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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나랑 조금만 있자

“아!”

놀란 듯한 비명소리가 원혜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민재혁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의 다리에 꽂힌 칼과 점점 흘러나오는 피를 보는 순간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미, 미쳤어요?”

부들거리며 소리치는 원혜정의 말은 가볍게 무시한 채 민도준은 민재혁의 창백한 얼굴을 감상했다.

“돌려주는 거야.”

예전에 본가에서 벌어졌던 암살을 말하는 것임을 눈치챈 원혜정은 순간 찔렸지만 변명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민재혁이 그녀를 향해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참.”

자리에서 몇 걸음 뗀 민도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최근에 형이 보낸 그 계집애 꽤 재밌더라. 뼈도 어찌나 단단하던지.”

이러한 상황에서도 민재혁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태도로 낮게 한숨을 쉬더니 마치 말 안 듣는 동생을 대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도준아, 너 또 뭘 오해했나 보네.”

민도준은 그의 설명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뼈가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쇠보다는 못하더라.”

주먹을 꽉 쥔 손이 올라가더니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행동이 이어졌다.

“쾅 하고 때리니 바로 부서지던데.”

민재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민도훈을 바라봤다.

“그런데 형은 별로 신경 안 쓰지? 형이 기르던 개가 죽은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아무렇지도 않지?”

“도준아, 더 이상 죄짓지 마.”

민도준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마치 눈물을 훔치는 듯 눈가를 닦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보살님 납셨네. 형이 진짜 보살이 되어 나 교화시키길 바랄게.”

미친 듯한 웃음소리는 그의 뒷모습과 함께 남쪽 별채에서 사라지자 정원에는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

그 시각.

“솨-”

권하윤은 싱크대에서 찾주전자를 씻고 있었다.

옷소매를 걷어올려 새하얀 팔이 훤히 드러났고 그 위로 물방울이 맺혔다가 흘러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그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앉았다.

“아!”

손에 있던 찻주전자가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서 산산조각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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