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418 챕터
제81화 가봐, 제수씨 기다리게 하지 말고
르네시떼.“판매자는 뭐라 그래요?”최수인이 전화를 하고 오기 바쁘게 마스크를 쓰고 있던 강민정이 다급하게 캐물었다.그녀가 이렇게 다급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권하윤이 그녀와 민승현 사이를 꼰지르는 바람에 강수연의 꾸지람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지람보다 더 두려운 건 강수연이 강씨 가문을 들먹인 거다.오랫동안 본가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다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는 뉘앙스의 말.몇 년 동안 남에게 얹혀살던 강민정은 본가를 입에 올리는 걸 매우 꺼려 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강수연 곁에서 자랐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본가로 돌아간다는 건 추방이나 다름없었다.더욱이 강민정은 불임이었던 그녀의 어머니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해 임신한 척 입양했던 아이였으니 따지고 보면 진짜 강씨 집안 사람도 아니었다.그 때문에 그녀는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민승현과 잠자리를 가졌다.그리고 순진하게도 민승현과는 피도 섞이지 않은 남남이니 그가 자기를 좋아하면 결혼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영원히 민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그런데 점차 자기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아차렸다.체면을 가장 중요시하는 강수연은 강민정이 본인의 여동생이 가짜 임신으로 데려온 아이라는 걸 다른 사람이 알게 할 일은 없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민승현이라는 동아줄을 꼭 붙잡고 있는 거다.혹은 민도준이라는 동아줄을 잡거나.하지만 이 모든 건 지금의 일을 해결한 뒤에 생각할 것들이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민씨 집안에서 본인의 입지를 다지는 거였다.때문에 그 그림을 “찾아오는 것”은 그녀에게 가장 좋은 기회였다.…….강민정이 다그치는 듯 쳐다보자 최수인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판매자는 직접 나타나는 걸 원치 않아요. 물건은 저한테 있으니 돈만 가져오면 바로 내어드리죠.”‘나타나지 않으려 한다니…….’그렇다는 건 강민정이 200억이라는 큰돈을 무조건 내놓아야 한다는 소리였다.르네시떼를 빠져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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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민도준이 조연으로 되다
민승현이 떠나간 뒤 민도준은 또다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창가에 서있는 그의 눈에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민승현의 모습이 보였다.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민승현의 뒷모습을 보자 불현듯 예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권하윤이 자기와 관계를 가진 뒤로 민승현과 관계를 맺은 적 있는가라는 생각.그리고 언뜻 전에 민승현을 너무 사랑해서 지금 더 밉다고 하던 권하윤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권하윤은 그를 건드리면서까지 민승현한테 복수하려 했고.‘그러니까 나랑 바람피우면서 한편으로는 민승현과도 지지고 볶고 한다 이건가? 내가 조연이 된 거네.’민도준은 혀로 볼을 꾹 밀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는 광기가 언뜻 지나갔다.그리고 더 이상 고민도 하지 않고 차 키를 집어들더니 곧바로 아래층으로 나려 갔다.초인종이 울릴 때 권하윤은 와인을 마시며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그녀는 이 순간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솔직히 강민정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본색을 드러내게 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제 발로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다.따뜻한 물속에서 기분 좋은 생각을 하니 권하윤의 마음은 여느 때보다도 더 편안했다.하지만 그런 편안함은 다급한 초인종 소리에 깨져버렸다.민승현이 따지러 돌아왔나 하는 생각에 기쁜 심정이 모두 사라진 권하윤은 대충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민승현, 너…….”하지만 문 앞에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도, 도준 씨가 여기엔 왜 왔어요?”할 말을 제대로 정리하기도 전에 그녀는 민도준의 손에 이끌린 채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집안으로 들어온 순간 뜨거운 열기로 벌겋게 달아오른 권하윤의 얼굴과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쇄골이 민도준의 눈에 들어왔다.민승현을 반기기 위해 권하윤이 일부러 이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의 미소는 더욱 섬뜩해졌다.권하윤의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은 순간 어깨로 옮겨지더니 엄지로 그녀의 쇄골을 느긋하게 만져댔다.“나는 오면 안 되나?”권하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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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약속하면 원하는 대로 해줄게요
권하윤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파에 앉아 계세요. 제가 술 갖고 올게요.”민도준이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자 권하윤은 그제야 안심하고 위층으로 햔했다.술을 가지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당장 옷을 갈아입는 게 더 시급했다.샤워가운을 입고 민도준과 함께 있는다는 건 마치 늑대 앞에서 배를 까고 누워있는 토끼랑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하지만 가운을 벗고 갈아입을 옷을 손에 든 순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권하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다급히 옷으로 가슴을 가렸다.“왜 들어왔어요!”민도준은 노골적인 눈빛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누가 왔다고 알려주려고.”“누가 왔다고요?”권하윤은 부끄러워할 새도 없이 정신없이 옷을 걸쳤다.그 모습을 대놓고 지켜보던 민도준은 더 이상 볼게 없어지자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분명 민승현이 돌아왔을 텐데. 큰일이네.’권하윤은 순간 조급해났다.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민도준은 아무 일 없는 듯 욕조 쪽으로 다가가 물을 손으로 휘젓더니 손가락 사이에 꽃잎을 끼운 채로 들어 올렸다.“둘이 같이 목욕이라도 하려고 했나 봐?”처음에 당황스러워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권하윤은 이미 진정을 되찾았다.그녀는 민승현과 다른 방을 사용해왔고 민승현도 그녀 방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기에 민도준이 이 안에 숨어 있기만 한다면 발견될 리가 없었다.생각을 마친 권하윤은 시선을 민도준 쪽으로 돌렸다. 그가 입고 있던 검은 셔츠는 어느새 뜨거운 열기에 나른해졌는지 몸에 달라붙어 잘빠진 근육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하지만 권하윤은 그것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다급하게 다가가 상의하는 투로 입을 열었다.“혹시 계속 여기 숨어있으면 안 돼요? 저 민승현 바로 돌려보낼게요. 약속할게요.”“음?”민도준은 손에 묻은 물방울을 툭툭 털어버렸다.“무슨 뜻이야? 나더러 상간 남처럼 욕실에 숨어 권하윤 씨 약혼남이 떠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가?”그가 말하면 말할수록 권하윤은 마음이 불편해졌다.민도준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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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사람이 숨어 있는데 당황하지 않을 리 있어?
‘욕실에 사람이 숨어 있는데 당황하지 않을 리 있어?’권하윤은 감정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내가 뭘 또 당황했다고 그래? 너 때문에 놀라서 그런 거지.”민승현은 말없이 눈살을 찌푸린 채 권하윤을 쳐다봤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요즘 들어 나한테 매번 맞서더니 이렇게 쉽게 돈을 내놓는다고? 설마…….’권하윤은 켕기는 구석이 있기에 민승현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뭔가 들킨 건 아닌지 불안했다.심장은 점차 소리를 키우면서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쳤다.“너…….”민승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 권하윤을 바라봤다.그리고 그 시각 권하윤은 시선을 욕실에 고정한 채 머릿속으로는 들키게 되면 어떻게 상황을 수습할지 궁리했다.“너 설마 이 돈으로 나 협박하려는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은 그제야 평정심을 다시 되찾았다. 하지만 너무 말문이 막혀 마른침을 두어 번 삼킨 뒤에야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내가 널 협박할 게 뭐가 있어?”시치미를 떼는 권하윤의 태도에 민승현은 코웃음을 쳤다.“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너랑 합방하자고 협박하려는 수작이겠지.”“…….”‘고작 십몇 분이면서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 그게 몇십억 가치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어이없어하는 권하윤과 달리 두 사람이 아직 합방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들리는 순간 민도준의 눈에 있던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욕실 문쪽을 향해 걸어가던 발걸음마저 멈췄다.‘하, 그러니까 두 사람 아직이라는 거네?’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그는 욕실 안을 빙 둘러봤다. 좁은 욕실 안 벽면에는 핑크색 수건이 걸쳐져 있었고 세면대에는 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세면도구만 있었다. 그것만 보면 이 공간은 이미 결혼한 여자의 욕실 같지 않았다.한편, 밖에서는 여전히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걱정 마. 난 너랑 너의 거기에 관심 없어. 돈 가졌으니 그만 가.”권하윤은 팔을 쭉 뻗은 채 카드를 민승현에게 쥐여주고는 더 이상 그와는 접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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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나오려고 하고 있어
권하윤은 갑자기 덮쳐오는 민승현의 동작에 놀라 고개를 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민승현! 너 어디 아파? 발정 났으면 강민정 찾아가. 나 귀찮게 하지 말고!”민승현은 남성의 존엄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권하윤의 거절도 무시한 채 그녀를 침대에 눌렀다.권하윤이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대고 있을 때, 욕실의 스크럽 유리로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그 모습을 본 권하윤은 민도준이 나오기라도 할까 봐 놀란 나머지 몸을 흠칫 떨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문고리가 점점 돌아갔다. 마음이 조급해난 권하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뿜어 나왔는지 민승현의 아랫배를 힘껏 걷어찼다.“아!”외마디 비명이 들리더니 민승현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면서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웅크렸다.권하윤은 가장 빠른 속도로 욕실 쪽으로 달려가 문과 등진 채로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민승현이 이상함을 눈치챌 거라는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내가 아무리 네 약혼녀라도 네가 날 강요할 수 없어!”민승현은 그제야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한번 대차게 걷어차이고 나니 흥미도 바로 식어버렸다. 오히려 권하윤을 바라보는 눈에는 분노가 담겼다.“너 딱 기다려!”집을 떠날 때도 민승현은 문을 일부러 쾅 닫아버렸다.그리고 그가 떠나는 순간 권하윤의 몸은 힘이 쭉 빠졌다.욕실 문이 그녀의 등 뒤에서 천천히 열리더니 힘찬 팔이 그녀의 비틀거리는 몸을 끌어안았다.“놀랐어?”권하윤은 버둥거리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의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히 젖어들었다.아직도 민도준이 하마터면 민승현과 마주칠 뻔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오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민승현이 본인 침실 문을 쾅쾅 거리며 닫은 뒤 떠나가는 소리고 나서야 권하윤은 방금 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올 수 있었다.그 시각 민도준은 아까와는 정반대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다정한 모습으로 그녀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그리고 새하얗게 질린 권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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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제더러 애인이라도 되라는 거예요?
본인 때문에 펄쩍 뛰는 권하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는지 민도준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었다.“급할 거 뭐 있어?”“제가 언제 급했다고 그래요?”매번 놀림만 당한다는 생각에 권하윤은 짜증이 올라왔다.“말 안 하겠으면 말고요.”권하윤은 삐지기라도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하지만 그 순간 민도준의 긴 팔이 앞으로 쭉 뻗더니 그녀를 다시 자기 다리 위에 눌렀다.“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응?”갑자기 변한 민도준의 태도에 권하윤은 오히려 불편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대체 뭔 일을 시키려고 이래요?”“간단해. 민승현과 자지 마, 만지게도 하지 마.”그 말에 놀란 권하윤은 흠칫 몸을 떨더니 고개를 돌렸다.“왜요?”“아무 이유 없어. 그냥 하지 말라면 하지 마.”“혹시 지금 질투해요?”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의 쪽으로 몸을 바싹 붙였다.눈을 반짝거리며 귀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권하윤의 눈빛은 의외로 집요했다.분명 상대를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기대가 차있었다.그런데 그때,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민도준은 고개만 숙이면 권하윤과 입술이 부딪힐 거리까지 가까이 붙었다.숨결이 서로 뒤엉키더니 남자의 나지막하고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말 들어.”권하윤은 대답을 피하는 민도준에게 불만이 생겼는지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민승현이 안 되면 다른 사람은요?”“나랑 만나는 동안 그 누구도 안 돼. 내가 질리면 그때 마음대로 해.”두 머리가 서로 맞닿아 한없이 다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민도준의 말은 야속하기만 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두근거리던 권하윤의 마음은 이내 차갑게 식었다.솔직히 민도준이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해도 권하윤은 민승현과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밖에 있는 다른 남자와는 더더욱 그럴 일 없었고.하지만 권하윤은 방금 전 솔직히 해서는 안 될 기대를 했었다. 그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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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엄살
목욕 타월을 두르고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민도준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눈앞의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예전까지만 해도 낯선 환경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민도준이라는 사람이 본인의 생활에 덜컥 나타나 점점 예전의 삶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게 뭔가 미묘했다.같은 세상에 속하지 않던 사람이 본인의 세상 속에 점차 비집고 들어와 버린 이 상황에 운명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동이 틀 무렵 불조차 켜지 않은 검은 방안에 희미한 빛이 흘러들어 점차 어둠을 감쌌다.여성용 목욕 타월이라 그런지 민도준에게는 많이 작은 모양이었다. 허리에 대충 두른다고 둘렀지만 그의 허리와 배를 타고 내려가는 근육의 곡선은 그대로 눈앞에 드러났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열기가 권하윤의 몸을 다시 뜨겁게 달궜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민도준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여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톡톡 쳤다.“얼른 씻고 나와, 밥 먹으러 가게.”남자의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침대에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이고 싶지 않았다.“저 배 안 고파요. 졸려요.”금방 관계를 끝낸 그녀는 나른한 모습 속에 야릇함이 묻어 있었다. 그걸 본 민도준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는 이불 속으로 손을 쑥 넣고 이리저리 만져댔다.“어디 봐봐. 뼈가 녹아 없어지기라도 했어? 왜 이렇게 맥을 못 춰? 아니면 게을러진 건가?”“뭐 하는 거예요? 방금…… 했잖아요.”몸을 움직이며 피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떴다.“애인 하자며? 그러면 애인답게 굴어야지.”“?”‘민도준한테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권하윤은 자신을 꽁꽁 싸매며 콧방귀를 뀌었다.“저 오늘 파업이에요!”하지만 민도준은 이불을 사이에 두고 권하윤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됐어, 그만하고 일어나.”“민도준 씨, 귀가 안 좋아요? 저 배고프지 않다고요, 졸리다고요. 밥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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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덫을 놓다
“돈은 이미 준비했어. 이 카드에 있어.”200억이 들어있는 은행 카드가 강민정의 손에 전해지는 순간 그녀는 약간의 감동을 받았다.민승현이 아무리 민씨 집안 다섯째라고 해도 실권이 없었기에 이 돈은 아마 그의 모든 재산을 긁어모은 것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오빠, 정말 고마워. 오빠가 없었으면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야.”자기를 숭배의 눈길로 바라봐 주는 강민정의 모습에 민승현은 오후 내내 달아다닌 게 헛수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강민정의 생각대로 그는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매일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기에 수중에 큰돈은 없었다.게다가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기도 어려운 일인지라 민승훈은 본인이 갖고 있던 물건을 팔고 친구한테 돈을 빌려 가며 겨우 돈을 마련했다.그것도 모자라 돈 때문에 권하윤에게 모욕까지 당했다.‘내 환심을 사기 위해 내 앞에서 옷까지 벗어던지고 유혹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내 손길마저 피하는 것도 모자라 발로 차버리기까지 해? 빌어먹을 년…….’“오빠?”한참 동안이나 떠들어댔는데 민승현이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있자 강민정은 겁에 질린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빠, 왜 그래? 화났어?”강민정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승현은 곧바로 그녀를 달랬다.“왜 이렇게 불쌍한 표정을 짓는 거야? 내가 너한테 화낼 리가 있어? 넌 너무 단순해서 탈이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남을 믿어? 앞으로 조심해, 알겠지?”“응, 오빠 말이 맞아. 앞으로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며 오빠만 내조할게.”“그래야지, 여자가 무슨 투자야? 집에서 얌전히 있는 게 잘하는 거야. 권하윤처럼 여성미 없게 굴지 마.”민승현이 방금 전 권하윤에게 달려들다가 된통 거절당한 것 때문에 화나있다는 걸 알리 없는 강민정은 그가 단순히 권하윤을 미워한다는 생각에 더욱 애교 부렸다.“내가 새언니도 아니고 오빠랑 싸울 리가 없지. 오빠랑 같이 있는 일분일초가 소중한데 어떻게 오빠한테 화를 내?”“역시 오빠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건 너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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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걸려들다
‘저 상자…… 한매도를 넣던 그 상자잖아!’길 건너편 사람이 차에 오르려고 하자 강민정은 이미지고 뭐고 생각할 새도 없이 소리 지르며 달려갔다.“잠깐만요! 잠깐만요! 가지 마세요!”상대는 강민정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차에 올라탔고 어느새 뒤쫓아온 강민정은 다급하게 차 문을 두드렸다.“문 열어요!”차에 앉은 털보남은 그제야 강민정을 발견했는지 차창을 내리더니 귀찮은 어조로 투덜거렸다.“뭐예요?”하지만 강민정은 상대의 태도도 무시한 채 조수석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이 안에 있는 거 르테시떼에서 구입한 한매도 맞죠?”“누구시죠?”갑자기 경계하는 상대의 표정에 강민정은 본인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그림 저도 엄청 좋아해서 사려고 했던 건데 저한테 팔 수 있어요?”상대는 강민정을 위아래로 훑었다.“얼마 줄 건데요?”“200억이죠. 원래 이 가격이었잖아요.”“본전에 넘겨 달라? 그럼 굳이 그쪽한테 팔 이유 없죠.”말을 마친 남자는 운전대를 다시 잡았고 그 모습을 본 강민정은 다급하게 상대를 막았다.“그러면 얼마 원해요?”“적어도 40억은 더 줘야죠.”“40억이요? 그쪽도 이 그림 200억에 샀는데 왜 제가 그쪽한테 40억이나 더 줘야 하는데요?”“이봐요 아가씨. 이 바닥 룰 좀 지킵시다. 물건이 손을 떠나면 이전 사람과는 상관없죠. 전에 사람이 얼마 불렀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지금 그림은 제 것이니 제가 얼마에 팔고 싶으면 얼마에 파는 거죠.”“아니!”털보남은 다시 한번 강민정을 훑어봤다.“그쪽이 여자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이 그림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20억만 더 받을게요. 싫으면 말고.”“20억…….”강민정은 차 옆에서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 시각, 르네시떼.권하윤은 망원경으로 마침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아침을 다 먹은 최수인이 입을 닦으며 말했다.“아유, 그만 봐요. 털보가 사람 속이는 것 하난 기가 막혀요. 그러니 걱정 마요.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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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다시 주도권을 빼앗다
돈을 받은 권하윤은 곧바로 문태훈과 약속을 잡았다.“돈은 계좌로 보냈어요.”그 말에 문태훈은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계좌에 182억만 들어왔다는 걸 확인한 순간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왜 이것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요?”“지금은 그것밖에 없어요.”권하윤은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만약 그녀가 200억을 바로 내놓으면 문태훈은 그녀에게 돈이 더 있는 줄 알고 계속 뜯어내려고 할 게 틀림 없다.그렇다고 또 너무 많이 차이 나면 욕심 많은 문태훈이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 때문에 182억은 딱 적당한 금액이었다.역시나 돈을 받은 문태훈은 권하윤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나머지는 천천히 줘요. 어쨌든 권하윤 씨가 지금 민 사장님이랑 붙어먹었으니 신분을 들키지 않는 이상 좋은 일만 있을 거잖아요. 안 그래요?”문태훈의 말을 들어보니 앞으로도 이 일을 빌미로 그녀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여기서 매듭을 짓지 않은다면 그녀는 영원히 문태훈이 하라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이에 권하윤은 심호흡을 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오늘 문태훈 씨를 불러낸 건 저한테 돈이 이것뿐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었어요.”그 말에 문태훈의 미소는 얼굴에 굳어버렸다.“무슨 뜻이에요?”“무슨 뜻이긴요. 앞으로 일전 한 푼도 그쪽한테 더 줄 수 없다는 뜻이죠.”권하윤의 말에 잠시 멍해있던 문태훈은 곧바로 냉소를 지었다.“뭔가 잊었나 본데, 권하윤 씨 진짜 권씨 집안 넷째 아가씨가 아니잖아요, 게다가…….”“문태훈 씨도 잊었나 보죠?”권하윤은 문태훈의 말을 가로챘다.“애초에 저 해원에서 빼돌려 준 거 문태훈 씨잖아요. 만약 문태훈 씨가 제 신분 공씨 가문 가주한테 알려주면 문태훈 씨 본인도 좋은 꼴 못 볼 거예요.”“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권하윤 씨가 해원에서 도망친 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상관없나요?”권하윤은 테이블 위에 사진 몇 장을 올려놨다.“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그 돈을 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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