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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약혼남을 도와 나 엿 먹이는 거야?

권하윤은 살아생전 자기가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두 남자의 지켜보는 가운데 권하윤은 할 수 없이 뻣뻣한 자세로 정수기 옆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는 순간 그중 한 줄기 시선이 뜨거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멎자 권하윤은 물을 받은 컵을 들고 조심스럽게 민도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물드세요.”

하지만 민도준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댄 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권하윤은 할 수 없이 허리를 숙여 물을 그의 앞까지 대령했다.

민승현의 시선은 권하윤에게 가려져 두 사람의 상황을 볼 수 없어 그저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온통 권하윤이 넘어졌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를 도울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때문에 컵을 받쳐 들고 물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녀의 몸이 민도준 위에 엎드릴 정도로 숙여졌을 때에야 민도준은 손을 뻗었다. 하지만 물컵에 거의 닿으려던 순간 손을 다시 뒤로 뺐다.

“아!”

권하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놀라 몸을 흠칫 떨었고 그 바람에 컵이 기울더니 민도준 몸에 물이 쏟아졌다.

남자의 가슴팍을 흥건히 적신 물자국을 보자 권하윤은 순간 얼어붙었다.

엄연히 말하면 이 상황은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다. 만약 민도준이 갑자기 손을 뒤로 빼지만 않았다면 그녀가 놀라 물을 쏟는 일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민승현은 기뻐서 하마터면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그는 다급히 앞으로 달려가 권하윤에게 화내는 듯 그녀를 꾸짖었다.

“권하윤! 넌 어쩜 할 줄 아는 게 없어? 형 옷 다 젖었잖아. 얼른 화장실 가서 건조기로 말려 줘.”

그는 마침 전에 미리 연습이라도 해놓은 듯 자연스럽게 대사를 쳤다.

민도준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재밌는 듯 상황을 지켜봤다.

그리고 권하윤이 속으로 민도준이 당연히 거절할 거라고 확신하던 그때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입을 열었다.

“뭐, 그러면 부탁해 제수씨.”

민도준의 승낙을 받자 민승현은 흥분을 주체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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