되시면 직접 찾아가시면 되잖아요.”“후회?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박수혁은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며 이한석을 쏘아보았다.이한석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박수혁은 서류를 던지듯 책상에 내려놓았다.예민한 성격을 가진 그가 여태 참은 것만해도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였다.정말 너무하지 않은가.그녀는 정녕 자신이 뱉은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생각을 안 해봤을까?그는 여자에게 뭔가를 양보할수록 더 기고만장해질 거라 생각했기에 그녀를 찾지 않았다.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녀에게서는 연락 한번 없었다.그녀가 먼저 숙이고 들어오면 그는 없던 일로 해줄 생각이었다.매번 남자가 타협할 수는 없지 않은가?하지만 그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녀에게 줬던 카드 역시 퀵으로 보내왔다.얼굴도 마주하기 싫다는 의미일까.박수혁은 화를 내고 싶어도 상대가 없으니 일에만 몰두했다.이한석은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들며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이거 기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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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2화 헤어진지 3개월 째
남유주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다급히 쫓아가서 선망의 눈빛으로 손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손호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볼펜을 꺼냈다.남유주는 그제야 노트를 챙기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자신의 하얀 치마를 내려다보았다.“여기 해주세요. 가지고 가서 잘 소장해야겠어요!”손호영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치마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했다.남유주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손호영이 웃으며 돌아섰다.“다음에 만나요. 연락처는 하늘 씨한테 받아서 있어요. 이번에 드라마 촬영 들어가는데 엑스트라로 초대하고 싶어요.”“저를요? 정말 영광이에요!”남유주는 좋아하는 스타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손호영은 웃으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남유주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엘리베이터 안에 한 남자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냥 그곳에 서 있는 것뿐인데도 강렬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박수혁은 항상 그런 존재였다.존재 자체만으로도 숨막히게 하는 사람.처음에 그와 함께할 때는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헤어진지 3개월, 그녀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설렘을 잃었지만 자유를 얻었다.박수혁의 등 뒤에는 네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다.손호영이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경호원들이 그를 구석쪽으로 밀며 박수혁을 위해 길을 내주었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나와 남유주를 싸늘하게 힐끗 바라보고는 회의실로 향했다.남유주는 표정을 수습하고 손호영을 바라보았다.손호영은 개의치 않는 듯,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엘리베이터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탄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남자의 뒷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남유주는 아쉬운 표정으로 회의실로 향했다.박수혁은 들어가지 않고 문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의 무심한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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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3화 공정거래
직원은 불안한 눈빛으로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박수혁의 표정은 싸늘했다.3개월 안 본 사이에 그녀는 완전히 마음에서 그를 내려놓은 것 같았다.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쓰리고 아팠다.잠시 침묵이 흐르고 옆 가게 사장이 입을 열었다.“혹시 그 제안 저에게도 해당되나요? 저는 신도시에 입점하고 싶습니다.”직원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두 가게의 위치는 얼마 차이나지 않지만 면적과 인테리어 스타일이 달라요. 사장님의 가게는 저희 프로젝트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위치를 생각해서 1억 정도 보상금을 추가로 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새로운 가게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여 사장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남유주의 가게 규모가 그녀보다 훨씬 컸기에 수긍할 수 있는 범위였다.추가로 지급하는 1억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박수혁은 여전히 한마디도 없이 남유주만 노려보고 있었다.협상 담당 직원이 계약서를 여 사장에게 건네며 말했다.“조건이 만족스러우시다면 여기 사인해 주세요. 하지만 이건 비밀에 부치셔야 합니다. 모든 업주분들이 사장님처럼 추가로 1억이나 더 받아갈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여성분 혼자 가게하시는 게 안타까워서 더 챙겨드리는 거예요. 다른 분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해드릴 생각 없습니다.”여 사장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밖으로 나갔다.다른 업주들도 계약을 완료했다.결국 회의실에는 남유주와 박수혁 두 사람만 남았다.박수혁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줄곧 이런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온몸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남유주는 한참을 기다렸지만 담당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약간 짜증이 치밀어서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밖으로 나가려는데 줄곧 말이 없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6억으로 비슷한 조건의 가게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차라리 두 번째 방안을 선택하지 그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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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4화 골프 배우기
손호영은 영화의 황제라는 호칭으로까지 불렸던 인물이었다.이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는 원하는 배역은 뭐든지 따낼 수 있는 탑배우가 되었다. 그는 충분히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연기에 녹여낼 수 있는 배우였다.촬영팀 멤버들은 대부분이 아주 친절했다.남유주는 연예계에 입문할 생각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어차피 그녀는 대본을 읽은 적도 없기에 그들의 대화에 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골프장은 굉장히 넓었는데 주변이 산이라 공기도 좋고 서빙 직원이 수시로 간식과 음료수를 날라다 주고 있었다.고개를 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남유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맨 앞에서 모두에게 떠받들려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는 바로 박수혁이었다.겉만 번지르르한 속 좁은 녀석!그녀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뒤에 있던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그녀를 제치고 박수혁에게 달려갔다.“박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오늘 촬영 들어가는데 관심 있으시면 따로 얘기를 좀 나눌까요?”그는 다가가서 열정적으로 박수혁에게 악수를 청했다.박수혁의 뒤를 따르던 사람 중 한 명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곽 감독은 참 운이 좋은 건지, 의도한 건지… 오늘 어렵게 박 대표님과 약속을 잡았는데 마침 여기서 촬영하고 있었네?”곽 감독이 쑥스럽게 웃으며 답했다.“우연이죠. 평소에는 보기 힘든 분이라서 제가 좀 흥분했나 봐요.”박수혁은 연예계에도 꽤 많은 투자를 했지만 연예계의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다른 투자자들에 비하면 그리 투자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 업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박수혁이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 안 될 영화도 빵 떠버리는 효과가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남유주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저 사람들이 이번 드라마의 배우들입니까?”“당연하죠. 손호영 씨는 연기 실력이 보장되는 배우고 강지민 씨는 팬들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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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5화 여우짓
잠시 후, 강지민이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왔다.“호영 씨가 참 인내심 있게 잘 가르치네요. 나도 좀 가르쳐 줄래요?”손호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선배님도 골프 칠 줄 몰라요?”강지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몰라요. 평소에는 남자들이 치는 걸 보고만 있었거든요.”손호영은 조심스럽게 남유주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저는 감을 좀 잡은 것 같아요. 혼자 연습하고 있을게요. 호영 씨는 지민님을 먼저 가르치고 있을래요?”손호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지민이 먼저 가까이 다가왔다.“채는 어떻게 잡아야 해요? 이렇게요?”그녀는 그렇게 손쉽게 손호영의 주의를 남유주에게서 자신에게로 가져왔다.손호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강지민은 골프채를 든 채로 손호영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어느새 남유주의 존재감은 서서히 잊혀졌다.손호영이 남유주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강지민이 그를 불러세웠다.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더라도 이상함을 눈치챌 정도였다.처음 만났을 때 친절한 언니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녀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남유주는 자신이 예민반응을 보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마 손호영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강지민이 다섯 살이나 많았다.남유주는 골프채를 내려놓고 벤치로 가서 앉았다.생수를 반 병 정도 마셨는데 감독과 박수혁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손호영에게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강지민은 그들의 대화에 낄 수도 없었다.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호감을 보였지만 자본가는 그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아무도 자신을 신경 써 주지 않자 그녀도 벤치로 다가와서 앉았다.강지민은 웃으며 남유주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한숨을 쉬었다.“나 참 바보 같죠? 쉬운 것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남유주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서툴기는 제가 더 서툰걸요!”‘이 나이에 꼭 이러고 싶을까.’여우를 상대하는 방법은 상대보다 더 심한 여우짓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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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6화 해명 불가
손호영이 당황하자 남유주는 다급히 말했다.“괜찮아요, 호영 씨. 가서 인사만 하고 곧 돌아올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급히 박수혁에게 다가갔다.곽 감독은 언짢은 표정으로 주의를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강지민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묘한 표정으로 손호영에게 물었다.“박수혁 대표랑 남유주 씨 아는 사이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처음 본 사이 같지는 않은데요?”처음부터 남유주는 박수혁에게 쌀쌀맞게 대했는데 박수혁은 그녀와 시간을 보내겠노라고 지목했다.박수혁이 남유주를 마음에 들어하거나 처음부터 아는 사이여야 가능한 상황이었다.손호영은 그날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도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나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계속할까요?”“좋아요.”남유주는 팔짱을 끼고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박수혁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앞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서? 왜 자꾸 내 주변에서 알짱거려?”박수혁이 우아한 자태로 골프채를 휘두르자 공은 가볍게 날아 홀로 들어갔다.군더더기 없는 그의 몸매는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된 것이었다.그녀 역시 한때는 그의 몸에 열광했었다.하지만 쉽게 빠졌기 때문에 쉽게 헤어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싫증을 빨리 느끼는 스타일이었다.남유주는 이번 기회에 그와 똑바로 얘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박수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안다고 티를 낸 것도 아니잖아. 난 당신이 다 잊은 줄 알았지. 아직 기억하고 있었네?”남유주는 갑자기 숨이 확 막혔다.지금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건가?웃기는 상황이었다.“그래, 맞아. 우린 모르는 사이였지. 그럼 이만 갈게.”남유주가 뒤돌아섰다.박수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그에게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갑자기 확 들어온 익숙한 느낌에 그녀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박수혁은 바둥거리는 그녀를 힘으로 제압하고는 귓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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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7화 무엇을 위해
박수혁은 고민도 없이 공이 날아간 쪽으로 달려갔다.곽 감독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박수혁과 남유주를 번갈아보더니 물었다.“둘이 정말 전에 아는 사이 아니에요?”남유주는 고개를 흔들었다.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곽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박 대표가 유주 씨한테 마음이 있나 봐요. 하지만 쉽게 허락하면 안 돼요. 박 대표가 부자는 맞지만 여자한테 그리 자상하지 않다고 들었거든요. 돈만 보고 교제를 허락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일찌감치 포기해요! 남자친구로는 차라리 손호영 씨가 낫죠!”곽 감독은 꽤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그는 사람을 보자마자 바로 본질을 파악했다.남유주는 약간 의외라는 눈빛으로 곽 감독을 바라보았다.겉보기에는 자본가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줄 것처럼 생긴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박수혁이 두렵지 않은 건가?그래도 조금은 감동이었다.억지로 그녀를 끌고 와서 박수혁이랑 같이 골프를 치라고 했을 때 다른 심보를 품은 건 아닌가 의심한 적도 있었다.그런데 괜한 생각이었다.남유주는 고개를 떨구고 골프채를 휘둘렀다. 박수혁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녀는 일부러 공을 더 멀리 보냈다.그런데!박수혁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그의 지인들은 다급히 구급차를 불렀다.남유주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다.공이 어쩌다가 그리로 날아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박수혁은 이마나 눈 근처를 맞은 것 같았다.남유주는 가슴이 철렁했다.이러다가 시력이라도 잃으면 어떡하지?그녀는 골프 치러 온 걸 후회했다.곽 감독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그는 그녀의 팔목을 잡고 그쪽으로 뛰며 말했다.“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공으로 사람을 맞히면 안 되죠! 상대는 박수혁이라고요!”남유주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아무리 그가 괘씸하고 거슬려도 일부러 공으로 그를 조준할 정도는 아니었다.가장 심하게 싸웠을 때도 고작 귀뺨을 때렸을 뿐이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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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8화 죽을 죄를 지었다
남유주는 차로 가서 문을 열고 그가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조심 차에 태웠다.운전기사는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그는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도 굳이 손을 빼려고 하지 않았다.마음이 무겁고 두려웠다.그와 다시 엮이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렇게 잘난 사람이 자신 때문에 인생을 망칠 것 같아서 두려웠다.그렇게 자존심 강하고 잘난 멋에 살던 사람이었는데 어찌 내 손으로 망칠 수 있을까?그녀는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다.그의 신변 안전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그녀는 뒤늦게 자신의 유치함을 반성했다.그녀의 떨림이 느껴졌을까.박수혁은 손을 뻗어 남유주의 팔을 잡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긴장했어? 너무 겁먹지 마. 다친 사람이 남유주 당신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걱정하지 마. 당신을 탓할 생각은 없어. 책임지라고 하지도 않을 거야.”그의 말에 그녀는 침묵했다.자신의 이기적인 걱정이 들켰다는 생각에 그녀는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이런 걸 걱정할 대가 아닌데!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지?남유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박수혁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운전기사는 운전 도중에 빨간 등을 몇 번이나 지나쳐서 신속히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이한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남유주가 대신 입원절차를 처리해야 했다.그녀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었다.이렇게 불안한 감정은 이형욱에게서 도망쳐 해외로 도주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이형욱 때문에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불안에 떨던 때가 있었다.도망은 그녀의 마지막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그런 불안감이 다시 그녀를 엄습했다.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입원 절차가 마무리되자 그녀는 응급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결과를 기다렸다.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녀는 과거와 최근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그녀가 여기까지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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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9화 간병인
이한석에게서 간병인을 보낼 테니 조금만 거기 더 있어달라는 문자가 왔다.남유주는 가지 않고 이곳을 지키겠다고 답장했다.그녀는 직접 박수혁을 돌보고 싶었다.처음에 그의 간병인을 맡았을 때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받은 제안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몇 시간 사이에 그녀에게 심경의 변화가 찾아왔다.그녀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남자를 보자 더욱더 괴로워졌다.예쁘던 눈동자는 어쩌면 다시는 광명을 못 볼지도 모른다.누군가는 그를 장애인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고 그도 예전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을 잃을 수도 있었다.이게 다 그녀가 만든 결과였다.남유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한석이 도시락을 배달했지만 먹을 기분이 아니라 옆에 내버려 두었다.그녀는 그의 모습을 자세히 눈에 담았다.박수혁은 미간이 약간 좁은 편이라 더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하지만 사실 그는 무른 사람이라 조금만 말을 부드럽게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그는 말이 거칠지만 속은 여린 사람이었다.남유주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렇게 박수혁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알면서 왜 그리도 쉽게 포기했을까?아마 그녀 자신의 뒤틀린 소유욕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만 바라봐야 한다는 집착.그리고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상대도 자신을 소중히 대해 줬으면 하는 마음.그녀는 그와의 관계에서 동등함에 집착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시작부터 동등한 위치가 아니었다.그래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지 못했다. 몰래 훔쳐보다가 들켰을 때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두려워서였다.그녀는 남녀관계에서 비굴하게 상대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포기하더라도 상처를 안 받는 쪽을 택했다.그녀에게 남은 건 자존심뿐이었다.그래서 자존심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을 추구하고 싶지 않았다.남유주는 헤어지던 날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정말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남유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화장실로 가서 젖은 수건을 가져와 그의 손과 발을 닦아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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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0화 어색한 위로
박수혁의 목소리는 많이 잠겨 있었다.남유주는 이마를 그의 이마에 맞대고 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겁내지 마. 해외 전문가들이 오면 다 괜찮아질 거야.”박수혁의 차갑던 가슴에 다시 온기가 찾아왔다.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인지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다쳐서 무겁게 가라앉았던 마음도 어느 정도 치유되었다.다치면 그녀가 마음이 약해질걸 진작에 알았으면 차라리 더 맞아줄걸!그는 화를 내며 떠난 자신을 후회했다.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남유주.”이제 우리 화해한 거야?그가 가장 묻고 싶은 말이었다.하지만 부정적인 대답이 들려올까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그는 요즘 부쩍 예민해진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미 그녀와 함께하는 일상에 습관이 되어버린 탓이었다.남유주는 혼란스러웠다.그녀는 다시 시작한다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돌아갈 수 없다면 점점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그래서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긍정적인 답을 줄 수는 없었다.바깥에서 밝은 햇살이 비쳐들어와 눈을 자극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쳤다.그러고는 이한석이 가져온 도시락을 열었다.“배고프지? 일단 밥부터 먹자. 검진은 좀 늦어질 것 같아. 전문가들이 아직 도착을 안 했거든.”이한석은 일 처리가 참 빠른 부하직원이었다.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개인용 항공기도 준비했다.아침은 야채 샐러드와 전복죽이었다.남유주는 자극적인 입맛을 싫어하는 박수혁을 위해 김치를 치우고 그의 앞에 죽 그릇을 놓아주었다.박수혁은 그녀에게서 숟가락을 건네받고 다른 손으로 그릇을 더듬거렸다.남유주는 하얗고 긴 그의 손가락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그가 실수로 그릇을 쳐서 바닥에 떨군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뜨거운 죽이 그의 손에 쏟아지자 박수혁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치웠다.남유주는 벌떡 일어서서 그를 끌고 화장실로 갔다.찬물로 상처 부위를 식혀주자 그제야 굳었던 그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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