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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꿇어

밤 12시.

민시영의 방 창가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굵은 팔이 창턱을 잡으며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민시영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매니큐어를 바르는 데 열중했다.

“늦었네.”

“저택의 경비가 너무 삼엄했습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꿇어.”

이 시각 민시영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셋째 아가씨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상대를 모욕하는 듯 명령했다.

케빈은 그녀의 명령에 아무 주저 없이 무릎을 꿇자 곧이어 그녀의 발이 케빈의 가슴을 밟았다.

“예쁘게 발라.”

케빈은 민시영 손에 들고 있던 매니큐어를 받아들고 그녀의 발톱을 칠했다.

그의 능숙한 솜씨로 보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 사이 민시영은 몸을 뒤로 젖혀 침대에 누웠다. 마치 치마 아래의 광경이 훤히 드러난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때 그녀는 천장의 등불을 가는 눈으로 바라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권하윤 왠지 낯익단 말이야.”

“주의하지 못했습니다.”

케빈의 짧은 대답이 불만이었는지 민시영은 옆에 놓여 있던 다른 한쪽 발로 케빈의 가슴을 차버렸다.

그 힘은 결코 작지 않았지만 케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은 간단한 운동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실전과 연습을 통해 단련되어 강철 벽과도 같았다.

때문에 민시영의 발길질은 그에게 그 어떠한 충격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를 찼던 민시영의 발만 아플 뿐이었다.

이에 화가 난 민시영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케빈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그럼 네가 주의 깊게 본 게 뭔데?”

바닥에 꿇어앉아 있던 케빈은 빨갛게 된 민시영의 손바닥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쳐들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아가씨요.”

그의 말에 민시영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케빈의 가슴을 밟고 있던 발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다가 멈추더니 힘을 주었다.

낮은 신음 소리가 케빈의 입술을 뚫고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는 고통이 섞여 있었지만 약간의 쾌락도 섞여 있었다.

고개를 든 채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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