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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별 볼일 없는 집안

다행히 그 소리는 주위의 소리에 뒤덮여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궁금한 듯 이성호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민시영에게 캐묻기 바빴다.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이성호 교수님이 옥상에서 투신자살했거든요. 그리고 가족 모두가 가스 폭발 사고로 죽어 시신의 흔적도 찾지 못했대요.”

민시영은 아쉬운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교수님 딸이 엄청난 천재라고 하던데 그 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대요.”

“이성호라면 나도 연주회를 들으러 많이 갔었는데 왜 자살했대?”

민시영이 잠시 망설이는 사이 그녀의 어머니 장현정이 끼어들었다.

“그 사람 여학생들과……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알려졌대요. 그런 일이 세상에 알려졌으니 얼굴 들고 살 수 없었나 보죠.”

분명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뜻을 알아차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장현정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우리 시영이도 그때 이성호한테 배우려고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그런 일이 나버린 거 있죠.”

“어머나. 교수라에 음악가라는 양반이 어떻게 그런 더러운 짓을 저리를 수 있대요.”

“그러게 말이에요.”

장현정은 공감하는 듯 민시영을 돌아봤다.

“그때 시영이가 거기를 안 갔으니 망정이지 만일 그 짐승만도 못한 놈에게 잘못 걸리면 어쩔 뻔했어요.”

어머니의 관심 어린 말투에 민시영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 듯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사람들은 이내 다른 화제로 넘어가는 바람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그 과정에 권하윤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본인 가족을 입에 담으며 모욕하고 비방하는 걸 들으면서도 그녀는 그저 테이블 아래에 놓인 손을 꽉 그러쥘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고통을 전해주었다.

그 고통 덕분에 그녀는 끝까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기 전까지 사람들은 이성호라는 세 글자를 거론 때마다 그의 음악적 성과를 다룸과 동시에 더러운 죄명을 들먹이게 될 거다.

심지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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