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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덫을 놓다

“돈은 이미 준비했어. 이 카드에 있어.”

200억이 들어있는 은행 카드가 강민정의 손에 전해지는 순간 그녀는 약간의 감동을 받았다.

민승현이 아무리 민씨 집안 다섯째라고 해도 실권이 없었기에 이 돈은 아마 그의 모든 재산을 긁어모은 것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 정말 고마워. 오빠가 없었으면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야.”

자기를 숭배의 눈길로 바라봐 주는 강민정의 모습에 민승현은 오후 내내 달아다닌 게 헛수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정의 생각대로 그는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매일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기에 수중에 큰돈은 없었다.

게다가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기도 어려운 일인지라 민승훈은 본인이 갖고 있던 물건을 팔고 친구한테 돈을 빌려 가며 겨우 돈을 마련했다.

그것도 모자라 돈 때문에 권하윤에게 모욕까지 당했다.

‘내 환심을 사기 위해 내 앞에서 옷까지 벗어던지고 유혹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내 손길마저 피하는 것도 모자라 발로 차버리기까지 해? 빌어먹을 년…….’

“오빠?”

한참 동안이나 떠들어댔는데 민승현이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있자 강민정은 겁에 질린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 왜 그래? 화났어?”

강민정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승현은 곧바로 그녀를 달랬다.

“왜 이렇게 불쌍한 표정을 짓는 거야? 내가 너한테 화낼 리가 있어? 넌 너무 단순해서 탈이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남을 믿어? 앞으로 조심해, 알겠지?”

“응, 오빠 말이 맞아. 앞으로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며 오빠만 내조할게.”

“그래야지, 여자가 무슨 투자야? 집에서 얌전히 있는 게 잘하는 거야. 권하윤처럼 여성미 없게 굴지 마.”

민승현이 방금 전 권하윤에게 달려들다가 된통 거절당한 것 때문에 화나있다는 걸 알리 없는 강민정은 그가 단순히 권하윤을 미워한다는 생각에 더욱 애교 부렸다.

“내가 새언니도 아니고 오빠랑 싸울 리가 없지. 오빠랑 같이 있는 일분일초가 소중한데 어떻게 오빠한테 화를 내?”

“역시 오빠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건 너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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